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타파스 & 추로스

by Judy

스페인 첫날, 호텔에서 잠깐 낮잠을 잤어도 이틀 연속 강행군과 시차적응으로 피곤했다. 그래도 도장 깨기처럼 걱정했던 아부다비와 두바이 일정을 잘 끝내고 안전하게 마드리드로 토착한 첫날, 스페인에 드디어 도착해서 설렘도 있었다. 프라도 미술관에 가기 전에 점심 식사 메뉴를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스페인에 왔으니 빠에야, 뽈뽀, 추로스, 하몽, 다양한 타파스를 먹을 생각에 신이 났다. 보통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다는 산 미겔 시장은 가서 구경만 했다.

첫 식사로 블로그에서 찾아본 구글평점 높은 식당 중에 하나를 들어갔다. 이탈리아에서도 맛있게 먹은 환타가 있었다.

우리나라 환타와 다르게 유럽 환타는 실제로 오렌지가 많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과 아들은 꼭 환타를 시켰다. 나는 기분 낸다고 샹그릴라를 시켜봤다.

무지 달았지만, 사진은 예쁘니까 만족이다.

스페인에 왔으니 이탈리아에 버금가는 젤라토 맛집이 많으니 첫 젤라토 맛집선택도 신중하게 구글평점 높은 곳으로 골랐다.

점심도 먹었고 안전하게 스페인에 잘 도착한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먹으니 더 맛있었던 거 같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렇게 진한 피스타치오 맛난 젤라토집이 없을까 생각했다.

한입 먹는 순간 피스타치오 100% 느낌처럼 맛있었다.

스페인은 미식의 나라라고 한다. 아직 남은 일정이 많았지만, 스페인 도착한 첫날 모든 걸 다 먹어보고 싶었다. 저녁메뉴로 또 고민을 하다가 적당한 맛집을 찾아 들어갔다.

첫 식당보다 더 맛있었다. 점점 맛집을 가다 보면 여행이 끝날 때쯤 입이 점점 고급이 될 것 같았다. 인상적인 요리는 염소치즈 요리였다.

몸은 피곤했어도 스페인 첫날저녁인데 추로스(Churros)를 빼놓을 수 없었다. 삶에 대한 열정이 먹는 걸 좋아하는 거에도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오면 없던 에너지도 생겨나고 식욕도 위도 두 배가 되는 것 같다. 회사 다닐 때는 아침밥은커녕 커피 한잔 마셔도 배고픈 걸 모르겠던데, 호텔 조식은 쑥쑥 들어간다.

이번 여행 일정도 타이트했지만, 맛집 먹을 기회도 놓치기 아까왔다. 저녁을 먹고도 마드리드에서 유명하다고 추로스 가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한국에서 이 저녁에 초콜릿 듬뿍 들어간 핫 초콜릿에 탄수화물 덩어리인 추로스를 절대 먹지 않겠지만, 스페인에서는 모든 게 허용되었다.

여행을 가면 모든 게 너그러워진다. 새로운 환경에 좌충우돌 적응하고 헤쳐나가는 동안 힘들었던 현실과 고민거리는 생각나지 않는다.


스페인의 타파스가 저녁의 대표 문화라면, 추로스는 아침·간식 스페인 문화의 상징이다. 우리는 마드리드의 대표적인 추로스 가게인 Chocolatería San Ginés (산 히네스)에 갔다.

1894년부터 영업한 전통 맛집으로 마드리드 추로스의 성지라고 나와있었다. 24시간 운영이라 늦은 시각에도 줄 서서 추로스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았다.


진한 핫초콜릿에 추로스를 푹 찍어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한 식감 뒤로 따뜻하고 진한 초콜릿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달콤하지만 과하지 않고, 묘하게 중독적인 맛이다. 이곳에서 마시는 초콜릿은 음료라기보다는 거의 디저트 소스에 가깝다.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할 만큼 진하다.

긴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전, 혹은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기 전, 추로스와 초콜릿 한 잔은 마드리드 사람들에게는 작은 위로 같이 보이는데, 관광객들에게는 관광으로 지친 몸에 당춘전 하기에 딱인 메뉴 같았다.

밤 당춘 전을 하고 호텔로 돌아오니 스페인 도착 1일 차를 끝냈다는 안도감이 몰려왔다. 더 이상 비행기가 아닌 호텔에서 온전히 하루를 자고 나면 컨디션이 가족 모두 최상으로 회복되길 기대했다. 특히 다음날부터 계속 차를 운전해야 하는 남편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 모두 아쉬운 스페인에서의 첫날밤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