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회사, 그 공간에서 인간 관계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가.
회사생활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일이 많아서만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있는 공간이라면, 감정과 이해관계가 늘 함께한다. 때로는 난감한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하고, 사소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일하다 보면,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나는 하루 중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이 공간이, 동료들 사이에 따뜻한 교류가 없는 차갑고 메마른 곳으로 느껴지는 게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사소한 갈등을 덮을 수 있는 따뜻한 말, 미소, 눈빛 같은 ‘사람의 체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출퇴근 인사를 하지 않는 게 직장 내 에티켓이라고 한다. 유연근무제가 도입되면서, 누가 언제 출근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또 관계의 피로함을 호소하며, 사생활을 존중받고 싶은 직원들의 가치관이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한 상대에게는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묘하게 이기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반대로 친한 동료들끼리는 메신저로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오프라인에서의 예의와 무례함의 기준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영화 <씽크홀>에서 계약직 직원이 정수기 물을 옮기는데, 정직원 역할의 이광수가 도와주지 않는 장면이 있다. 나 역시 무거운 짐을 혼자 옮기며, 누군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저게 요즘 트렌드지'라고 하며 너무나 공감했었다.
주말 끝에 출근한 월요일 아침이었다. 유리문 너머로 대표가 사무실로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평소보다 발걸음이 빠르고, 눈빛에는 뭔가 언짢은 기운이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금요일 멀티탭 전원을 끄지 않고 퇴근한 직원들을 향해 잔소리를 시작했다.
월요일 아침이라 예민했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대표라도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행동이 사무실 전체 분위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애써 그의 불편한 기운을 무시하며 조용히 일을 이어갔다. 솔직히 얼마나 집중할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나중에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예전에 내가 단체 채팅방에 올린 ‘다 같이 모여 있는 MBTI들’ 이미지 속 ENTJ 캐릭터이다. 정수리에서 불을 뿜듯 화가 난 모습이 아침에 본 모습과 쌍둥이 같이 닮아 있었다, 우리는 “그래, ENTJ니까 이해하자”며 웃어넘겼다. MBTI는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무례함을 정당화하는 변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일터가 조금 더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각자의 성향이 존중받고,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하루의 8시간은 충분히 ‘머물기 좋은 곳’이 될 수 있다. 회사를 따뜻하게 만드는 일은 누구 한 사람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몫이다.
매일 36.5도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괜찮은 일터다. 오늘, 당신이 동료에게 전한 작은 체온은 몇 도였는가. 미소 한 번, 감사의 말 한마디가 모여 결국 우리 모두가 머물고 싶은 36.5도의 일터를 만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