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주 비올라 Feb 10. 2023

얼음심장 2.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가족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

임종을 준비해야 한다.

무슨 말이지?

우선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새벽 2시 20분

평소에 전화를 안 하는 딸이

새벽에 갑자기 전화를 해서 놀란 아빠는

잠결에도 바로 전화를 받으신다

"와?"

(사랑하는 딸아, 이 새벽에 무슨 일이니?)

"아빠, 엄마가 쓰러져서 응급실에 왔는데

 뇌경색이고, 너무 늦게 와서 오늘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임종을 준비해야 한대."

덤덤히 기계처럼 말을 했다.

나는 얼음심장을 가지고 있으니까

잠시의 침묵이 지나가고

"거노한테는 저나 했나?"

(딸아, 네가 많이 놀랬겠구나,  너의 형제인 남동생에게도 전화해서 알려주렴)

"아니, 아빠한테 처음 전화했어."

"서울 올라갈 준비하고 있을 테니 그동안 전화 해라"

아빠와의 전화통화를 종료하고

심호흡을 크게 하고

남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새벽 2시 22분

남동생은 울음 가득한 목소리로 바로 받는다

"누나야, 누나도 보고 있나? 저 아~들 우야노

 불쌍해서 우야노. 저게 머꼬 도대체"

(사랑하는 누나, 누나도 세월호 보고 있는 거야?

 저 학생들 어쩌니? 너무 불쌍하다. 이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거노야, 엄마가 쓰러져서 지금 응급실 와 있어.

 아빠는 지금 바로 서울로 올라올 거야.

 너는 그만 울고 지금 바로 잠을 자.

 그리고 내일 새벽 첫 비행기 타고 서울로 와. 끊을게

 빨리 자도록 해"

나는 냉정하게 말했다.

나는 울지 않았다.

나는 얼음심장을 가지고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