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세다고 힘들지 않은 게 아닌데

일곱 살 이예지 양

by 이승환

차에서 내리며 네 가방과 엄마 가방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랗고 묵직한 봉투, 아빠 가방 두 개까지 모두 양손에 들었다. 걸음은 무겁고 손가락은 마디마다 저렸다. 네 손에는 달랑 인형 하나 들려 있었다. 엄마는 긴 종이상자, 그것도 속이 비어 있는 상자 하나를 들었을 뿐이었다. 엄마에게 바짝 달라붙은 너는 배려·협동 비슷한 무언가를 제안하기 시작했다.


"엄마, 내가 들어줄게. 응?"

"괜찮아, 안 무거워. 진짜 안 무거워."

"엄마, 내가 하나 들어주면 안 돼? 응?"

"정말 괜찮아."


그냥 속이 비어 있는 상자였다니까! 엄마 입꼬리가 올라가는 만큼 아빠 어깨는 아래로 쳐졌다. 그래도 거듭되는 선의가 거절당하는 모습에 용기를 얻었다. 다시 엄마에게 뭔가 제안하기 직전 미세하게 잠깐 쉬는 박자를 파고들었다.


"예지야, 아빠 거 하나 들어주면 안 될까?"

"아빠는 힘이 세잖아."


단호하게 거절하고 다시 엄마 옆에 바짝 달라붙어 가는 모습이 걸음마다 경쾌했다. 그러니까 힘이 세다고 힘들지 않은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