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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Jun 22. 2022

 두 사람

인생을 잘 산다는 것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그랬는데,  딱 10년을 살았다. 광주의 이 동네에.

강산이 변할 만큼의 시간을 거슬러 알게 된 두 사람, 한 사람은 공방을 하는 사람이고, 한 사람은 공방을 다니던 사람이다. (나무로 작은 소품부터 가구까지 만드는 수업도 하고, 주문제작도 받는 곳이었다)


   공방을 하던 사람은 공방을  오픈한지 3년 만에 건물주가 세를 올려달라고 한다며 건물주를 악덕건물주라고 욕하고 공방문을 닫아버렸다.  오픈해서  몇 달은 공방에 사람들이 참 많았다. 동네에 그런 곳이 없었고, 공방장의 손끝이 야무지고 솜씨가 좋아서  주문제작도 많이 했다. 그런데 1년 즈음 지났을까... 목공 수업을 받기 위해  공방에 가는 사람이 서서히 줄기 시작했다. 주문 제작도 거의 없다는 게 눈에 보였다. 공방문이 닫혀 있는 날들이 늘어갔다.  결국은 문을 닫았는데, 공방장에 대해서 안 좋은 말들만 들려왔다. 공방장의  솜씨가 아깝다 싶게  주변의 사람들은 등을 돌렸다.


공방을 다니던 사람은 공방을 하는 사람에게 목공을 배우러 다니면서  친분을 쌓았고 자신의 고민 상담을 많이 했다. 공방장에게 자신의 힘든 상황들, 남편과의 문제, 아이 양육의 어려움이야기했다.  멀쩡한 직업, 심지어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교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아주 당당하게 잘 살고 있었는데, 공방에 가서 고민을 이야기하고 난 이후  그 사람은  가정불화에 시달리고, 아이는 지능과 정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아이라고 말이 돌았다(전혀 사실과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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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40대였던 공방장은 50대가 되었고, 30대였던 공방을 다니던 사람은 40대가 되었다.

나이만 먹은게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안타깝게도 큰병이 생겼다.


공방장이 아프다는 소식이 귀에 들리는데 걱정하는 말들은 잘 들리지 않는다. "맘보를 나쁘게 쓰니 아프네, 벌받네" 라는 말들을 한다.

공방을 다니던 사람이 아프니 내 몸이 아픈거처럼 걱정하고 내 가정이 힘들어진 것처럼 음식을 해다 주기도 하고 후원을 하기도 한다.



 두 사람이 아픈데  한 사람에게는 누구도 마음 아파하지 않고, 한 사람에게는 손잡고 눈물을 흘려주고 있다.




인생을 잘 산다는 것은,

타인의 아픔을 가볍게 입에  올리지 않는 묵직함,

내 주변의 사람들과 사소한 다정을 나누는 마음,

다정하되 동정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마음,

지금 받는 약간의 손해를 너무 계산하지 않고 나눠주는  마음들이 쌓여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달아본다.


두 사람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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