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6
문이 안 열립니다. 당황하고 불안합니다. 퇴사하는 날입니다. 근무시간 종료까지 몇 시간이 남았는데 출입증이 작동이 안 됩니다. 격리 불안이 가슴을 파고듭니다. 퇴출당한 느낌이 확 닥쳐옵니다. 무슨 일일까? 등록된 출입증 내역을 너무 일찍 삭제했다고 합니다. 수습은 되었지만 기분 좋을 리 없습니다.
사직, 퇴직의 실체는 상실입니다. 하던 일을 잃는 것입니다. 일은 과연 내게 무엇일까요? 일은 도전, 관계, 협동, 돈을 상징합니다. 일은 자아 정체성의 한 축입니다. 일이 있으면 쓸모 있는 사람이고, 없으면 방치된 사람이라고 느낍니다. 일은 삶의 틀입니다. 일이 없으면 생체리듬 혼란, 불면증, 우울증이 찾아옵니다.
오래 해오던 일을 떠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정리할 것도 준비할 것도 많고, 마음도 잘 다스려야 합니다. 불안, 두려움, 현직 동료에게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 마음에 들락날락합니다. 감정의 폭풍이 몰려오면 마음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거세’된 느낌을 느끼면 최악입니다.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것이 아니고 밀려 나가는 것이면 고통은 최고조에 이릅니다. 사직이나 퇴직도 상실이니 애도의 대상입니다. 마음의 고통을 외면하려고 ‘눈 가리고 아웅’ 해봤자 부작용만 겪습니다. 기대와 현실, 희망과 절망을 오락가락하면서 하나씩 깨달아야 합니다.
무엇을 깨달아야 할까요? 마음은 평생 단계를 밟으면서 발달합니다. 사직, 퇴직도 예외가 아닙니다. 현실을 빨리 인정해야 대책을 잘 세울 수 있습니다. 퇴사가 곧 ‘영원한 무직’은 아니지만 결국 아무것도 다시 시작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은 떨치기 힘듭니다. 서둘러 단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가장 좋은 극복법은 자신에게 딱 맞는 퇴사의 의미를 찾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새로운 시작은 늘 부담입니다. 익숙했던 과거와 헤어져야 합니다. 과거의 ‘영광’이 단절되어 생긴 금단 증상을 잘 다스려야 적응에 성공합니다. 과거의 자기 이미지에서 못 벗어나면 실패합니다. 매일 아침 “지난 세월 대단했다! 앞으로도 파이팅!”을 외칩시다.
매일 열 번씩. 부끄럽게 생각하지 맙시다. 자존감 살리기에 그것이 ‘보약’입니다. 몸도 건강하게 관리합시다. 바빠서 챙기지 못했으니, 돈과 시간이 들어도 건강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음을 피하려는 것입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평가는 ‘코끼리 더듬기’입니다. 코를 만지면 코, 몸통을 만지면 몸통, 꼬리를 만지면 꼬리라고 합니다. 그때그때 기분의 영향을 받습니다. 성공한 삶, 패배한 삶의 구분은 변덕을 자주 부립니다. 성숙한 자세로 남과 비교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평가합시다.
퇴직 전에 했던 일을 계속하길 원하시나요? 누구나 익숙한 일을 좋아합니다. 낯선 일은 찾기도, 시작하기도 힘듭니다. 전문가는 자신의 분야를 떠나기 싫어합니다. 위태롭게 느낍니다. 그 분야에서 ‘개근상’도, ‘우등상’도 받았다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여의찮으면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서 종목을 바꿔야 합니다.
퇴직자의 마음은 말랑말랑해야 합니다. 융통성이 있어야 합니다. 마음을 보살피면서 관계를 다듬어야 합니다. 굳어진 마음을 풀고 펴면 갈등과 충돌을 피할 수 있습니다. 너무 멀리 있는 목표를 쳐다보지 말고 눈앞의 작은 일부터 빨리 꾸준히 실천하면 좋습니다. 사소한 취미 생활도 자존감을 지키는 데 쓸모가 있습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잊어버리지 않아야 합니다. 내가 나를 잊으면 회복하기 힘듭니다.
인생의 판이 달라졌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면 가능성이 보입니다. 목적지를 정하고 늦기 전에 부지런히 걸어야 합니다. 낯선 곳에서 하는 낯선 경험도 나쁜 일이 아니라면 회피하지 맙시다. 걷다가 과거가 그리워서 뒤돌아보면 넘어집니다.
"숨은 무의식을 읽어낼 때, 나를 둘러싼 관계가 바뀌고, 인생의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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