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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Jun 21. 2022

오래 엎드린 새가 높이 날아오른다

복구자 비필고 할 현정이에게

현정아.

언니 편지가 좀 늦었지?. 행복을 줍자고 첫 편지 쓰고 난 이후에 제주에 다녀왔는데, 제주에 가서 행복 줍는다고 체력을 다 써버렸는지 4일 다녀와서 이틀은 꼬박 몸살 났어. 그리고  일주일쯤 노느라 구멍 난 일들 메꾸느라고 글쓰기를 좀 뒤로 미룬 거 같아.  3주 안 는데 브런치가 멀게 느껴지려 하더라. 역시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해야 뭘 해도 하겠다 싶어.


 너도 알듯이 나는 아이들 책을 좋아하는데, 특히 역사동화가 그렇게 재밌고 참 좋다. 역사동화라고 하면 우리 어릴 적 읽던 '위인전' '전기문' 이런 거 떠올리는 사람도 많던데, 요즘은 그런 책보다는 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거나 역사 속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가 많아. 난 특히나 그런 책들을 좋아하고 말이야. 내가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라 그러겠지? 위대한 영웅은 못될 거 같고 말이야.


이번 주에 한윤섭 작가님의 '너의 운명은'이라는 책을 읽었거든.


<너의 운명은> 한윤섭 글, 백대승 그림, 푸른숲주니어


 '복구자 비필고'입니다.
오래 엎드린 새가 반드시 높이 날아오른다는 뜻입니다.

.
.
"그건 아닙니다. 답답해서 왔습니다."
"누구나 답답하다."
"어르신께서도 답답하십니까?"
"매일 속 시원히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 그래, 무엇을 하며 살고 싶으냐?"


  1910년대 우리가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는 시절을 살아가는 어린아이 '수길'이는 엄마와 단둘이  아주 가난하게 살아. 아빠는 의병운동으로 죽었고, 엄마는 바느질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하루하루가 늘 궁핍해. 그러나 그 시절에도 부자는 있게 마련이지. 마을에 안부자라는 아주 큰 부자가 있는데, 묘자리를 잘 써서 부자가 됐다는 소문을 듣고 수길이도 명당자리를 찾아야 하는 걸까 생각을 해. 그리고 부자를 찾아가게 되지. 그리고 대청마루에 걸린 현판에서 '복구자 비필고'라는 글자를 읽게 돼.



현정아.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로 나이가 마흔을 바라보고 있잖아. 탄탄한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집안 살림하고, 자식 돌보기에만 집중해도 누구도 타박하지 않을 텐데...

너는  아마도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집안 살림도 먼지 없게  말끔하게 정리하고 나서  식탁에 다시 앉을 거야. 그리고 책을 펴고 읽고 쓰고 하겠지? 그런 너를 보면서 남편은 그러겠지? "피곤한데  그냥 자~왜 그렇게 피곤하게 살아?"

   그럴 때 넌 답답하지(어떨 땐 화도 나). 넌 이런 운명을 살고 싶진 않았을 거니까. 누구의 엄마나 누구의 아내로서 보다는 '이현정'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강한 사람이니까. 그래서 지금 너의 시간들이 엎드려 있는 시간으로만 느껴질 수도 있어. 날고 싶은데, 언제 훨훨 날 수 있을까? 아직은 훨훨 날지 못하는 것만 같아서 답답하고 말이야.

 

맞지? 왜 그렇게 잘 아냐고?

언니가 그랬거든. 30대 후반에 말이야. 언제까지 이렇게 엎드린 채 살아야 하지 그랬어. 그러면서 나의 일을 만들기 시작하고 책을 읽고 뭔가를 사부작사부작거릴 때 하루하루 날짜를 셌어. 마치 아기 태어나고 며칠 지났느지 세는 엄마처럼 말이야. 블로그 시작한 지 며칠, 책 읽기 시작한 지 며칠, 독서교실 시작한 지 몇 개월.. 이렇게 말이야. 3년까지 아주 열심히 센 거 같아. 하루하루 한 달 한 달.. 그런데 어느 순간 날짜 세는 걸 잊었더라. 왜 그랬을까? 내가 조금씩 날기 시작한 거 같아. 그래서 엎드려 그걸 셀 시간이 없었어.


현정아. 그럴 거야. 너도.

네가 아이 키우고 집안 살림 챙기느라 엎드려 있던 시간이 길게 느껴졌겠지만 아마 그 시간만큼 높게 날 거야. 그리고 어차피 인생을 속시원히 사는 사람은 없다고 하니.. 너무 답답해하지는 말자!!!


추신: 우리 이번에 읽는 '바보 빅터'도 아마 큰 힘이 되어줄 거야. 내가 그 책을 읽고 엄청 힘을 얻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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