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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쑤우 Jan 05. 2022

어떤 컬러가 잘 어울려요?

컬러칩 없는 컬러 커뮤니케이션은 앙꼬없는 찐빵.

 사람들과 만났을 때 내가 컬러리스트라고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을 반짝 거리면서 나에게 질문 하는 것이 있다.


 "저한테는 어떤 컬러가 잘 어울려요?"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는 좀 당황하고 어떻게 얘기해줘야 할지 몰랐다.


내가 그 사람한테 빨강색이 잘 어울린다고 하면,


내가 얘기하는 빨강색이 18-1664 tcx 인지 19-1764 tcx 인지 어떻게 알지?



결국 대답을 고민만 하다 그냥 어색한 미소로 무마 하곤 했다.


사람들의 실망 가득한 표정은 항상 덤이었다.




이런 일이 계속 되풀이 되니 나도 점점 무언가 답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굉장히 차분하고 백합같은 느낌의 분을 만났는데, 그 분 역시 같은 질문을 하시고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나의 대답을 기다리셨다.


그래서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처음 느꼈던 이미지에 따라


“네이비가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하고 말하면서, 왜 그렇게 생각 했는지 주저리주저리 이야기 해 드렸더니 웃음 가득한 얼굴로 기뻐 해주셨다.



내가 말하는 네이비와 그 분이 생각하시는 네이비가 동일 한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그분의 표정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아, 사람들이 나에게 원하는 건 진지한 답이 아니었구나~.’ 깨달음을 얻었다.


그 뒤로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잘 어울리는 컬러에 대해 질문 할 때면,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딱 봤을 때 떠오르는 컬러를 얘기해 주었다. 모두가 웃음 가득 환한 얼굴이 되었다.


컬러는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네이비 컬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그 분이, 그 뒤로 네이비 컬러의 옷들을 자주 입고 다니시는 것을 보았다.


마음이 다시 무거워졌다.


다음에 내가 생각 한 네이비 컬러 칩을 가져다 드려야겠다.


사람들이 나에게 원하는 건 진지한 답이었나보다.



역시, 컬러칩 없는 컬러 커뮤니케이션은 앙꼬없는 찐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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