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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eliers Life story Apr 19. 2021

지금 다니는 내 직장
퇴사할까 ‘존버’할까

호텔리어의 삶의 무게

지금 다니는 회사, 퇴사할까 ‘존버’할까 



퇴사짤로 유명한 도비는 자유에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팬데믹이 휩쓸고 굶어 죽기 일부 직전까지 가버린  2020년. 그리고 2021년 새해가 밝았다. 무엇 하나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늘도 15년째 버텨내고 있습니다. 

내가 동일한 직업을 15년째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뭐가 날 이렇게 이 순간까지 오게 했을까?

난 인생을 잘 산사람도 아니고, 올바르게 멋있게 다부지게 열심히 살지 못했고 게을렀다. 도전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를 존중했고, 회사 업무에는 최선을 다했다. 지금도 이 부분에는 거짓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아직도 이 나라 사람들은 등급, 레벨, 브랜드를 따지곤 한다. 나 또한 그 부분에 입각하여 좋은 호텔을 지원했던 것도 사실이다. H, M, M, J, 큰 대형 브랜드를 다니면서 느낀 건, 지금 이 브랜드는, 정말 잔인할 만큼 차갑고 시리다.

 

먼저 퇴사하는 선배들과 동기들, 그리고 후배들을 볼 때마다 느꼈던 씁쓸함을 잊을 수가 없다. 선배들은 몰라도 후배들이 먼저 회사를 떠난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아, 힘들었구나. 옆에 있어주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에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절로 들곤 했다. 


좋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정리하는 걸 볼 때마다 텅 빈 회사에 홀로 남겨진 것만 같아서 눈물이 핑 돌곤 했다. 그러나 나는 버텼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 조금만 더 버텨보자.’ 스스로에게 말하다 보니 어느새 15년이 지났다.


친한 지인들은 가끔 내게 “너 아직도 호텔에서 일하냐???” 하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응, 당연하지. 지겹다 지겨워 ”라고 답한다. 주변 사람들이 회사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둘 때, 혼자 남아 버티면서 그 와중에도 내가 어떻게 해야 이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나를 찾아줄지 고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입사할 때는 의지 하나만으로 회사를 다녔지만.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 보니, 회사의 어두운 면도 보이고, 안 좋은 모습들도 보이는 게 사람이었다.



어느새 나이는 30을 넘어가고, 

나는 오랜 회사생활을 통해 열심히 한다고 일의 효율이 늘진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회사 내에서도 나만의 휴식 시간을 만들어두어야 일의 효율이 높아진다. 그러나 상황이 매번 그러하지 못했다. 쉬는 시간도 없이 식사시간도 짧게 , 이렇게 밥을 먹으면 체해버린다....... 사람이라는 게

이런 생활이 반복될 때마다, 정체되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고, 답답하고,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들곤 하였다.


그러면서 제2의 취미생활을 찾기 시작하고,  건강한 휴식이야말로 오랜 회사생활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내 발길이 정신수양을 하기 위한 요가센터로 가고 있었다. 

운동을 등록한 후 선생님은 이야기한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더러운 마음을 뱉어버리라 한다.


 근태의 기준을 ‘회사’ 중심이 아닌 ‘나’ 중심으로 바꾸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회사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나’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원들은 회사를 위해 일하지만 ‘나’라는 사람 자체가 회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확인할 또 하나의 세상으로서 회사에 출근하며 일을 하고 있다. 다른 누군가는 열심히 살아가는 자기 자신만의 인생의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회사를 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이유로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있다고들 한다. 그 기회를 난 몇 번을 썼는지,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왜냐면 시간을 거슬러 생각해보니, 기회를 내가 놓친 거밖에 없었다,,,,,,,,,,,

존버 하다가 지쳐서, 이직을 꿈꿀 때,  컴퓨터에서 우연히 잡사이트를 로그인하고 이력서를  발견한다.

그 뒤에도 일이 힘들 때, 혹은 다른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이력서를 수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여긴 내가 없어봐야 정신 차린다 ’라고 말이다. 하지만 스스로가 선택한 이 회사를 후회하지 않았기에 그 시간들을 잘 버텨낼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스스로에게 수정된 이력서가 아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이 힘들지라도, 내가 선택한 이 부분에 관해 시간이 지나고 나면 , 헛되이 보내지 않음을 느낄 때가 오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힘든 회사생활로 인해 입사를 후회하고 있다면, 나처럼 입사 전 이력서를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당시의 설렘과 간절함, 그리고 합격이 주었던 기쁨을 다시 떠올려보면 후회하는 마음에 조금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고용주와 피고용주가 갈라서는 순간, 각자의 가치가 드러나곤 한다.

마지막으로, 누구든 이 험난한 상황을 스스로 대처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는 누구인지’, ‘내 가치는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또 이런 상황에 관련되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퇴사 과정을 지켜보며 ‘어떤 일을 당하고 싶지 않은지’ 혹은 ‘자신도 떠나야 할 때는 아닌지’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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