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정엄마.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대한민국
전 국민이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전국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날 울지 않았다.
나의 마음은 얼음심장으로 인해 꽁꽁 얼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날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2014년 4월 16일
그날 나는 직장에서 늦은 밤까지 야근을 했다.
집에는 나를 목놓아 기다리고 있을
이제 24개월을 겨우 넘겼으나,
3돌이 안된 엄마껌딱지인 아들이 있는데,
빨리 가야 하는데,
야근하는 직원들이 TV를 보며 훌쩍이는 소리에도
나는 보고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빨리 해야 해, 빨리 끝내야 해.
나는 내 일도 아닌
옆자리 동료의 보고서를 수정하느라
야근을 했다.
왜 그랬을까?
내 일이 끝나고 바로 퇴근했어야 하는데
아니
하루종일 연락이 안 되는 데 걱정이 되어서라도
일 따위는 잠시 뒤로 하고 조퇴를 했다면
그랬다면, 만약 그랬다면 달라졌을까?
2014년 4월 16일
옆자리 동료의 보고서를 최종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
이미 밤 11시
이러다간 마지막 버스를 놓칠지도
뛰어야 한다.
지하철을 3번 갈아타고
마지막 막차 버스를 아슬아슬 타고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 10분
캄캄해야 할 집이 환하다.
거실에 불이 켜져 있고
아이는 기저귀를 안 한 채 상의만 입고 자고 있고
당시 내 아이를 봐주시던
아이의 법적 외 할머니는 거실에 엎드려 주무시고 있었다.
주무시는 줄 알았다.
거실의 풍경은 너무나 평온했으니
평소처럼 나는 맥주를 마시고
힘들었던 하루의 기억을 모두 지우고
잠들면 된다.
그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랬다면... 그냥 평소처럼 잤다면
그러나 먼가 이상했다.
엄마를 흔들어 깨웠다.
"엄마 일어나 봐, 방에 들어가서 자, 거실 추워, 감기 들어"
엄마가 일어나 자리에 앉았다.
무언가 느낌이 이상하다
무언가..
119에 전화를 걸었다.
대한민국 119는 정말 대단한 듯
새벽 1시 인데, 신호 1번에 바로 받더니
"엄마가 이상해요"
한다미에 정말 5분 만에 집에 오신 듯
와서 이것저것 보더니
응급실로 빨리 가야 한단다.
급하게 아들 기저귀를 그제야 채우고
옷을 입히고
냉장고를 열어서 눈에 띄는 방울토마토 한팩을
챙기고(와 그 와중에 아들 먹을 거를 챙기는 습관 엄마)
그렇게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도착했다.
검사 대기 중
아들은 하루종일 굶었는지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방울토마토를
허겁지겁 먹는다.
말을 할 줄 알면
그날 무슨 일이 있어야 물어볼 텐데
말이 늦은 아이, 옹알이도 못하는 아이이니
무슨 일인지 도대체 하루종일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물어볼 수도 없이, 그저 영혼이 가출한 멍한 상태로
시간이 흘렀다.
검사 1시간 후, 새벽 2시 20분
"뇌경색입니다. 이 경우는 골든타임이 중요한데
너무 늦게 병원에 도착하여 이미 뇌가 전체 변색이 진행된 상태라
오늘을 넘기기 어렵습니다. 임종을 준비하도록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십시오"
기계음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아무 감정이 없는 녹음소리 같은
나는 울지 않았다.
"네" 라고 대답하고 핸드폰을 들었다.
울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 나지 않았다.
나는 얼음심장을 가지고 있으니까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군.
가족이라, 누구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