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로 읽는 세상이야기 09화
― 라이선스 만능시대의 종말
변호사 4만 명.
이 숫자를 단순히 “많아졌다”라고 표현하기에는,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팔랐습니다.
2006년, 국내 변호사 수는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숫자는 하나의 상징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후의 흐름은 전혀 달랐습니다.
2014년, 불과 8년 만에 2만 명.
2019년, 다시 5년 만에 3만 명.
그리고 2025년, 마침내 변호사 4만 명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의 변화 속도와 인력 증가 속도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왔다는 점입니다.
같은 기간 동안 기업의 모습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기업의 규모는 커졌고, 사업 구조는 훨씬 복잡해졌으며, 해외 사업과 해외 투자, 글로벌 파트너십은 일부 대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계약 하나가 여러 국가의 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고, 하나의 투자 결정이 지배 구조, 세무, 공정거래, IP 문제까지 함께 끌고 오는 시대입니다. 그만큼 기업 내부에서 법무가 개입해야 하는 지점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 변화 속에서 기업이 변호사를 쓰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이제 변호사는 필요할 때마다 불러 쓰는 외부 전문가가 아니라, 조직 안에서 사업과 함께 움직이는 ‘조직 자원’이 되었습니다.
법무는 문제가 터진 뒤에 등장하는 기능이 아니라, 의사결정이 만들어지는 앞단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판단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닙니다. 그 판단이 조직의 어느 자리에서, 어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느냐입니다.
그래서 변호사 라이선스의 의미도 바뀌었습니다. 라이선스는 여전히 필수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증명하는 무기가 아닙니다.
‘이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가’를 허락하는 입장권에 가깝습니다. 그 이후를 결정하는 것은 전공, 산업 이해, 사업 구조를 읽는 감각, 그리고 조직 안에서 판단을 연결해 내는 힘입니다.
성벽은 이미 무너졌습니다. 이제 변호사라는 이름은 보호막이 아니라 출발선이 되었습니다. 이 글은 바로 그 출발선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려 합니다.
이 글에서 영어는 반복해서 등장하지만 핵심은 영어 실력이 아닙니다. 업무가 놓여 있는 자리 자체가 바뀌었다는 사실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업의 법무 업무는 이렇게 나뉘어 있었습니다.
해외 계약은 외부 로펌의 일이었고,
해외 분쟁은 해외 변호사의 몫이었으며,
사내변호사는 주로 국내 리스크를 관리하는 역할에 머물렀습니다.
업무는 밖으로 나가 있었고, 판단은 조직 바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흐름이 정반대로 바뀌고 있습니다. 해외 계약은 사내로 흡수되고, 해외 프로젝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내부에서 선제적으로 판단하며, 사내변호사는 더 이상 ‘지원 조직’이 아니라 사업 실행 라인의 일부로 들어옵니다. 이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현대스틸산업의 해외법무 포지션입니다.
이 포지션은 영문 계약서를 번역하거나, 문장을 다듬는 역할이 아닙니다. JD에 적힌 한 문장이 이 역할의 본질을 정확히 말해줍니다.
“해외 계약 / Project Risk 검토”
이 말은 곧, 계약서에 도장이 찍힌 이후가 아니라 도장이 찍히기 전, 어떤 리스크가 어디에서 터질지를 사업팀과 함께 설계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영어가 필요한 것입니다. 글로벌 사업의 언어로 논의에 참여하기 위해서. 영어를 잘해서 뽑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자리에 함께 앉히기 위해 영어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사내변호사의 역할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법을 해석하는 사람이 아니라, 법을 사업의 일부로 사용하는 사람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자리 이동’이 지금 기업들이 변호사에게 요구하는 진짜 변화입니다.
아래 직무의 JD들을 나란히 놓고 보면, 아주 분명한 공통점이 하나 보입니다. 이 회사들은 더 이상 ‘법만 아는 변호사’를 전제로 채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대스틸산업은
프로젝트, 인프라, FIDIC, 기술 계약의 언어를 이해하는 변호사를 찾고 있고,
제약·바이오 기업인 제일파마홀딩스는
헬스케어 산업의 구조, IP, 글로벌 규제를 이해하는 법무 인력을 요구합니다.
에너지·가스 산업 기업 SK가스는
해외 투자, 장기 계약, 에너지 트레이딩이라는 복잡한 사업 구조를 전제로 법무를 설계하고,
패션·리테일 기업인 F&F은
글로벌 라이선스, 브랜드 IP, 유통 구조를 읽을 수 있는 변호사를 전사 전략의 중심에 놓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모두 “영어 가능”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 기업이 보는 것은 영어 그 자체가 아닙니다. 진짜 차별화 포인트는 ‘이 산업의 문법을 이미 이해하고 있는가’입니다.
이 변화는 우연이 아닙니다. 법조인 공급 구조 자체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의 학부 전공은 극적으로 달라졌습니다. 사법시험 시절, 변호사의 80% 이상은 법학 전공자였습니다. 법을 배우기 위해 법학을 전공했고, 법조인이 되는 길은 사실상 하나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로스쿨 체제가 정착된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입니다. 2025학년도 기준, 전국 로스쿨 신입생 중 비법학 전공자는 94%를 넘어섰고, 법학 전공자는 이제 5% 남짓에 불과합니다. 공학·자연과학 계열 출신은 15%를 넘어섰고, 의사·약사 등 의학계열 출신, 회계사·변리사 같은 전문 자격 보유자들의 유입도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곧, 법조계 내부에 ‘보이지 않는 분화’가 시작되었다는 뜻입니다.
이제 변호사의 전공은 이력서 한 줄짜리 과거가 아닙니다. 그 사람의 섹터 포지션, 즉 어느 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공학 전공자는 기술 계약과 IP 분쟁에서,
의학·약학 전공자는 헬스케어 규제와 의료 분쟁에서,
상경계 출신은 M&A와 투자 계약에서
출발선이 다릅니다.
그리고 기업은 그 차이를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변호사 시장에는 보이지 않는 전문성의 격차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영어는 공통 언어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영어는 도구이고, 산업문법을 해석하는 능력은 대체 불가능한 권력이 됩니다. 같은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도, 어떤 산업의 언어로 사고할 수 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자리에 앉게 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F&F의 법무총괄 포지션은 이 글의 결론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이 자리는 ‘계약서를 검토하는 최고 책임자’의 자리가 아닙니다.
전사 전략,
글로벌 사업 구조 설계,
조직 운영과 인재 육성까지 포괄하는
명백한 C-Level 포지션입니다.
이 자리가 중요해진 이유는 단순합니다. 한국 기업들의 세계화 속도와 폭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기 때문입니다. 이제 글로벌 확장은 해외 지사를 하나 여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해외 기업과의 M&A, 해외 기업 간 JV 설립,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서의 신규 사업 진출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법무의 역할은 ‘계약서 검토’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계약서를 해석하는 단계를 넘어, 계약서를 설계하고 만들어내는 단계로 이동합니다. 더 나아가 투자 이후의 Exit 구조, 투자 브랜드의 지분 변경, 지배 구조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복잡한 국제 법률 분쟁까지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합니다.
F&F의 사례는 이 현실을 매우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F&F는 글로벌 브랜드 비즈니스를 운영하며 TaylorMade 관련 글로벌 소송을 포함해 여러 국제 송사를 직접 경험해 왔습니다. 이 말은 곧, 법무총괄이 단순히 자문을 취합하는 위치가 아니라 글로벌 차원에서 전장을 조율하는 ‘진두지휘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떤 국가에서 어떤 법 체계로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 것인가를 외부 로펌이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먼저 판단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그다음입니다. 이제 법무총괄은 문제가 발생한 뒤에 움직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각 국가에 맞는 규칙과 제도를 설계하고, 법률 서비스를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시스템으로 구체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능력이 하나 있습니다.
'법률 언어를 경영의 언어로 번역해 내는 능력'입니다.
“이 계약은 법적으로 안전합니다”가 아니라, “이 구조는 향후 지분 변동 시 어느 지점에서 리스크가 비용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 실력과 계약서 작성 스킬 보다,“이 사업을 이렇게 설계하면 법적 리스크는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터질 수 있는가”를 경영진과 같은 테이블에서, 같은 언어로 논의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F&F의 법무총괄 포지션은 한 기업의 채용 공고가 아니라, 한국 기업 법무의 미래 난이도가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이제 글로벌로 움직이는 기업에서 법무는 더 이상 뒤를 지키는 조직이 아닙니다. 앞에서 방향을 함께 결정하는 조직이 되고 있습니다.
사내변호사 시장에서 신입은 여전히 쉽지 않은 자리입니다. 특히 제약 분야의 신입 해외변호사들은 1년 계약직 이후 정규직 전환, 혹은 기대보다 낮은 연봉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단순히 “시장이 나빠졌다”고만 해석하면 중요한 흐름을 놓치게 됩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국제변호사’, ‘미국 변호사’라는 타이틀은 그 자체로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당시에는 영문 계약을 읽고, 해외 로펌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 수요를 배경으로 한동대학교 국제법률대학원(HILS)과 같은 제도도 만들어졌습니다. 한국에서 영어로 수업을 듣고, 미국에 가서 변호사 시험을 치르는 구조. 매년 50명 내외의 입학생 중 60~70%가 미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며 실질적인 해외변호사 공급 창구 역할을 해왔습니다.
공급이 부족하던 시기에는 미국 변호사 자격증 하나만으로도 취업과 이직이 비교적 수월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시장이 그렇듯, 공급이 늘어나면 게임의 규칙은 바뀝니다. 해외변호사의 수가 증가하면서 기업의 시선도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미국 변호사인가?”가 아니라 “어디서 공부했고, 어떤 산업 경험을 갖고 있으며, 우리 사업에 바로 투입 가능한가?”를 봅니다. 결국 해외변호사 시장 역시 학력, 경력, 산업 이해도를 기준으로 다시 한번 촘촘한 경쟁 구도로 들어섰습니다.
여기에 최근 기업들의 선호도 변화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해외변호사만의 전유물이었던 영문 계약과 협상 업무를 이제는 ‘영어가 능통한 한국변호사’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로펌에 고액의 자문료를 주느니, 국내법 실무와 송무(Legal proceedings)를 직접 핸들링하면서, 영어로 해외 파트너와 협상까지 해내는 한국변호사 한 명을 보유하는 것이 비용과 효율 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결국, 해외변호사들에게는 '언어'라는 무기 외에 한국 시장에 특화된 실무나 특정 산업의 전문성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입니다. 이 변화는 해외변호사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내 변호사를 채용하는 시장에서도 완전히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공급이 늘어나면서 신입 해외변호사의 초봉이 낮아지는 흐름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로스쿨을 거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뒤, 한국 채용 시장에 진입했지만 연봉은 기대보다 높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주니어들이 혼란을 겪습니다.
“이 선택이 맞았나?”
“투자 대비 보상이 너무 낮은 건 아닐까?”
여기서 갈림길이 생깁니다. 좌절하느냐, 아니면 전략을 다시 짜느냐.
영리한 변호사들은 이 구간을 ‘기회의 구간’으로 해석합니다.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처럼 미래 성장할 산업에서 일단 Experience Building(경험 자산 쌓기)을 선택합니다. 연봉 곡선은 잠시 내려가지만, 산업 전문성이 쌓이기 시작하는 순간 커리어는 급격히 꺾여 올라갑니다.
바로 J-커브 전략입니다. 라이선스 위에 산업 이해와 실제 사업 경험이 얹히는 순간, 다음 이직에서 몸값은 전혀 다른 곡선을 그립니다.
이제 주니어 변호사의 생존 전략은 분명해졌습니다. 초봉이 아니라, 첫 산업 선택이 커리어를 결정합니다. 해외 변호사든, 국내 변호사든 이 시장의 룰은 이미 같아졌습니다.
자격증은 출발선일 뿐이고, 어떤 산업에서 어떤 전장을 먼저 밟았는지가 5년 뒤의 위치를 완전히 갈라놓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의 ‘고생’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커브가 꺾이기 전의 준비 구간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이걸 견디고, 의도적으로 선택한 사람만이 다음 단계로 올라갑니다.
대형 로펌에 있던 시니어 변호사들까지 기업의 문을 두드리는 흐름을 단순히 “AI 때문에”, “변호사가 많아져서”라고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건 결과이지, 원인은 아닙니다. 15년 차 전후의 시니어 변호사에게 ‘선택의 순간’은 AI 이전에도 늘 존재했습니다. 그 시점의 질문은 언제나 같았습니다. “이 조직에서 파트너가 될 수 있는가?” 답이 ‘아니요’ 일 경우 선택지는 세 가지였습니다.
규모가 작은 로펌으로의 이동,
자신의 네트워크를 믿고 개업
혹은 기업 사내변호사.
즉, 인하우스라는 길 자체는 새롭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그 선택이 가지는 의미입니다. 과거의 사내변호사는 속도를 낮추는 선택에 가까웠습니다. 로펌의 치열한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 리스크를 관리하는 ‘후방 조직’으로 이동하는 그림이었죠.
하지만 지금의 인하우스는 다릅니다. 기업들은 글로벌 M&A, JV 설립, 해외 투자, 국제 소송까지 법무를 사업의 중심으로 끌어올리고 있고, 법무총괄은 점점 경영의 일부, C-레벨 역할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인하우스는 ‘뒤로 가는 선택’이 아니라 트랙을 바꾸는 선택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AI와 4만 변호사 이야기는 무관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AI는 신입과 주니어의 반복 업무를 대체했고, 로펌의 피라미드 구조를 얇게 만들었습니다. 변호사의 절대 수는 늘었고, 로펌 안에서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는 난이도는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이 변화는 시니어 변호사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결정을 미룰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그래서 연봉을 낮추는 선택을 하면서까지 기업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AI 때문에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AI가 만든 구조 변화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의식적으로 다시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제 사내변호사는 법무 리스크만 관리해서는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경영진의 판단을 돕는 전략적 파트너, 조직과 인재를 함께 설계하는 역할로 진화해야 합니다.
이 흐름을 먼저 읽은 사람들이 로펌을 떠나 기업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 선택은 경력의 방향을 바꾸는, 아주 현실적인 결단입니다.
시장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변호사는 '법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아닙니다. '가장 복잡한 사업 모델을 법률적으로 구현해 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제 변호사의 커리어는 [자격증 x 산업 도메인 x 비즈니스 언어]라는 3차원 방정식으로 결정됩니다. 자격증이 '1'이라면, 특정 산업(바이오, 에너지 등)에 대한 깊이가 '10'이 되고, 이를 글로벌 파트너와 협상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이 다시 '10'이 될 때, 여러분의 가치는 100배가 됩니다. 하나라도 '0'이면 결괏값은 무참히 '0'으로 수렴합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합니다. 문제는 영어 실력 그 자체가 아닙니다. 문제는 무엇을 설명하고, 무엇을 설계하고, 무엇을 판단할 수 있느냐입니다. 산업과 사업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말하는 영어 일 경우, 대화는 가능하지만, 결정을 움직이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사업의 맥락을 정확히 이해한 언어는 짧은 문장 하나로도 협상과 의사결정의 방향을 바꿉니다.
기업은 당신의 '라이선스'에 월급을 주지 않습니다. 당신이 그 라이선스를 도구 삼아 해결해 낸 '사업적 난제'의 크기에 대가를 지불합니다.
성벽 밖의 전장은 춥고 거칠지만, 그곳에서 사업의 심장부와 직접 연결된 변호사만이 라이선스를 단순한 자격증이 아니라 실제 작동하는 무기로 만들 수 있습니다. 사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에서 돈이 만들어지고, 어디에서 리스크가 폭발할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알고, 그 구조를 법으로 설계해 본 사람만이 AI도, 4만 명의 경쟁자도 대신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됩니다.
라이선스는 누구에게나 같습니다. 하지만 심장부에 닿아 그 라이선스를 써본 경험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