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삼프로tv를 듣는데, 업무용 메신저인 잔디(Jandi) 광고가 나왔다. 나레이션을 김프로(김동환 님)이 했던가? 쉬고 있을 때 카톡이 오면 그렇게 싫다는 이야기였다.
‘극공감이쥐. 광고 카피 잘 뽑았네.’
광고 같지만, 사실 사람들은 쉴 때에만 카카오톡으로 업무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카오톡을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추세이다. 카카오톡은 사적인 메신저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지인들과의 사적인 대화는 물론, 하다못해 즐겨찾기한 쇼핑몰의 메시지, 택배 배송 안내, 공문서 확인까지 일상의 대부분의 정보들을 카카오톡을 통해 전달받고 있다. 이런 사적인 매체를 공적인 영역에서 그대로 사용하려고 하면, 살짝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업무용으로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경우엔 회사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나 노트북에 설치하는 것이 아무래도 편하다. 업무를 위해서 메신저 창을 계속 열어두거나 알람을 계속 받는 것으로 설정한 경우에는 사람들이 오가는 사무실이나 회의실 등에서 사생활 노출이 염려된다.
아무래도 나는 기획일을 하다보면, 내가 가진 디바이스들, 즉 노트북, 태블릿, 휴대폰 등의 화면을 열어서 사람들과 공유해야할 때가 많다. 그럴 때 간혹 사적인 메시지가 공개될 때가 있는데, 나는 그럴 때면 왜 그렇게 낯이 뜨거워지고 신경이 쓰이는지. 맞다. 나는 그런 게 좀 불편하다. 공적인 관계에서 내가 설정해둔 나의 사적인 영역의 개방도를 훅 뛰어넘어서 나에 대한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내가 통제할 틈도 없이 나에 대한 정보가 오픈되는 건 별로이다.
여럿이 함께 소통하기 위해선 카카오톡의 단톡방을 주로 사용하게 되는데, 아직까지 카카오톡은 주제별로 대화를 구분하는 기능이 없다. 같은 인원이라고 해도 대화 주제 별로 구분할 수가 없다 보니, 대화에 참여하는 인원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불편은 가중된다. 대안으로 주제별로 단톡방을 만들어서 공유하다 보면, 단톡방의 개수가 끝도 없이 늘어나 버린다. 채팅방을 관리하는 건 개인의 몫이라서, 카톡방을 헷갈려서 채팅을 잘못 보내는 실수담도 많다.
<김미경의 리부트>에서 이제는 기업도 개인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완벽히 적응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조직 내에서 고인물이 되고 싶지 않다면, 일단 효율적인 온라인 업무 툴(tool)을 업무에 적용하는 것으로 직원들과 좀 더 스마트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변화를 가져보는 게 좋다. 사실 카카오톡이 처음 나왔을 때를 생각해보면, 카카오톡 역시 '통신사의 문자 과금 문제에 대한 솔루션이 되는 기술적인 진보'라는 점이 사람들에게 새롭고, 이롭다고 판단이 되어서 '국민 메신저'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이다.
회사에 들어가고 난 뒤에 내부 직원들이 나에게 카카오톡을 업무의 주요 소통 채널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불만 의견을 종종 털어놓았다. 여러 번 관련 내용을 이야기하는 직원들의 속마음을 경청한 이후에 나는 아무래도 해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사적 용도와 업무 용도의 메신저를 분리할 것과 업무의 주제 별로 구분하여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 등의 장점을 고려하여, 예전에 사용한 적이 있던 슬랙(Slack)을 업무용 메신저로 사용하는 것을 회사에 제안했다. 잔디(Jandi) 등의 다른 메신저들도 사용해본 적이 있었는데, 메신저 기능이 활발한 슬랙이 우리 회사의 사용 용도에 더 부합하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직원들의 반발이 컸다. 내가 슬랙의 사용법을 설명해주는 시간을 만들겠다고 해도 대답을 피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어쨌든 우리는 슬랙을 사용하기로 했으니 사용법에 차차 적응해 가는 와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틈만 나면 나에게 사용법을 잘 모르겠다며 불평을 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솔직히 특별히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게 불편하지 않던 사람들로서는 이러한 소통 방식의 변화가 새롭고 번거롭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익숙하지 않은 것에 적응하려고 하면, 사실 즐겁다기 보다는 압박으로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불만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다시 카카오톡을 써야 하나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분명 여러 모로 장단점을 비교해서, 메신저를 선택했음에도 이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말이다.
그로부터 몇 달 뒤에 젊은 직원들과 함께 회식을 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오랜만에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 누고 있었는데, 평소 조용하던 팀원이 나에게 슬랙을 써서 본인의 업무에 너무 도움이 되었다고 감사하다고 하는 것이다. 상사와 소통을 할 때에 중복해서 말을 전달해야 하는 과정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되었고, 또 다른 팀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본인의 업무 진행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그 친구가 이야기하는 변화는 더 많았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기쁘던지!
그리고, 다른 팀원 한 명도 남자 친구에게 ‘회사에 팀장님이 새로 오셔서 카카오톡 대신에 업무용 메신저로 슬랙을 쓰게 되었다’고 말을 했는데, 남자 친구가 ‘그 팀장님 배운 사람이네’라고 했다는 것이다. 다행이다. 졸지에 '배운 사람'이 되어 버린 나는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들 메신저를 바꾸니까 너무 좋다는 의견이 많은 것이다. 우리 조직에 좋은 방향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고민하고, 과감히 실행하는 게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