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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주 비올라 Feb 10. 2023

얼음심장 3.

추운 봄날

남동생은 목놓아 울었다.

왜 새벽에 오라고 했냐고

밤에 왔다면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얼굴은 보였을 텐데.....

누나 때문에 임종을 못 봤다고

그렇게 소리 내어 울었다.


엄마 닮아서 늘 낙천적이고 항상 긍정적이었던

내 동생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 나의 가족이

그렇게 내 탓을 하며 울었다.


잔인한 4월,  더 이상의 햇빛은 없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소리도 없다.

침묵, 고요, 차단된 소리가 

그 소리 없음의 무게가 나를 두려움에 휩싸이게 한다.

식물은 유령처럼 창백해지고

아무리 물을 가득 들이부어도

아무리 달빛 쫓아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주어도

한번 사라진 생기를 다시 살려내지는 못했다.

잔인한 봄은 완전히 정지하여 

모든 공기를 정체시키고 그렇게 식물은 사라져 가고 있었다.

완전히 정지한 봄 아래로

빙하의 얼음 조각들이 바람도 없이 흩어지고, 날아다니고,  추락하고, 달려들고, 갑자기 솟구치듯

그렇게 사방에서 나를 향해 돌진한다.

날카로운 얼음조각들이 나에게 촘촘히 박혀 피오르 같은 얼음 층계를 만들어 갔다.

뇌를 둘러싼 신경은 투명한 고드름이 되어가고

췌장까지 파고든 피오르가 모든 것을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고요함에 휩싸인 북풍은 태풍의 눈처럼

침묵과 함께  뾰족한 가시 투성이 화살촉이 되어

나의 등뼈에 서늘하게 그리고 깊숙이 박힌다.

정체된 공기 가득 짓눌린 침묵의 거대한 무게 속에서

아무도 입 밖으로 내어 말하지 않는


"네 탓이야, 너 때문이야!"


그 들리지 않는 무언의 소리들이 내 등뼈를 찍어댄다.

갑자기 생각난 내 어릴 적 미술대회들에 대해,

그렇게 엄마에게 쏟아내지 말 걸

말해본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안 난다는 엄마에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말했을까?

왜 그랬을까?

그것은 한 밤중에 깨어나

남쪽으로 걸어가는 불안한 영혼들이 만들어내는 소리 없는 외침일 뿐.

나는 괜찮다. 

나는 얼음심장을 가지고 있으니까, 

나는 괜찮다. 정말 괜찮다.

그러니 부탁컨대

천사들이여 나를 위해 울지 않기를

그대들 마저 울리고 싶지 않으니

제발 울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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