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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May 11. 2022

사람 쉽게 잘 안 바뀐다.

-엄마의 자책 일기-

도대체 엄마 노릇이란 걸 얼마나 더 하고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건지 모르겠

이제 꽤 중심을 좀 잡은 줄 알았데 말이다.



큰 딸이 열세 살, 작은 딸은 열두 살

금메달이라고 하게 딸만 둘,  20개월 터울 연년생이다. 아들 키우기보다  딸 키우기가 수월하다고들 말한다. 나는 그런 딸만  둘이니 어디 가서 애 키우기 힘들다는 말은 꺼내기도 민망하다. 게다가 큰 딸은 어디다 내놔도 빠질게 없이 딱 봐도 큰 딸처럼 자라준다. 제 할 일 미루는 법 없이 척척 한다. 적당히 공부도 잘해주고, 적당히 연예인 덕질도 하고 키와 외모에 관심도 적당해서 옷도 적당하게 입을 줄 안다.  시간 개념도 철저해서 학교며 학원이며 시간에 늦는 법 없다. 늘 듣는 말은 '예쁘다. 단아하다. 성실하다. 똑똑하다' 심지어 '뛰어난 아이'라는 말까지 들어주니 감지덕지할 따름이다.



  이런 딸이 둘이면 내 인생이 너무 심심할까 봐.. 신은 나에게  좀 다른 딸을 하나 더 주셨을까?



작은 딸은 나에게 '분노와 화'를 자주 느끼게 하는  폭탄이다.(어젯밤에도 폭발을 해서 이러고 주절거리고 있다.)

 일단 또래보다 작다. 유전적인 요소(엄마인 내가 작음)도 있겠지마는 아이가 뭘 좀 먹어야 크든 말든 할게 아닌가... 입이 짧다. 짧아도 너무 짧다. 이유식을 먹어야 할 시기부터 이유식에 실패했고 모유만 14개월까지 주구장창 먹어대더니 밥이라는 건 입에 잘 대지 않는 아이다. 밥 종류는 얼마 안 먹으면 그냥 배가 부르다고 해버린다. 그리고는 밥이 아것들로 배를 채운다. 내가 볼 때 몸에 이로울 게 하나도 없는 것들... 치킨, 면류, 젤리, 사탕.  밥시간만 되면 전쟁이다. 아이에게 밥을 좀 먹자는 말을 얼마나 더 해야 할지.. 지 배가 고프면 먹는다지만. 어디 그게 맘대로 되던가.  단호하게 식습관을 들이지 못한 내가 문제다.


  하루 사용 시간을 정해서 유튜브를 본다거나 게임을 한다거나 하기로 했지만 그것도 어느새 어기고 자기 마음대로 쓰기 시작한다.  핸드폰 중독까지는 안되게 하려고 핸드폰 통제하기 바쁜 부모 맘은 알지도 못하고 자기가 재밌으면 사용시간 훌쩍 넘어 사용하고 그다음 날 사용 시간을 차감한다고 큰소리를 치곤 한다.  그런 맹랑함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규칙대로 철저하게 지켜주는 큰 딸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니 비교가 되고 내 속이 탄다.  핸드폰을 초4에 사준 내가 문제다.


  나름 영어 학원은 2년 정도 열심히 다녀주더니 이제 그것도 지쳤다며 학원은 그만 다니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자기 생각이 확실하니 때 되면 하겠지 싶어 아이의 의견도 존중해주었지만 아이 공부에 구멍이 날까  엄마맘은 애가 탄다. 그래서 나름 집에서 공부를 좀 시켜볼까 다시 엄마표를 이틀 하고서 생각했다. 역시 미친 짓이다. 엄마도 성질 나빠지고 애도 상처받고.. 역시 그냥 학원 가는 게 낫다 싶다.




 

  책 꽤나 읽어서 중심이 좀 잡힌 줄 알았다. 내가 좀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나름 내면이 좀 굳건해진 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또 흔들린다. 아니.. 흔들리는 게 아니라..

원래 나란 사람이 이랬던 거다. 중심도 없고 귀도 팔랑팔랑 하고 마음은 약해 빠져서 뭐하나 독하게 하지도 못하고 나는 그런 사람이었던 거다. 그래서 밤톨만 한 딸 하나 식습관도 못 잡고 스마트폰 사용습관도 못 잡고 공부습관도 못 잡았다.  도대체 얼마나 읽고 쓰고 나를 단죄하면 내가 좀 잡히고 중심이 서서 단단한 엄마가 될까 모르겠다.


오늘은 자책으로 시작하는 날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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