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이예지 양
전학한 학교에 적응하기도 힘든데 만난 짝마저 버거운가 보다. 걸핏하면 괴롭히고 놀린다니 마음이 아팠다. 그나마 속상한 마음을 집에서 감추지 않아 다행이다.
놀리는 빌미가 네 실수여서 더 억울해 보였다.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괜찮았을까. 그렇게 상황이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다. 놀리고 싶은데 실수가 보인 것이지 실수가 보여서 놀리는 게 아닐 테니. 대체로 나약하고 자신감이 부족하면 다른 사람 실수를 자기 잘난 근거로 삼으려 한다. 어른도 마찬가지고.
"어떻게 다른 사람 실수 때문에 내가 잘난 사람이 돼?"
이런 단호한 판단이 너를 강한 아이로 보는 근거다. 그리고 강한 아이는 약한 아이가 괴롭힌다고 우는 거 아니다. 알고 보면 약할 것 같은 짝을 잘 관찰해 보자고 제안했다. 미션 같은 것인데 아홉 살 요원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비장하고 비상한 작전 수행 결과는 다음 날 저녁 엄마에게 들었다.
"예지 짝지 문제 해결됐다던데."
이어지는 얘기를 듣지도 않고 너에게 향했다. 아홉 살 요원에게 최적화된 미션 성과를 더욱 생생하게 확인하고 싶었다.
"짝지를 잘 관찰했어? 어땠어? 약한 모습 보이니까 괴롭히는 것도 별 거 아니지 않아?"
"아니, 짝지가 바뀌었어. 너무 떠들어서 선생님이 한 줄 뒤로 보냈어."
그렇게 느닷없이 해답이 튀어나오기도 하는 게 삶이다. 새 짝지가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다.
아홉 살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열 살 이야기로 이어가겠습니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1차 기숙사 신청에서 탈락한 아이는 예비번호 15번을 받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2월 16일 현재 13번까지 추가됐다는 공지를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