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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주 비올라 Feb 10. 2023

용하다 점쟁이

놀라운 신점

한 달을 중환자실에서 의식이 없던 엄마는

기적처럼 의식을 회복했다.

그러나 뇌 사진은 평생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누워서 목숨만 유지한 체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믿을 수 없어서 없던 인맥을 총 동원하여 뇌사진을 보냈다. 모든 의사가 같은 의견을 보내왔다.


이제 매달릴 곳은 신뿐이었다.

매일 성경을 필사하고 매일 기도했다. 

.

.

.


삶이 참 막막했다.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는 걸까?

아니 다닐 수나 있을까?


하지만 안 다니면, 생활비는, 엄마 병원비는, 간병비는

아들을 옆에 끼고 병원에서 간병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너무 막막하던 차

지인과 함께, 그 지인을 통해야만 예약이 되는


아주 ‘용하다’는 점쟁이 집을 찾았다.



나는 주절주절 중얼거렸다.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할지, 아니면 그만두어야 할지,

그만 둘 상황은 또 아닌데, 그럼 직장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 ‘용하다’는 점쟁이님께서 나를 빤히 보시더니 말씀하신다.



"올해 이동수가 있어"

아주 단호한 목소리이시다.



"아 그럼 직장을 옮기는 게 나을까요?"

아주 간절함으로 질문을 했다.



갑자기 쌀 알들을 툭 펼치신다.


이게 머람. 쌀들이 말을 하나? 



"상관없어, 지금 자네에게 중요한 건 직장이 아니야.

풍이 있어. 자네 모친 쪽으로 풍이 이어지고 있어.

남자는 상관없고, 여자 쪽으로 모두 풍이 이어지고 있어.

자네에게도 곧 올 거야"



 


곧 온다는 말에 너무 놀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듯 물었다. 


 


 


“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눈을 게슴츠레 뜨시더니 ‘용하다’는 점쟁이님께서 말씀하신다.



"묘를 잘 못 써서 그래. 묘를 옮겨.

그게 안되면, 묘 근처에 무당집 가서 살풀이해달라고 해.

보통 3백 정도 들어. 묘에 끼인 살을 풀어내지 않으면

여자들은 계속 풍에 걸려"



"아 네.."



직장이 궁금한 거였는데, 

그래서 찾아간 거였는데 직장 따위는 아무것도 중요한 게 아니었다.



엄마가 뇌경색이라고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았지? 지인이 미리 알려주었나?



그렇다 하더라도 나도 잊고 있었던 우리 집 정보를 알 수는 없을 텐데

문득 중학교 때 할머니가 풍으로 우리 집에 오셔서

1년이나 내가 기저귀를 갈아야 했던 시절이 스쳐 지나갔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혹시 엄마 말고 이모 중에도 뇌경색 걸린 분이 있어?"



잠시 생각하던 아빠는


"이모? 그래, 큰 이모도 몇 년 전에 걸려서 고생 많이 했다 아이가.

작은 이모는 그래도 겁이 많아 갖고 맨날 병원 가는 바람에 초기에 발견해서 약 먹고 큰 문제없이 넘어갔다 만은, 다른 이모들은 늦게 가 갔고 다들 엄청 고생했다.

너거 엄마는 너무 늦었지. 머 우야겠노. 혈압이 그리 높은 디, 담배를 마이 펴서 그런 기라. 담배 끊으라고 그래 말해도 안듣더니만..."



아... 내 탓이 아니었구나.

유전이었구나.



그나저나, 나도 모르는 우리 가정사를 점쟁이는 어떻게 아신 거지?

정말 놀랍구나. ‘용하다’ 점쟁이님


 


나에게도 곧 온다 했는데

그 곧은 언제일까? 예수님도 곧 다시 오신다고 하시고 2천 년 하고도 21년이 지났는데..


‘곧’ 이란 참 이해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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