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르다 Jul 21. 2021

다이빙

질끈

내 발끝은 스프링보드 끝에 서있다.

엄지발가락부터 새끼발가락까지 쫘악 폈다가 야무지게 붙이며 가빠지는 숨을 부러 크게 내쉰다.

크게 들이쉴 때 가슴이 떨리다 다시 내쉴 때는 다리까지 떨려온다.

나는 가슴이며 엉덩이며 딱 달라붙는 수영복을 입었지만 이미 '여기 나 좀 보시게' 하듯 높은 곳에 서 있으니 지금 와서 이깟 수영복은 아무래도 괜찮다.

자, 이제 저 아래로 몸을 던져 넣자.

양팔을 천장으로 쭉 펴고 내가 던져질 물의 어느 점을 바라본다.

수영장 물은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를 파동으로 조금씩 일렁이지만 죽어있는 듯하다.

여기가 바다라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물결 탓에 어디를 봐야 할지 몰랐겠다.

살아있는 움직임은 가끔 두렵기까지 하다.

아참. 이럴 때가 아니지. 다이빙을 하려던 참이었다.

자, 다시 양팔을 천장을 향해 쭉 펴고, 숨을 들이마시며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 펴며 바닥으로 정수리를 던져 넣는다.

아주 잠깐이지만 떨어지는 동안 수영장 바닥에 얼굴이 매다 꽂히는 상상을 하니 아찔하다.

얼굴에 부딪히는 시원한 건지 차가운 건지 모를 공기를 가르며 내 몸은 점점 빠르게 떨어진다.

이윽고 물의 표면에 손끝부터 닿아 머리와 얼굴을 지나 발끝까지 완전히 담가진다.

완전히 처박힌 나는 힘을 쓰지 않고 몇 미터 정도 물속에서 쭉 미끄러져 나간다.

질끈 감았던 눈을 뜨고 보니 살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규칙적으로 박힌 하늘색 타일 천지다.

저 끝에서부터 이쪽 끝까지 균일하게 박힌 하늘색 타일.

그런 것들을 바라보며 물속에서 잠깐 유유히 몸을 맡기다 아차 싶어 다시 헤엄쳐 수영장 타일 바닥을 잡는다.

후. 하고 숨을 내쉬며 물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잘했다. 뛰어내려 다시 뭍으로 돌아온 것이다.

-

나는 다이빙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지만,

살면서 아찔한 순간마다 눈을 질끈 감고 몸을 던졌다.

그럴 때마다 가끔은 스스로의 용기를 확인하며

좀 더 나은 어른이 된 양 의기양양해졌고, 또 가끔은 어디에 긁혔는지 모를 생채기에 질끈 감은 눈두덩이 사이를 비집고 눈물이 난 적도 있다.

우연히 어느 대회의 다이빙 선수들을 보다가

내가 뛰어내리며 생긴 몇몇 생채기들을 회상했다.

'이제 나는 웬만하면 뛰어내릴 일은 없겠지'라고

생각하니 다 안전하게 느껴졌다.

내 등은 차가운 물속이 아닌 푹신한 매트리스에

얹혀있으니 말이다.

다이빙 없이, 떨림없는 안온한 하루하루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의 아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