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고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의 힘
아들아,
요즘 아빠가 너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괜찮아. 실수해도 돼. 다시 해보면 돼.”
세상은 자꾸만 완벽을 요구해.
틀리지 않고, 누구보다 잘해야 한다고.
하지만 아빠는 살아오면서 알게 됐단다.
가장 큰 성장은 완벽한 순간이 아니라,
실수하고도 다시 일어설 때 찾아온다는 걸.
아빠에게도 그런 날이 있었어.
해양커뮤니티 연구소에 근무하던 시절이었지.
정부 연구 과제 입찰을 위한 중요한 발표 자리.
해양수산부, 평가위원들, 경쟁기관, 그리고 모든 시선.
정말 철저하게 준비했어.
슬라이드를 다듬고 시뮬레이션도 수십 번 했지.
하지만 단상에 서자마자
프레젠테이션의 흐름이 한순간에 사라졌어.
순서를 까먹고, 머릿속이 하얘졌지.
슬라이드는 멈춰 있고, 사람들은 조용히 아빠를 지켜보고 있었어.
심장은 쿵쾅대고, 손은 식은땀으로 젖었지.
그때 아빠는
작게 한숨을 쉰 후,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했어.
“죄송합니다. 제가 순서를 잠시 헷갈렸습니다.
잠깐만 정리하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한마디에,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어.
누군가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기다려줬어.
아빠는 다시 처음부터
차분히 마음을 담아 발표를 이어갔단다.
그날 이후 아빠는 자꾸 자책했어.
“팀원들에게 미안하다.”
“실수로 점수를 잃었을 거야.”
그런데 발표를 함께 지켜본 후배가
작게 말을 건넸지.
“팀장님, 오히려 그 솔직한 순간에서
진짜 전달이 시작된 것 같았어요.”
며칠 후, 심사 결과가 나왔고
우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어.
아빠는 그때 확신했지.
완벽한 발표보다, 흐트러져도 진심을 담은 말이 더 멀리 간다는 걸.
실수해도 회복하는 구조 만들기
이후부터 아빠는
프레젠테이션을 완벽하게 외우는 대신
실수해도 회복 가능한 구조를 설계하기 시작했어.
초반에는 ‘안전지대’로,
중간엔 흐름을 다시 잡을 수 있는 핵심 문장으로,
마지막엔 나 자신을 숨기지 않는 결론으로.
그리고 발표의 대상이
‘심사위원’이 아닌
‘같이 문제를 풀어나갈 파트너’라는 감각을 갖도록 했지.
그때부터 발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마음의 구조가 되었어.
몇 년 뒤 또 한 번,
중요한 발표에서 기술 오류로 화면이 꺼졌어.
슬라이드도, 자료도 사라진 상황.
하지만 그날 아빠는 이렇게 말했어.
“여러분, 자료는 꺼졌지만,
제 마음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웃었고,
오히려 발표는 더 편안하고 따뜻한 흐름이 되었지.
발표가 끝난 후 한 실무자가 다가와서 말했어.
“이렇게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발표는 처음 봤습니다.
오히려 더 인상 깊었어요.”
그때 아빠는 느꼈어.
실수해도 괜찮아.
다시 마이크를 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용기라는 걸.
하지만 아빠에게는
실수를 숨기려다 더 아팠던 날도 있어.
초창기 NGO에 있을 때,
한 기업과의 첫 미팅 자리였지.
준비는 철저했지만,
상대가 전혀 반응하지 않았어.
그때 아빠는 당황하면서도
끝까지 ‘괜찮은 척’만 하며 미팅을 억지로 끌고 갔어.
그리고 그 이후, 그 기업과의 연결은 끊겼지.
그 자리에서 솔직하게
“핵심을 놓친 것 같습니다. 다시 정리해 말씀드려도 될까요?”
말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거야.
그날 아빠는 배웠어.
실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보다
실수를 숨기려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는 걸.
아들아,
너도 실수할 거야.
말이 막히고, 발이 멈추는 날이 올 거야.
그리고 그럴 때, 아빠처럼 무너졌다고 느낄 수도 있어.
하지만 꼭 기억해.
용기는 완벽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야.
실수하고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거야.
넘어져도 괜찮아.
무너지지 말고,
다시 마이크를 들어.
그게 진짜 용기란다.
실수는 네 가능성을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네 내면을 단단하게 다듬어주는 기회야.
아빠는 언제나 네가
다시 일어서는 그 순간을 응원하고 있어.
“진짜 용기는 실수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실수해도 멈추지 않는 마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