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무 책동무 현정이에게
요즘 이 언니의 시간은 정말 아무래도 로켓이 되어 버렸나봐. 1년을 시작하는 봄에 느끼는 시간의 속도와 여름을 지나 가을에서 겨울 즈음으로 가는 때에 느끼는 시간의 속도는 또 다른 것 같아. 너를 만나던 지난 봄에만 해도 2022년이 어떻게 펼쳐질까나 하는 기대감이 컸던 시작점이었던 거 같은데, 어느새 2022년이 백일도 안남았다고 하고,나에게 하루 하루가 너무 짧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이번 달 편지도 이렇게 9월을 며칠 남겨놓고서야 쓰게 되었네.
요즘 우리가 함께 읽고 있는 '파랑새'를 읽다가 어제 9장에서는 눈물이 터지고야 말았어.
<파랑새> 모리스 마테를링크, 시공주니어
어떤 기쁨과도 비길 수 없는 기쁨은 '모성애'라고 말해주는 행복의 말에 나는 두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나의 모성애를 돌아보게 되었어. 현정이처럼 내 엄마의 모성애도 당연히 떠올랐고 말이야(이 이야기는 다음에).
난 늘 이 옷을 입고 있었어. 다만 너희들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야. 마음의 눈이 닫혀 있을 때는 아무것도 볼 수 없지.
자식들을 사랑하는 엄마들은 모두 부자란다.
가난하지도, 추하지도 않고, 늙지도 않지.
엄마의 사랑은 모든 기쁨들 가운데 가장 아름답단다.
엄마들이 슬플 때 자식들이 한번 입맞춰 주면,
모든 눈물이 엄마들의 눈 속 깊은 곳에서 별이 된단다.
-모리스 마테를링크 <파랑새> 4막 9장 중에서-
2010년에 큰 아이를, 2011년에 작은 아이를 낳고 육아맘에 들어선 나는 두 아이에게 충분히 사랑을 주지 못했던 거 같아. 두 아이를 돌보기에 나는 너무나 체력적으로 약했고, 무너진 자존감이 하루 하루를 지탱해나가는 것조차도 힘들었던 거 같아. 그래서 아이는 참 귀엽고 예쁘지만, 그 예쁨에 대한 충분한 사랑을 주었는지는 자신있게 말을 못하겠어. 그래서 나는 그 때 우리 아이들 사진을 보면 눈물이 나곤해. 그 때의 감정이 올라오기 때문인 것 같아.
어떤 날은 아침이 밝아오는 게 참 무섭기까지 했지. 이 아침에 눈을 뜨면 또 나는 두 아이의 먹거리를 챙겨야 하고 기저귀를 갈아야 하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운 아이의 언어를 해석해야 하고.. 그 와중에 욕심은 있어서 괜찮은 육아 용품도 검색해야 하고, 좋다는 책도 봐야 했고.. 별거 별거 할건 많지만 본질은 빠져 있는 껍데기처럼 나는 그렇게 시간을 보냈던 것도 같아.
파랑새에서 '모성애'가 틸틸과 미틸에게 '다만 너희들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야. 마음의 눈이 닫혀 있을때는 아무것도 볼 수 없지'라고 하는 말은 마치 나에게 하는 말처럼 가슴을 때리더라.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지만, 내 마음의 눈이 닫혀 있어서 아이를 온전히 사랑으로 보지 못했던 지난 날의 내가 보였던 거 같아.
그때 내가 이런 문장들을 만났다면 내 모성을 덜 의심하며 내 아이를 더 사랑할 수 있었을까? 이제라도 더 늦기전에 이런 문장을 만나 내 모성을 다시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다.
<육 센치 여섯 살>프로젝트
키는 육 센치 나이는 여섯 살 차이 두 여자. 마흔이 넘어 인생을 조금 알게 된 육 센치 작고 여섯 살 많은 언니와 인생을 좀 안다는 나이 마흔이 되기를 갈망하는 육 센치는 크고 여섯 살은 적은 동생이 책 이야기를 편지로 주고받습니다. 언니는 독서교실 선생님으로 동생은 그림책 활동가로 살아갑니다. 책을 매개로 삶을 성찰하고 글을 쓰며 마음을 나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