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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품여자 May 30. 2021

2. 몰타 고조섬

2-11. 자연이 주는 위대함

몰타에서의 시간들이 빠르게 흘러 다시 유럽 여행을 시작할 시간들이 성큼 다가왔다. 그런만큼 아쉬운 마음이 커 몰타의 어디 한 곳이라도 더 보고 싶어 혼자 고조섬 나들이를 갔다.


마실 물과 배고프면 먹을 간단한 빵을 챙겼다. (이건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건데 의외로 끼니때 맞춰서 식당에 간다는 게 여행 중엔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굶으면 쉽게 지쳐 여행을 지속하는 게 힘드니 잠시 의자에 걸터앉아 빵으로 배라도 채우고 잠시 쉬어가는 게 현명한 방법이었다.) 미리 준비해 둔 고조섬 지도를 들고, 버스를 타고 선착장에 내려 섬에 들어가는 배를 탔다.

날씨가 너무 좋아 배 위에서 계속 사진만 찍었다. 막 찍어도 참 아름답다. 섬이 가까워 올수록 정박해 있는 요트들이 보인다. 그 모습도 한 폭의 그림같이 예뻤다.


어떤 방법으로 섬을 돌아볼까 고민하다 빨간색 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광화문 광장에서도 봤었는데 이용하는 건 여기가 처음이다. 티켓을 한번 구매하면 내가 원하는 곳을 시간에 맞추어 편리하게 타고 내릴 수 있었다. 단, 정해진 버스 시간이 있어 한 장소에 계속해서 머무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안전성과 효율성을 위해 선택했다.


버스를 타고 2층으로 곧장 올라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투어가 시작되었다. 일단 두 곳만 직접 둘러보고 나머지는 버스 위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어폰으로 영어 가이드 해설을 들으며 달리는 버스 위에서 고조섬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풍경들. 시골 섬이라 그런지 몰타 본섬보다 옛 건물들이 더 많이 남아있었다.


빅토리아 성채

내가 보고 싶었던 첫 번째 장소에 도착했다. 바로 빅토리아 성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내렸다. 오르막길을 꽤 높이 걸어 올라가니 성당이 보인다. 그리고 성벽을 따라 성위에 다다르니 멋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름 걷기에는 자신 있었는데 오르막길을 쉴 새 없이 걸으니 힘에 부친다.

 

'아이고~  이 높은 곳에 성 만드느라 많은 사람이 고생했겠네'


역사의 현장에 오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날은 성채 보수공사 중이라 주변이 약간 정신없기도 했다.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야 해서 내려오는 길은 속보로 열심히 걸었다.


아주르 윈도우

두 번째 방문지는 아주르 윈도우. 많은 사람들이 고조섬에 다들 이것을 보러 간다. 자연 침식 지형인 이것은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돌 위의 사람들이 아주 조그맣게 보일 정도다. 다들 이곳에서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내가 셀카만 찍으며 쭈뼛거리고 있자 어떤 노부부가 친절히 내 독사진을 찍어준다. 자연이 주는 신비와 거대함을 머금고 있는 이었다. 왠지 지리 전공자가 오면 더 많은 지식으로 이을 흥미롭게 바라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와~ 정말 멋져. 진짜 멋지다.'


위쪽에서 바라본 절경은 내가 고조섬에 온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어쩜 이렇게 멋지고 광활하고 대단한지... 자연의 위대함에 그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사진에 점 같이 보이는 것이 사람들이다.)


아주르 윈도우를 바라보며 아이스크림을 하나 물고, 시간에 맞춰 시티투어버스를 기다렸다. 디를 더 가볼까 하다 시간 계산을 해보니 숙소에 너무 늦게 도착할 듯 싶어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하고 남은 코스는 버스 위에서 드라이브 즐기기로 했다.


날씨 좋은 날 오픈카를 타고 공기 좋은 시골길을 달리면 이런 기분일까? 처음 타본 시티투어 버스가 꽤 마음에 들었다.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도 둘러보고 나머지는 눈으로 감상하며 드라이브하는 이 코스가 고조섬을 효율적으로 돌아보기에 딱 적당했다.


이윽고 선착장에 도착했다. 몰타 여행 막바지라 그런지 고조섬을 떠나는 게 아쉬워 마음이 울적해졌다. 선착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사진 한컷을 남겼다.


'안녕~ 고조. 만나서 반가웠어. 잘 있어.'






다음날 오전. 숙소 근처에 있는 몰타 우체국을 방문했다. 그간 가족과 친구들에게 썼던 엽서를 한국으로 부치기 위해서였다.


 몰타의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느릿느릿했다. '빨리빨리 신속하게'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는 몰타에서 생활하는 것이 꽤나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숙소 리셉션에 복사 한 장 돈을 내고 부탁하는 것도 담당자가 없으니 내일 오전에 다시 오라는 식이다.(아니 그냥 저기 보이는 복사기에서 돈 받고 한 장 해주면 될 텐데) 비자 발급을 기약 없이 여러 날동안 한참이나 기다리고 있는 동생들도 있었다. 그래서 엽서를 보내면 한국으로 보내주기나 할라나 하는 의구심이 들 했으나 일단 부쳐보기로 했다.


우체국 안으로 들어가 설레는 마음으로 우표를 붙이고 접수를 했다.(이후에도 여행 중간중간에 이렇게 엽서를 종종 보냈었는데 받는 사람에게도 내게도 참 의미 있는 추억이 되었다.) 동생들은 우스갯소리로 아마 지금 보내면 내가 여행 끝나고 한국에 돌아갈 때쯤에 받아볼 수도 있다고 했다.(그런데.... 놀랍게도 이때 보낸 엽서는 일주일 후에 한국에 도착했다.)


내일은 스시 집 오빠에게 감사 인사와 함께 손편지를 전해주러 가야겠다. 그의 여자 친구에게도 부끄러운 영어문법으로 손편지를 썼다. 동생들에게 줄 편지는 틈틈이 쓰고 있는 중이었는데 마저 마무리해서 전달해줘야겠다. 점점 몰타에서의 나의 휴식기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마음이 살짝 먹먹해졌다. 한 달 동안 몰타와 너무 정이 들어버린 탓일까. 이대로 보내기엔 아쉬움이 너무 커서 마지막 날엔 동생들과 함께 '딩글리 절벽'에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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