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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May 13. 2021

카페 아르바이트생이 건넨 쪽지 한 장

그린라이트인가?


요즘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거의 매일 가기 때문에 주문할 때면 늘 “항상 먹던 걸로 주세요” 하고 윙크를 날린다 라고 쓰고 싶지만 항상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요” 이렇게 말한다. 분명 그분들도 알 것이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음료를 마시는 한 남자가 있다는 것을. 그분들은 항상 내가 처음인 것처럼 대해주셔서 마음이 편하다. 만약 아는 척을 하셨더라면 민망해서 다른 카페를 찾아봤을지도 모른다. 나는 생각보다 수줍음이 많은 서른 즈음인 나이이다.


항상 나는 자전거를 타고 카페에 온다. 이 카페를 오는 이유 중 하나는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할 장소가 있어서 오는 것이다. 이 장소는 나만 세워놓는 비밀의 장소이다. 나에게 이 자전거란 정말 소중하다. 가격도 나름 고가라 누가 훔쳐가면 지갑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항상 보관을 잘해야 한다. 나에게 이곳은 마음 놓고 카페에서 글을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장소이므로 더할 나위 없이 이곳은 나에게 적합했다.


사건 발단은 이러하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어제도 같은 장소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고 나가는 순간 나의 자전거 안장에 쪽지 한 장이 붙어있었다. 이건 백 프로 그린 라이트라 생각했다.


요즘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 미모도 물오르고 있고 운동을 해서 자신감이 뿜뿜인 상태라 “이놈의 인기란” 속으로 생각을 했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쪽지를 확인하였다.

??

“아니 이게 아닌데..” 종이가 구겨진 이유는 민망해서 바로 주먹이 쥐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쪽지를 본 순간 민망함에 황급히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그림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었다. 집에 돌아와 거울을 한번 보니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온 나의 모습과는 달랐다. 나는 거울 속 원빈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거울 속 골룸이었다.


그래도 잠시나마 설렜던 경험이었다. 현실은 생각했던 것과 반대로 흘러갔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는 기죽지 않고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산다. 자신감은 나의 주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후 나는 그 카페에 다시는 갈 수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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