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자격증의 허와 실 1
전문성을 의심하게 했던 협회장의 실체
교사자격증과 학위 하나 가지고 세상에 나왔는데, 막상 무언가를 하려니 늘 한계에 부딪혔고 스스로 부족함도 많이 느꼈다. 그래서 참 많이 배우러 다녔다. 독서심리지도, 독서지도, 독서논술지도, 역사지도방법, 역사논술, 시간관리, 하브루타 교육, 버츄프로젝트, 강연 모임, 어린이책 연구 등등
나는 배움에 대한 갈증이 많고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배울수록 나의 갈증은 해소되는가 싶다가 이내 또 다른 갈증으로 찾아왔다. 그래서 하나가 끝나면 또 하나, 이게 아니었나 싶으면 다른 것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5년 즈음 흐르니 배운 것들 사이에서 하나하나 연결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배운 모든 것들은 나의 일상과 하고 있는 일에 시너지가 되어주었다.
BUT
배움의 시간 속에는 배움의 즐거움만 있었던 게 아니다. 학교 밖에서 취득하는 민간자격증들의 허와 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자격증이든 '기본-심화', 혹은 '2급-1급 -전문가' 이런 식으로 레벨을 나누어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간단한 시험을 치른 후에 자격증을 취득한다. 교육과정이란 자격증 발급기관으로 등록된 기관에서 정한 일정한 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간단한 시험을 치르면 된다. 그리고 자격증 발급 비용을 따로 내면 자격증이 나온다. 처음엔 왜 자격증 발급비용까지 따로 받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이유는 그 기관에서 자격증 발급을 관리하기 위해 매년 '등록세'라는 것을 관할 시에 납부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발급 비용이 등록세보다는 비싸다)
민간자격과정의 전문성을 의심하게 했던 첫 번째 이야기
10여 년 전 우연히 도서관에서 '독서치료'라는 책을 발견하고 강하게 끌렸다. '독서치료'라는 학문의 분야가 있는지도 잘 몰랐던 때였다. 독서는 그냥 하면 되는 건 줄 알았고, 책을 읽으면 내가 좀 나은 사람이 되는 정도의 인식만 있을 때였다. 나의 전공은 사회과교육(일반사회)이었기에 사회과와 관련한 분야 외에는 잘 몰랐고 거기에 교육학 조금 더한 정도의 지식만 있었다. 그런데 '독서치료'라는 것은 참 강렬하게 다가왔다. 책 한 권으로 사람의 마음이 치유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폭풍 검색을 하면서 배울만한 과정을 찾았다. 평생교육의 붐으로 각종 민간자격이 등장하던 시기였기에 마음만 먹고 내가 조금만 움직이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시기였다. 마침내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독서와 심리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자격증이었다(정식 명칭은 밝히지 않겠음). 그 당시 아이가 너무 어렸고 아이의 심리에 대해서 너무나 궁금하던 때였다. 아이 심리만 궁금했겠나? 육아를 하면서 늘 우울감에 시달리던 내 심리(마음)도 답답하니 그 마음을 알아서 달래고 싶었다. 그러다 발견한 그 자격증 과정은 '독서치료'와 비슷한 선상에 있는 듯 보였다. '그 자격증을 발급하는 협회의 이름에 '독서치료'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그러면 망설일 것도 없었다. 당장 문의를 하고 찾아갔다.
때마침 그 협회의 협회장이 3일간 직강을 한다고 했다. 그 직강을 들으면 교육과정 수료가 인정되고 시험만 보면 자격증을 딸 수 있다고 했다(이렇게 쉬운 거였어?) 일단 협회장이라고 하니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장이란 학교 다닐 때 교장, 대학교 총장 말고는 몰랐던 때였으니까. **대학교 상담전문대학원 독서치료과정 석사 출신이라고 했다. 나도 석사지만, 전공이 전혀 다르니 배울 게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직강을 신청했다.
그런데 협회장의 직강은 가관이었다. 3일 동안 내가 들은 것은 독서치료에 대한 어떤 전문 지식을 배운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인생사라고나 할까? 도대체 학부에선 뭘 전공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운명적으로 상담대학원에 가서 상담 전공자들이 선호하지 않았다는 '독서치료'를 자기가 전공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마치 자기의 성공기를 들려주러 온 사람 같기도 했다. 동네 도서관에서 경단녀들을 모아서 단체를 만들었고 그것이 협회가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자격증 과정을 등록해서 경단녀들에게 자격증을 따게 하고 이렇게 자기는 협회를 이끄는 사람이라는 과시만 했다.
자격증 과정에 해당하는 교재는 더 할 말을 잃게 했다. 그 협회장이 직접 집필했노라고 강조했던 그 교재. 그 교재를 받아 든 나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비록 임용시험에 떨어졌지만, 교육학 전반을 공부했던 나로서는 그 교재에 실린 교육이나 상담에 관한 이론들이 너무나 빈약해 보였다. 중등임용고시생이라면 누구나 들고 다녔을 두터운 교육학 책에서 '교육심리' 파트만 살짝 뽑아서 워드 작업을 한 제본 책일 뿐이었다. 차라리 어떤 책에서 인용했는지 출처라도 정확히 밝혔다면 신뢰가 생겼을까? 그걸 교재라고 하고 돈을 받고 팔았고. 그걸로 공부해서 시험을 보라고 했다.
자격증 과정에 신청한 30만 원의 돈이 아까워서 시험까지 보고 자격증을 취득하긴 했다. 나의 첫 민간자격증 취득이었다. 10여 년 전 웬만한 민간자격증 과정은 30만 원이었고 별도의 교재비와 발급비가 존재한다.
이후 이 협회의 행태는 더 실망스러웠다. 이 자격증의 유효기간이 1년이라고 하면서 매년 자격증을 갱신하기 위해 일종의 심리상담수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 수련에도 비용은 당연히 있었다. 벌이가 크지 않았던 나로서는 자격증 과정을 하나 수강하는 것도 큰 결심을 했는데 매년 비용을 내며 매년 자격증을 갱신하라니.. 그렇다고 해서 그 비용이 아깝지 않게 교육을 받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상담학 박사에 전문 상담사도 아닌 사람이 상담전문대학원을 수료만 한 사람이 협회장이라고 하면서 수많은 경단녀들에게 허술한 교육을 제공하고 교육비를 받는 것은 마음 약한 경단녀 육아맘들을 두 번 울리는 행위로만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 협회의 활동을 오래 하지 않고 중단했다. 그리고 그 협회와의 모든 인연을 끊고 나 홀로 독서치료에 나섰다. 매일 아침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도서관에 가는 것! 그리고 아이를 하원 시키러 가는 시간까지 도서관의 책들로 나는 나를 조금씩 치유해 나갔다.
---민간자격 자격증의 허와 실 2는 다음 주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