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버스 편
베트남에서의 버스는 도시에서 쉽게 보이는 교통수단이지만
베트남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버스를 이용하기란 상당히 두려운 게 사실이다.
아직 버스 안은 정류장 영문 안내가 없으며 베트남어로만 하고 있다.
하지만 여행자인 우리에게는 구글 지도가 있지 않은가
구글 지도에 보이는 버스정류장을 누르면 그곳을 정차하는 버스 번호가 보이며 버스 노선도 확인이 되고 심지어 도착 시간도 거의 정확하게 맞다.
또 다른 방법으로 하노이 기준 Tim Buyt이라는 앱은 영어와 베트남어로 하노이 시내버스 노선을 확인할 수 있다.
지도를 확대하면 버스정류장이 보이고 버스 종류, 그리고 그 버스가 언제쯤 도착하는지 버스의 이동 경로까지 모두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앱이다.
호찌민에서 버스를 처음 탈 때였다.
정류장에서 새색시처럼 가만히 있다가는 버스를 탈 수 없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라
내가 그 버스를 탈 것임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며 손을 들고 있는데
버스가 정차하는 것도 아니고 약간의 속도만 줄인 채 문을 여는 것이 아닌가
승차하는 문도 아니고 하차하는 문을 연 채로 멈춤 없이 버스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 속도에 맞춰 나도 움직이며 내부 기둥을 잡고 올라탔다.
눈치껏 앞에 있는 기사 아저씨 옆 요금통에 버스요금을 넣었는데 아저씨는 나를 또 부르는 게 아닌가
당황해하던 나를 대신해 누군가 영수증과 같은 버스표 나오는 버튼을 눌러주었다.
안도해하며 그렇게 탔던 나의 베트남 버스 첫 경험
그저 살짝 높아진 눈높이로 보는 도시였는데 내가 현지인이 된 것 같았고
도시는 여행지가 아니라 내가 매일 살아가는 공간이 된 것 같았다
택시나 개인차량과 달리 도시 곳곳에서 타는 다양한 승객들도 내 옆에 앉아 함께 우리는 달리니
내가 호찌민 시민인 듯한 착각도 들었다
내려야 하는 정류소에서도 승차 때와 마찬가지로 완벽한 정차를 하지 않았기에
거의 뛰어내리듯 긴장하며 내린 것을 제외하면 저렴한 금액에 도시 안을 다닐 수 있으니
얼마나 괜찮은 이동 수단이란 말인가
하노이에서 버스는 역시 이전 도시에서 해 본 경험 덕분인가 더 대담하게 이용하곤 했다.
호찌민과 달리 차 안에 승무원처럼 요금을 받고 표를 건네주는 사람이 있다.
그 혹은 그녀는 버스회사에 소속된 사람인 듯 버스기사와 같은 색상의 셔츠를 입고 버스 티켓과 돈뭉치를 들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타고 내리는 와중에도 누가 지금 정류장에서 탔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요금을 받으러 직접 움직인다. 월정액권을 끊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기에 그들이 제시하는 카드도 저 멀리서 파악한다. 확인했다는 끄덕임을 한번 보여주고. 현금을 받고 티켓을 주기 위해 움직일 때는 흔들리는 차 안에서도 완벽하게 균형을 잡는다.
가끔 그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제대로 쓰라는 안내도 해주며, 노인이 탔을 때 앉을자리가 없다면 버스 안에서 누군가를 지정해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게끔 하기도 한다. 그 누군가는 어린데 눈치 없이 편한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이가 대부분이다.
보통 시내버스는 7000동에서 9000동 사이의 버스요금을 받는다.
버스는 크기도 색도 다양하지만 버스 번호가 앞머리에 잘 보이기 때문에 자주 타는 노선의 버스라면 익숙해져 멀리서 오는 외관만 보고도 탈 수 있게 된다.
연식이 얼마나 된 지는 모르지만 사실 버스는 내외부가 한국인이 생각하는 쾌적함 하고는 거리가 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데 그랬다가는 버스가 싫어질 수도 있다.
에어컨에 낀 먼지를 보면 덥더라도 창문을 여는 것이 호흡기 건강에 이롭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
창틀과 손잡이를 본다면 내가 중심을 정말 잘 잡아서 가능한 터치하지 않다가 내려야겠다는 결심이 선다.
좌석이나 바닥도 과연 청소는 언제 하는 것일까 싶은 컨디션의 버스가 많다.
하지만 이런 구형 버스만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반가운 소식이 생겼다.
요새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도 반기는 신식 버스가 절대 강자처럼 등장한 것이다.
바로 빈그룹에서 만든 빈버스 Vin Bus 다.
빈그룹에서 짓는 대형 주거단지인 스마트시티, 오션파크시티, 로얄시티, 타임시티를 오고 갈 수 있는 버스를 만든 것인데 다행스럽게도 그 노선들이 하노이 시내 중요 지점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현재 8개 노선까지 만든 이 버스는 전기차에 저상버스라 친환경적이며 새것이기에 상당히 쾌적하게 탈 수 있다. 버스 내부에는 충전단자까지 있어서 이동하며 휴대폰 충전이 가능하다.
아무래도 기업의 이미지도 중요해서 인지 버스기사는 운전을 험하지 않게 하는 편이며 승하차도 천천히 시간을 두고 한다. 버스 승무원 역시 승하차 모두 인사를 해주며 다른 버스보다 친절함을 보이는 것도 빈버스를 타고 싶게 하는 요소인 듯 하다.
기존 버스정류장을 같이 이용하고 있지만 버스앱이나 구글에는 가끔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빈 버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노선과 버스 도착시간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노이 시내의 구석구석뿐만 아니라 서쪽의 스마트시티 홍강 건너 동쪽의 오션파크시티
그리고 하노이 시내 안의 로얄시티와 타임시티까지 거주하는 곳으로 이어주는 버스다 보니 하노이를 산책하고 구경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비용마저 7000동에서 9000동으로 기존 버스와 동일하니 노선이 겹친다면 무조건 새로 생긴 이 버스를 이용하게 된다.
너무 더운 하노이의 여름은 정류장까지 가는 길이 힘겨울 수 있지만
현지인들 사이에서 그 도시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저렴한 이동수단인 버스로 특별한 도시 구경을 떠나보시길
버스로 하는 도시 구경 주의사항
1. 출퇴근 시간은 피해서
_대도시는 어디든 정체를 피할 수 없다. 차가 밀려 버스 안에서 오래 기다릴 수 있고 만원 버스는 도시 구경과도 거리가 멀기에 오전 7-9시 / 오후 4-7시는 피할 것
2. 버스 안 역시 소음 취약 구역
_크락션은 베트남에서 일상이다. 거리에서도 많이 들리지만 버스 안도 다를 바 없다. 가끔 버스 안에 EDM 같은 알 수 없는 음악을 크게 켜고 달리는 기사들도 있다. 내려야 이 소음은 끝난다
3. 승하차는 신속하게
_일부 버스는 승객이 승하차를 할 때 완벽하게 정차하지 않는다. 버스 속도에 맞춰가며 안전바를 잡고 재빨리 타고 내리는 기술이 필요하다. 승하차 문이 있음에도 하차문만 열어 승차와 하차를 하는 버스도 많다. 눈치껏 승차하라
4. 버스 정류장의 열악함을 이겨내기
_ 덩그러니 정류장 표지만 있는 곳도 있다. 비나 햇빛을 피할 수 없는 곳도 있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그랩 바이크나 쎄옴 기사가 탑승을 권유하며 말을 걸기도 한다. 단호한 'Khong 콩'을 외치시길
5. 요금은 작은 단위의 금액 준비
_1만동 이하의 버스 요금이기에 50만동과 같은 고액권은 버스에서 거스름돈 받기가 어렵다. 20만동을 낸 한 사람은 승무원에게 한 번에 거스름돈을 받지 못했고 결국 뒤이어 탄 탑승객들이 내는 돈을 모으고 모아 어렵게 받는 모습을 보고 느낀 중요한 포인트다.
6. 버스 안 상황 잘 살피기
_노약자에 대한 배려가 살아있는 아름다운 나라다. 노인분들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이 탔는데 즉각 일어나지 않는다면 콕 찝혀 일으킴을 당할 수도 있다. 뒤에 자리가 남아있더라도 마찬가지다. 이건 내가 외국인이라서가 아니다. 탑승하자마자 편히 앉을 수 있는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강제로 일어나야 할 수 있으니 그런 자리를 피해 미리 앉는 것도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