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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Jan 25. 2023

부자의 반대말

감정언어 [웃프다]

사전적 의미: ‘웃기면서 슬프다’는 뜻으로, 표면적으로는 웃기지만 실제로 처한 상황이나 처지가 좋지 못하여 슬프다


낙엽 떨어지는 것만 보아도 까르르 웃음이 나던 시절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요즘, 내가 재미있어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다 평범한 취미 하나 없는 나를 발견했다. 거창하지 않고, 소소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꽉 채워줄 무언가가… 자기소개서 빈칸 채우기 용으로 적은 만들어진 취미 말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나를 위한 진정한 취미 말이다. 가끔 책도 읽고 드라마도 보고, 영화도 보지만 이걸 취미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신만의 취미가 확고한 짝꿍이 늘 부러웠던 것 같다. 물론 취미생활 유지비용이 나가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돈벌이와는 별개의 뭔가에 끊임없는 관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득이 안된다 생각이 들면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거나 한 가지를 꾸준히 못하는 나의 성향도 한몫했겠지만 뭘 해도 재미있지 않은 게 문제다. 그러다 문득 ‘그럼 취미 부자의 반대말은 뭐지?‘란 생각에 사전을 찾아보고 그만 빵 터지고 말았다.


신랑에게 “부자의 반대말이 뭐게?” 물으니 단번에 “거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난 왜 취미 부자를 떠올렸을 때 ‘거지’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사전을 찾아봤는지 모를 일이었다. 이미 사전을 찾아본 나는 당당하게 “아니야!”를 외쳤다. 바로 “빈자(貧者)야!” 이런 데서 터지는 웃음이라니. 그야말로 웃픈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 단어였다. ‘취미를 가져야겠다’라는 다짐으로 여태껏 없던 취미가 뚝딱 생기진 않을 거라는 걸 잘 알지만, 앞으로의 내가 한번 더 웃을 수 있기를 바라기에 이제부터라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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