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혹시 수학과외선생님 아시는 분 있으세요?"
"아. 수학과외선생님이요?.. 글쎄요,"
"우리 지훈이가 지금 수학 학원이 안맞는 거 같아서요. 아빠가 어제 지훈이 수학문제지를 보더니 애가 가방만 메고 다니냐고 혼을 내고 난리가 났네요. 지훈이 울었어요."
독서교실에 3년째 다니는 지훈이 엄마와 통화를 했다. 아이가 수학학원을 세번째 옮겼는데, 이번 학원도 맞지 않는 거 같다는 것이다. 수학 문제지를 보니 한숨만 나오고 얼마 전에는 수학학원에서 너무 오지 않아서 전화를 했더니 3시간째 남아서 문제를 풀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이가 수학을 뾰족히 잘하지 못하니 큰일이라는 것. 그래서 차라리 1대1로 하는 과외를 붙여주면 좀 나아질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어머니, 음.... 지훈이 있잖아요.. 수학학원을 좀 쉬는 건 어떨까요? 이제 중학교 입학하는데, 두 달 정도 쉬고 중학교 입학한 후에 고민하시면 어떠세요? "
이 무슨..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말인가...일개 학원 선생이 학원을 쉬라고나 하고 있다니... 그것도 내 학원도 아니고 다른 학원을??
"그러다 더 뒤쳐지면 어떡해요~~ 지금도 잘하는게 아닌데....다른 애들 다 다니는데, 자기만 안다니다가 더 떨어질까봐요."
"어머니~ 두 달 쉰다고 큰 일 안나요~ 공부라는게 길게 하는 거 잖아요. 이제 중학교 가는데, 잠깐 쉰다고 큰일 안나요~ 쉬는 시간을 가져야 다시 달리죠~제가 공부를 되게 오래해봤잖아요. 안쉬면서 공부만 하면 그거 더 못해요."
지훈이가 학원 순례를 하면서 학습된 무기력이 쌓여가는 것의 밑바탕에는 '엄마의 불안'이 깔려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뒤쳐질까봐. 다른 아이만큼 못할까봐, 옛날에 나처럼 수학을 포기할까봐.. 그래서 아이가 지치고 피곤해하는게 보이지만 쉬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자신의 그 불안을 잘 읽어내지 못하거나, 알지만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는 아이에게 유명한 학원을 보내주는 것이 아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부모의 사랑법이라고 포장을 하기도 한다.
"어머니가 불안하신 거네요. 어머니가 불안해서 못쉬게 하는 거잖아요. 지훈이 충분히 잘하는 아이고, 쉬고 나면 충전되서 더 잘할 거 같은데~~ 지훈이를 좀 믿어주세요. 그리고 어머니 마음을 좀 편하게 가지시면 좋겠요"
나는 또 선을 넘었다. 수학과외 정보를 얻으려고 전화한 엄마에게 자신의 불안을 다스리라는 이야기로 결론을 내렸으니 말이다.
모르겠다. 자꾸만 나는 어디까지가 나의 선인지를...
아이가 지치고 아파하는게 눈에 보이고, 마음을 콕콕 찌르는데, 그 아이에게 빡쎈 과외쌤 전화번호를 알려주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매 일, 매 달, 매 년, 하는 거지만,
나는 또 나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또 느낀다.
"내가 교사인가? 강사인가? 선생인가? 아니면 상담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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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