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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품여자 May 31. 2021

2. 몰타 딩글리 절벽

2-12. 한달간의 휴식... 마침.

몰타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부턴 그리스 여행이 시작된다. 아쉬움과 설렘이 묘하게 교차되었다. 오늘은 동생들과 함께 딩글리 절벽에 가기로 했다. 지중해 바다의 끝판왕이라는 절경이 있다는 그곳. 궁금했다. 몰타에서의 마지막 나들이라는 생각에 아침부터 마음이 들쑥날쑥거렸다.


버스를 타고 1시간쯤 달렸을까. 광활한 바다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버스에 내려서 제대로 보니 거대한 절벽과 깊은 바다가 날 삼켜버릴 만큼 어마어마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절벽, 끝없이 펼쳐진 짙푸른 바다, 그것과 맞닿은 더없이 파란 하늘. 순수 자연이 만들어낸 그림 같은 광경에 우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이 느낌을 담아보려 파노라마 사진을 찍어가며 고군분투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냥 눈에 담고 머리에 새길 수밖에.

우리는 이곳저곳에서 우리만의 컨셉 사진들을 찍었다. 5명이서 왁자지껄 이런저런 사진을 찍으니 그것도 참 재밌다. 


도로변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조각 케잌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시간. 이곳 학생들은 몰타에서의 어학연수가 끝나면 보통 유럽 여행을 며칠 하다 한국에 간다고 한다. 동생들도 저마다의 유럽 여행 계획을 가지고 있어 한참을 여행 이야기를 했다. 나는 내일 그리스로 떠나고, 동생들 중 한 명은 이탈리아로 떠난다. 서로 이렇게 여행하다 중간에 만나 함께 여행하기도 한다고 했다. 나는 동생들과 스케줄이 맞지 않아 만나지는 못했만 여행 중 꾸준히 연락은 했다.


몰타에서의 마지막 날을 동생들과 함께 꽉 차게 보내고, 저녁에는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했다. 최대한 짐을 가볍게 하려고 한국에서부터 최소한의 것만 챙겼었는데 다시 짐을 챙기니 더 많아진 것은 기분 탓일까. 짐을 다 챙기고 내일 일정을 다시 한번 챙기니 마지막이라는 것이 실감 난다.






아쉽고 아쉽다. 몰타에서의 한 달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처음 왔을 때의 그 낯선 긴장감에서 편안한 일상이 되기까지의 시간들. 처음 만나게 된 사람들과의 즐거웠던 한때. 동생들과 함께 만들어 먹었던 맛있는 음식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던 지중해 바다. 몰타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감탄했던 풍경들까지. 벌써부터 그리워졌다. 그리고 이곳에서 처음 먹봤던 애플망고는 어쩜 그리 맛있었는지... 한국에서도 종종 사 먹지만 몰타에서처럼 맛있지가 않다.


섬에서의 한 달 휴식기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실행에 옮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낯선 곳이 주는 적당한 긴장감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좋은 사람들은 삶의 휴식과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줌과 동시에 내 마음과 머리가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주었다. 긴 인생길 중 한 템포 쉬어가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다시 숨을 가다듬고 삶을 걸어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은 나날들이었다.


'고마워 몰타야. 내겐 정말 선물 같은 시간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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