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밉다는 아들.
학창시절에 친구나 선생님이 나를 싫어하면
나도 같이 싫어하고 무시하면 되었다.
지금처럼 조별 수행과제가 있거나 하지 않고,
선생님의 평가도 성적에 반영되지 않던 오로지 수능하나만 잘 보면 되던
대인관계 따위 중요하지 않던 시대였다.
어차피 혼자 자기 공부만 잘하면 되던 때여서
누가 나를 싫어하던 말던
왕따를 시키던 말던
내가 너희들을 단체로 다 왕따시키겠다 결심하였던^^
직장을 다닐 때 누군가 나를 싫어하면 일에 방해가 되니 곤란해 지곤 했다.
후배가 미워하는 것 같은 티를 내면, 휴가를 보내거나, 일찍 퇴근시키거나, 그래도 안되면 결국은 업무에서 제외시키는 걸로. 안 보는 걸로.
하지만 리더가 그럴 경우... 참 난감하다.
나는 아무 감정이 없거나 좋은 감정인데...
그 선배가 혹은 그 상사가 나를 미워하는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차라리 정확하게 앞에서 나를 싫어한다거나 화를 낸다면
왜 그런지 물어보고 오해를 풀고 내가 잘못한 거면 사과를 하고.... 뭐 그러면 되는데.
그렇게 사과를 했는데도, 여전히 싫어한다면 나도 같이 무시하고 생활하면 될텐데....
왜 묘하게 분위기만 그렇게 만들고...
정작
"뭐 화 난거 있는지..."
"혹시 내가 실수 한거 있는지...."
"아니면 요즘 스트레스가 많으신지요?...."
"커피 한잔 드릴까요?"
애교도 떨어보고 눈치도 보고...
직접 물어보기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고 생각되는건 모두 다해봐도....
아무리 그래도 별 대답없고
전에 같지 않게 차갑고...
뭐라 딱히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예전과는 웬지 다른 분위기....
이럴 때는 그저 시간이 약이다.
왜 우리가 20대에 해봤잖아. 죽을 것만 같은 이별이었는데, 도저히 잊지 못할 것 같았는데 이렇게 다른 사람을 만나서 심지어 아이까지 낳고 너무나 멀쩡히 잘 살아가고 있으니.
모든 것은 "이 또한 지나간다."
아들이 요즘 엄마가 싫단다.
엄마가 밉단다.
왜? 라고 물으니 자기 사춘기인 것 같단다.
사춘기에 대해 전혀 아무런 생각이 없다가
학교에서 사춘기에 대하여 배우고 오더니
사춘기 항목에 2가지 해당되는데, 하필 2개부터 사춘기라고
자기는 지금 사춘기란다.
사춘기는 이유없이 부모가 싫어지는 시기란다.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잘 듣는 아이인데, 이런걸 보면
학교 수업시간 잘 듣는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는.
하루에 수업받는 과목 수가 너무 많다.
뭘 제대로 이해하고 기억하겠는가.
사춘기를 저렇게 받아들이고 오는 아들에게.
그렇게 지금 나의 아들은 사춘기가 되어
부모에 대한 원망이 갑자기 가득해졌다.
이 또한 지나간다.
나는 맛있는 음식을 자꾸 해주는 수밖에.
그것도 상냥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