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언제나, 너무 멀리 온 것 같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말하는 사람보다 저기까지만 더 가보자고 말하는 사람이 좋았다.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면, 나 역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이 봄의 산책이 다 그런 마음이었다. 봄은 짧으니까. 어떤 순간도 결국 과거가 되니까. 우리, 저기까지만 더 가보자. (김신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중)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너무 멀리 왔다며 돌아가자고 말하는 사람과 그래도 조금 더 가보자고 말하는 사람. 그 사이에서, 아이처럼 두 사람을 올려다보는 나는 어쩌란 말인가? 봄처럼 짧은 인생의 산책길에서, 그런 일이 생기면 이렇게 말해야지. 우리 저기까지 한 번만 힘을 내어 조금만 더 가보자고. 그러다가도, 저만큼 더 가면 무어하나? 애써 가본들 지금과 뭐가 달라지는 걸까? 다 부질없는 일이라고 되뇌게 된다.
어차피 산책 아닌가?
아등바등 사는 일도 지나고 보면 가벼운 산책일 뿐이고. 너무 멀리 왔다 걱정되면 돌아가도 괜찮고, 여기 좀 앉았다가 힘 부치는 만큼 더 가봐도 괜찮고. 인생을 다시 산다면 다음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겠다는 이도 있었고, 인생에서 시도하지 않는 것만큼 큰 실수는 없다고 말한 이도 있었지만. 더 가보지 않았다고 실패한 산책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나의 산책도 충분히 아름다웠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도 제법 훌륭한 걸음이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