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이예지 양
네가 울먹이며 엄마에게 뭐라 얘기하는 중에 '불공평'이라는 말만 겨우 알아들었다. 내용은 모르겠으나 그런 세상을 무작정 받아들여서는 안 되기에 이유부터 물었다.
"엄마는 시원하게 긁고 나는 가려운데 긁으면 안 되고…."
서러워서 말을 맺지도 못하더구나. 일단 긁으면 안 되는 이유는 바로 파악했다. 아토피성 피부염을 걱정하는 엄마가 늘 하는 타당한 경고인 만큼 트집 잡을 게 없었다. 곱씹어도 파악이 어려운 대목은 '엄마가 시원하게 긁는 것'이었다. 네가 못해서가 아니라 엄마만 해서 서러운 것인데 그 지점에서 추리가 막혔다. 결국 당사자를 찾는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한쪽 구석에서 들키지 않게 웃느라 아주 숨이 넘어가는 중이었다. 서럽고 억울한 딸을 가까스로 배려하는 게 그 정도였다. 상황 설명을 눈빛으로 요구하는 아빠에게 엄마는 네가 보이지 않는 방향에서 손가락으로 작은 네모를 반복해서 그렸다. 긁을 수 있는, 시원하게 긁고 싶은 작은 네모… 신.용.카.드.
그래, 엄마는 시원하게 긁겠다면서 너는 긁지 말라니 불공평하다. 아빠도 네가 긁는 것을 자제하는 만큼 엄마도 자제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지금 부조리는 함께 견디되 앞으로 너는 더 공평한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