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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린 Jul 22. 2022

젊은 꼰대, 꿈 깨고 오라!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사람들이 아버지나 선생님을 ‘꼰대’라는 호칭으로 불렀다. ‘꼰대’라는 단어의 뉘앙스 자체가 굉장히 부정적이라기보다는 권위 있는 존재를 가볍게 부르는 호기로움 정도라는 생각이 드는 딱 그만큼이었다.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서 꼰대는 ‘조직 내에서 어른으로서 제대로 처신하지 못하고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 나쁜 상사’의 대명사가 되었다. 


상사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얼마 전에 읽은 기사에 따르면, 세상에는 좋은 상사와 나쁜 상사, 그리고 무해 무익한 무난한 상사가 있다고 한다. 이들을 나누는 기준은 매우 주관적이다. 바로 상사와 나와의 관계성이 기준이다.


일터에서의 인간관계는 성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람들은 상사가 나의 성장을 돕는 지의 여부에 주로 관심을 갖는다. 좋은 상사는 직원들의 성공을 돕는 상사이다. 상사와의 친밀함은 내가 업무를 더 잘하고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원이 된다. 무해 무익한 무난한 상사는 특별히 나의 성공을 돕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로막 지도 않는다.


이에 비해, 나쁜 상사는 직원들의 성공을 가로막는다. 때로는 부하 직원의 공을 가로채기도 한다. 그들은 인정 욕구가 강한 편으로, 다른 사람들의 성공보다는 자신의 성공에 집착한다. 그래서, 나쁜 상사들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동료들의 가치를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사들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을 수단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소시오패스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직장에서의 성공은 업무적인 성과로 증명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성과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며, 동료들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유난스럽게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힘들다. 미국의 한 연구는 우리 주변의 10명 중 1명이 소시오패스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공감 능력이 약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형이라는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가 우리 주변에 가해자보다는 피해자가 많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까?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을 찾아보기 쉽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기사와 사례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실제로 동료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기 때문이었다는 게 놀랍다.


상태가 심각한 나쁜 상사들은 자신이 예전에 이룬 자그마한 성공에 대해 지나칠 만큼 집착한다. 또한, 조직에서 발생한 모든 성과를 자신만의 공로로 바꿔서 자랑하고 싶어 한다. 내가 만난 소위 '나쁜 상사' 역시 ‘   전부  덕이니까,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오로지 나만을 위한 이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식의 사고방식은 다른 이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재능을 평가절하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B는 전 직장의 동료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채 일 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일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업자를 내쫓았다. 처음에 나는 사업 초창기에 스타일이 다른 점을 깨닫고 갈라서는 편이 나중에 관계가 악화되는 것보다는 낫다고 보고,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


다음으론 B는 직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경력이 없는 신입직원을 오로지 열정만 보고 채용했는데 후회가 된다면서, 요즘 젊은 직원들은 나 때와는 다르게 '책임감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당연히 세대 차이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생각의 차이를 존중하지 않은 채로 MZ세대 팀원과 잘 지내기란 어려운 일이니까. B의 다른 직원 역시 문제가 있었다. 업무 능력이 모자라 보이는데, 별로 노력도 안 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B는 그 직원에게 쉬는 날에는 시장 조사도 좀 나가고 공부를 하라고 말했는데, 그 직원은 오히려 업무 시간 외에는 회사 일과 관련해서 자기 계발의 노력을 하기 싫다고 대답했다. 그러니, 그 직원은 정말로 구제 불능이라는 것이다.


좋은 인재를 구하는 건 회사를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B의 사업 역시 초기이므로, 나는 B가 그러한 통과의례적인 일들을 경험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함께 안타까워해주기도 했다. B가 늦게 퇴근 하는 일이 많아져서, 일이 많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본인 혼자 일을 다 할 수밖에 없다면서, 직원들이 너무 일을 못한다는 것이다. 얼마 되지 않아서 B는 직원들을 전부 해고해버렸다. 요즘 스타트업계에서는 수습기간을 6개월까지 하는 추세라고 하더니, 다음 직원을 채용할 때의 조건은 결국 트렌드에 맞췄다.


B는 협력업체와 일을 할 때에도 조금 남달랐다. 협력업체와는 일정 기간 동안 해야 하는 업무의 범위를 정해서 계약을 했다. 그런데, 계약 종료를 앞두고 B는 협력업체가 그동안 했던 일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전부 다시 해내라'라고 억지를 부렸다. 그저 일에 대한 B의 열정이 지나치게 높은 거라고 보긴 어려웠다. 본인 역시 전 과정에 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책임은 쏙 빠트리고 다른 사람들이 무능력한 탓이라고 주장하는 게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B 예전 직장에 다닐 때에도 다른 팀원들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오로지 팀에서 자기만 일을 한다고 이야기 하곤 했다. 나는 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데, 팀워크가 없는 B 동료들을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프로젝트의 결과는 좋았다. 그때에도 다른 팀원들이 프로젝트 성공에 기여한  하나도 없으면서, 서로 프로젝트에 기여한 것으로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도, 그들이 참으로 몰염치하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B 행동을 돌아보면, '젊은 꼰대'라는 생각이 든다. B 대놓고 자신이 꼰대라고 말했지만, 그건 쿨함을 가장하는 것일  정말로 자기가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적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누군가를 지지하는 마음은 자신이 상대방에 비해서 우월하다는 생각을 버려야지 가능하다. 나보다 경력이 짧거나, 업무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 처음에는 나보다 부족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의견이 있고, 그게 다르다고 해서 나에 비해 반드시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함이다. 모든 신입 직원들도 경험이 쌓이면, 경력자가 된다. 한 때 성공했던 방식이 영원히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동료들의 성공을 가로막는 사람이 바로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는 젊은 꼰대일 수도 있다.


젊은 꼰대들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타인을 착취하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다고 한다. 젊은 꼰대들은 기본적으로 직원들에 대한 마인드 자체가 함께 하는 동료라기보다는 자신의 성과를 위한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 꼰대들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직원들은 해고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


이들의 무개념은 일에 대한 열정과 구분이 힘든 편이기도 하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너무나 당연하고, 당당하게 주장할 일이지만, 그로 인해 상대방은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사항을 감당해내야 한다. 게다가 젊은 꼰대들의 과거의 영광스러운 순간과 끊임없이 비교당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실체가 있는 정당한 비교인 걸까? 젊은 꼰대의 동료나 부하직원들은 이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두 말할 것도 없이 '나쁜 상사'일 것이다. 이들의 동료들은 업무에 대한 기여도를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오히려 주관적인 평가에 의해서 '일 못한다'는 소리를 듣거나 해고 통보를 받게 되니까 말이다.


일반 꼰대들이 ‘나 때는 말이야~’라고 하면서 현재보다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에 불과한 것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젊은 꼰대'들은 자신이 이전에 이룬 작은 성공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고, 이를 절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강요하는 편집증적인 모습을 보여서 ‘잡스 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잡스 병은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의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일의 배경이나 당위를 설명하기 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경험이나 감각에 의존해서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업무에 대한 인사이트를 발견하거 스스로 탐구하는 경험을 하긴 어렵다.  


글쎄, 이 정도면 이 세상은 오로지 젊은 꼰대, 그대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나는 아무리 개개인별로 성과가 비교가 되는 일터라고 해도 공동체 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혼자서 모든 성과를 완벽하게 만들어 내는 게 정말로 가능할까? 일터에서의 성공은 가용한 리소스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그걸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있다. 어느 정도까지의 성공은 혼자서도 가능하겠지만, 그게 영원히 지속될 거라고 보진 않는다. 젊은 꼰대들은 제발 과거의 영광스러운 꿈에서 깨어났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좀더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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