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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쑤우 Aug 20. 2021

옷장 속 컬러 이야기.

옷장을 정리하니 추억과 일상의 색들이 보였다.

 돌이켜보면 일상을 살아가는데 그렇게 많은 옷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뉴욕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동안 트렁크 2~3개 정도의 짐을 가지고 다니며 이사를 다녔는데 당연히 옷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이런저런 옷들을 많이 챙겨가서, 룸메이트와 나눠 쓰는 작은 방 한 켠의 옷장에 여러 계절의 옷들과 신발 등 개인 물건들을 어떻게 정리해서 넣어야 할지 난감했다. 결국 가져간 짐들 중 일부는 집으로 다시 돌려보내졌다. 기숙사 같은 층 제일 끝 방의 친구는 정리를 포기한 것인지 구입한 옷들의 쇼핑백들을 방안에 가득 쌓아가며 다음 방학을 맞이해서 나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기숙사의 좁은 공간에 적응하며 한정된 옷들로 본인만의 스타일을 잘 찾아나갔다. 나도 점차 그 공간에 맞춰 나가며 기존의 옷들과 새로 구입하는 옷들 사이에 밸런스와 액센트를 조율하며 나의 스타일을 찾아갔다. 하지만 항상 더 넓은 옷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지워버리지는 못했다.



“헤이~오늘 입은 옷 좋은데.”


 학교나 거리에서 스타일리쉬 하게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 한마디씩 던지고 가는 사람들이 있곤 했다. 그들에게는 일상 중 툭 내뱉는 말이지만, 그 대상이 내가 되는 날이면 좁은 옷장에 대한 아쉬움을 쑥 내려가게 하곤 했다.


‘그래. 생각해보면 같은 클래스 L도 옷 종류가 많은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항상 모델같이 멋지게 스타일링 하잖아.’ 


그러고 보면 많은 옷들이 없어도 불편함 없이 예쁘게 옷을 입으며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 이런 것이 바로 완벽한 미니멀리즘 라이프 스타일인가.’

 옷장이라도 비워내는 삶을 살게 된 것 같아서 내 자신이 대견하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서울의 나의 옷장은 여전히 수많은 옷으로 꽉 차 있다. 특별히 계절마다 많은 옷을 사기 때문이 아니라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격으로 인해 옷을 쌓아두고 있다. 


 지금은 입지 않는 옷들을 정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옷장 안쪽에 박혀 있던 옷들을 꺼낼 때마다, 그 옷을 입었을 때의 시절과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버리지 못하게 된다. 어떤 옷들은 너무 행복했던 순간에 입었던 옷이라 다시 서랍에 넣게 되고, 또 다른 어떤 옷들은 지금은 만날 수 없지만 인생의 소중했던 순간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선물했던 옷이라 또 다시 고이 접어 두게 된다. 결국 아무것도 버리지 못했다.


 가끔은 칼같이 안 입는 옷들을 싹 모아서 기부해 버리는 친구가 부럽다. 


 내 옷장은 언제쯤 싹 비워지게 될까?


 친구처럼 쿨 해지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옷장에 무슨 옷이 들어있는지 바로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옷장을 정리 해 보기로 했다. 빨주노초파남보, 화이트, 베이지, 블랙 컬러로 나눈 뒤 밝은 것부터 어두운 순서로 옷을 걸거나 서랍에 정리했다. 옷의 수가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깨끗하고 정리된 느낌이 든다. 쉽게 비우지는 못하지만, 한결 정돈된 내가 된 것 같은 느낌에 기분도 좋아진다.


 이렇게 컬러 별로 옷을 정리하니, 내가 많이 사게 되는 옷이 무슨 색 인지 확실히 눈에 보이게 되었다. 사 놓고 한번도 입지 않은 옷들도 있었는데 모두가 같은 색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옷장을 정리하는 동안, 그 속에 칠해 져 있던 나의 추억과 일상의 색들을 다시 꺼내 보게 되었다. 


이번 챕터는, 그래서 시작되는 내 옷장 속 컬러 이야기이다.


Photo by EVG Culture from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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