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힘든 노동을 했다거나 등산을 했다거나 한 것도 아닌데 왼쪽 무릎을 기준으로 뒤쪽 근육들이 위 아래로 당기는 통증이 느껴졌다. 2주 정도 느낀 통증은 3주 차가 되어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정도 뻐근하게 느껴지는 통증은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진다고 생각하고 넘겨버리곤 한다. 어느 일요일은 푹 낮잠까지 자고 일어났는데 더 심하게 아팠다. 뭔가 느낌 이상하다...
병원가는 게 너무 싫다. 아니 사실 좀 귀찮다(병원가는 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히 게으른 편). 그래서 매번 몸에 어디에선가 신호를 보내도 2~3주는 기본으로 무시하다가 병원에 간다. 이번에도 3주는 늦게 병원행을 선택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뼈가 이상한 느낌은 아닌데, 어느 과를 가야할지 애매해서 종합 병원으로 갔다. 데스크에서 정형외과 진료를 먼저 받는게 순서라고 한다(이때까지도 내 마음에서는 하지정맥류를 의심했다)
내 나이 마흔 네살에 처음으로 내 신체의 비밀을 알았다.
"왼쪽 다리 뼈가 오른쪽 다리뼈보다 1센치 이상 짧습니다. 1.5센치 정도 차이가 나요. 그동안 못 느끼셨나요?"
"네, 전혀요~~(10센치도 아니고 1센치조금 넘는 차이를 어떻게 알지? )"
세상에나 나는 키도 작은데 뼈길이도 짝짝이란다.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난거라고 한다. 왼쪽 뼈가 오른쪽보다 짧아서 내 몸은 왼쪽으로 더 쏠리게 되어 있고, 현재 나는 그래서 골반이 틀어지고 척추가 살짝 틀어지는 중이라는 의사의 말, 심해지면 디스크가 올거라고...
퍼즐 맞추듯이 나의 생활습관들을 더듬어 맞추어 봤다.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건 기본이고 거기에 늘 왼쪽 다리를 접어서 의자에 올려 앉았다.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을때도 내 왼쪽 다리는 구부려서 한쪽에 올려야 편하다. 그동안 나의 그런 사소한 생활습관들은 다 나의 짝짝이 다리 길이에서 비롯되었고, 그 습관의 시간들은 쌓여서 이제 나의 골반 양쪽은 높이도 안맞고 틀어졌고, 척추도 틀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해결책으로 신발 한짝, 왼쪽에만 1.5센치 깔창을 깔아서 다리의 높이를 맞춰주고, 실내에서도 왼쪽에만 깔창을 덧대어 실내화를 신고 생활하기 시작했다. 약도 먹기 시작했고 4일에 한번씩 다리에 주사도 맞는다.
내 몸도 완벽한 대칭이 아니었구나. 다리 길이도 짝짝이로 균형이 맞지 않으면.. 나쁜 생활습관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쌓이면 이렇게 문제가 터지는 구나..
일과 여가의 균형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너무 일만 해서 워커홀릭이 되면 그 사람은 삶의 여유를 모르고 인생을 즐길 줄도 모른다. 일하다 죽는다. 너무 여가에 빠지기만 해도 문제다. 맨날 여가만 즐기며 놀기만 할 수도 없는 문제 아닌가? 쉬기만 해도 지겹고, 쉬고 놀래도 돈은 필요한데 그 자금은 어디서 충당할 것이며(돈 많은 백수가 아니고서야). 그래서 우리는 일과 여가(혹은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 워라벨이라는 말이 뭐 괜히 나왔겠나? 그런데 사람은 두 가지를 아주 똑같이 50:50으로 나눠서 균형을 딱맞추기가 참 어렵다. 그래서 늘 고민고민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어느 시점에는 일에 빠지고 앞만 보고 가다가 어디 한군데 구멍이 나고 탈이 나면(몸이 아프든, 정신적으로 탈진이 되든) 다시 나를 돌아보고 삶을 돌아보며 균형을 생각하게 된다. 내 몸의 왼쪽 오른쪽 뼈길이가 균형이 맞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처럼 말이다.
시댁과 친정의 균형의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결혼한 여자에게 시댁은 영원한 숙제 같기만 하다. 시부모님이 친정부모님같다는 사람은 전생에 엄청한 덕을 쌓은 사람들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해본다. 나는 결혼한 시점부터 시어머니가 안계셨고, 시아버지가 혼자 계신집이었는데 결혼하고 10년을 막 넘어서 돌아가셨다. 그 시간 동안에 나는 시댁과 친정의 균형 문제로 늘 생각이 많았다. 엄마아빠가 다 있는 집에서 엄마가 챙겨주는 당연한 것들을 시댁에 가서는 받아본 적이 없었고, 누릴 수 없다보니 시댁은 자연스레 가기 싫었다. 시댁에 가면 있던 애교도 사라졌고 말수도 적어졌다. 친정에만 가면 그렇게 재잘재잘 하하호호하는 나의 모습과 너무나 불균형이다보니 남편은 그런 나를 보면서 기분은 좋지 않았을 게 뻔하다. 어떻게 하면 시댁에서와 친정에서의 모습을 똑같이 하고, 마음쓰는 것도 똑같이 50:50으로 하면서 살 수 있을까하는 문제가 있다.
워킹맘과 주부엄마에서 균형의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일을 하는 여성, 내 일을 하는 엄마가 되는 것은 내 삶에 그냥 너무나 당연한 문제였다. 단 한 순간도 그냥 집에서 살림만하거나, 아이만 케어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적이 없다. 그래서 당연히 내 일을 하고 그 일을 통해 내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이 나에게는 참 중요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몸으로 아이를 둘이나 낳았고, 엄마가 되었는데, 엄마에게 주어지는 일은 왜 이렇게 많은 건지.. 나 하나만 생각하며 내 일을 하는 삶과 내 아이를 케어하는 문제에서 불균형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잘 먹이는 문제, 잘 입히는 문제, 공부시키는 문제, 핸드폰을 적절히 통제하는 문제 등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일을 하면서 그런 문제들까지 똑같이 관심갖고 균형있게 잘한다는 것은 식상한 표현같지만 슈퍼우먼이 되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일에 집중하다보면 내 아이의 식사나 공부에서 구멍이 나고, 그렇다고 내 아이만 챙기려다보면 내 일에 집중도가 떨어진다. 똑같이 50:50으로 잘하는 여성이 있다면 그 여성에게 진심으로 '위대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 다리 뼈의 길이가 짝짝인 걸 이제서야 알았다. 짝짝이로 균형이 맞지 않으면 어딘가 반드시 탈이 나고 아프다. 마음에도 , 생활에도, 관계에도, 모든 부분에서 균형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늘 어렵다. 맞추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