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침대에서 푹 자고 일어나니 컨디션이 한결 좋아졌다. 호텔에서 조식을 간단히 마친 뒤, 다음 행선지인 세비야로 이동하기 위해 서둘러 마드리드를 떠났다.
마드리드에서 남부 세비야로 가는 방법은 고속열차, 비행기, 자동차, 버스가 있다. 이동 시간은 비행기로 약 1시간 10분, 고속열차로 약 2시간 30분, 자동차로는 5~6시간이 걸린다. 보통 관광객들은 공항 대기 시간을 감안해 고속열차를 선호하지만, 우리에게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렌터카가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었다.
여행을 준비할 때만 해도 매일 5~6시간 운전을 남편이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결국은 다 해냈다. 세비야로 가는 길목에서는 마드리드 근교의 작은 마을 콘수에라에 잠시 들렀다. 콘수에라는 카스티야-라만차(Castilla-La Mancha) 지방 톨레도(Toledo) 주에 속한 마을로, 마드리드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다.
이곳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서 주인공이 풍차를 거인으로 착각해 싸우는 장면의 배경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언덕 위에 줄지어 선 하얀 풍차들을 마주하니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온 듯 고즈넉했고, 언젠가 원작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드리드에서 세비야로 향하는 길에 잠시 멈춰 선 마을, 콘수에라는 화려한 명소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 덕분에 매력이 있었다. 언덕 위에 올라 라만차 평원을 내려다보니 탁 트인 전경이 시원했고, 복잡한 도시 여행에서 쌓인 피로가 단숨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