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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품여자 Aug 02. 2021

4. 이탈리아 폼페이 & 포지타노

4-5. 남부 투어를 떠나다.

로마로 돌아와 기존에 묵었던 한인민박 옆 건물의 또 다른 한인민박으로 곧장 갔다. 짐을 맡아주셨던 사장님께선 예약이 꽉 차 남는 자리가 없다며 다른 민박을 소개해 주셨고, 다른 민박 사장님께이미 내 짐을 옮겨놔주셨다고 했다. 연락을 받고 어찌나 감사하던지...


새로 옮긴 민박집도 쾌적하니 참 좋았다. 젊은 신혼부부가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친절하고 또 친절했다. 내부를 리모델링해서 도미토리룸에도 화장실을 만들어 놓았는데 여행자를 위한 배려가 참 돋보였다. 사장님은 체크인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안내한 다음 내일 일정을 내게 물어본다.


"혹시 내일 일정이 어떻게 되세요?"

"내일은 남부 투어를 가요."

"그럼 아침 일찍 나가시겠네요?"

"네. 아침 6시 50분까지 떼르미니 역으로 가야 해요."

"그러면 내일 조식은 간단히 빵, 음료 등으로 챙겨놓을테니 가지고 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로마의 모든 투어 중 가장 일찍 시작되는 남부 투어라 민박집에서도 이런 사람들을 위해 간단 간식을 챙겨 놓는 것 같았다. 미리 뭘 준비해야하나 걱정했는데 이런 부분까지 신경 써주시니 감사했다. 아침 일찍 나가야 해서 짐을 정리하고 곧장 쉬면서 잠을 청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장님께서 챙겨주신 간식거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날씨가 화창하다. 여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다.


떼르미니 역에 도착하니 가이드님이 보인다. 인원체크 후 온 순서대로 차에 탑승해서 당일정에 대해 들었다. 오늘은 이탈리아 남쪽 도시를 쭉 둘러보는 거였는데 우선 폼페이를 들른 후 소렌토, 포지타노 서로 해안가 마을을 드라이브하게 된다고 하셨다. 나는 폼페이에 가보고 싶어 이 투어를 신청했었다. 학창 시절 폼페이 도시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전시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매우 감명 깊게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로 약 3시간을 달리고 달려 폼페이에 도착했다. 고대 도시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화산으로 뒤덮였었던 도시는 지금 많이 복원된 상태였는데  보존이 매우 잘되어 있었다.  도시의 모습이라 집, 주방, 수도시설, 원형극장, 교회 등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며 이곳저곳을 구경했는데 이해가 쏙쏙 되니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내 머릿속에는 터키에서부터 그리스, 로마를 거치며 보았던 고대 도시들의 모습들이 가득 그려졌는데 내 나름대로 비교해 볼 수 있어 더욱더 흥미로웠다.



폼페이를 나오기 전,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베수비오산이 보인다. 폼페이를 순식간에 덮어버렸던 화산이다. 가이드님은 이곳에 오는 내내 '푸니쿨리 푸니쿨라'라는 이태리 노래를 계속 틀어주셨는데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곡이었다. '얌마 얌마~'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바로 베수비오산에 설치된 케이블카를 홍보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뭔가 고급스러운 가곡 같은 노래라 이런 가사일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괜히 웃음이 났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역시 검증된 식당에서의 화덕 피자와 파스타는 정말 맛있다. 이후 버스로 구불구불 산길을 오르내리며 드라이브를 했고, 렌토 을이 보이는 곳에 잠시 내려 사진찍으며 경치를 감상했다.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도시가 이국적이면서도 참 예뻤다.


드디어 마지막 코스인 포지타노에 다다랐다. 가이드님은 위쪽에서 보는 마을 모습이 정말 멋있다면서 사진을 꼭 찍으라고 추천하셨다. 부푼 마음을 안고 버스에서 내려 마을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의 감탄사가 들린다.



위쪽에서 바라본 포지타노의 해변. 가이드님이 말씀하셨던 뷰 포인트였다. 가파른 경사 위에 아기자기하게 놓인 건물들과 바다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잔뜩 낀 구름 때문에 푸른 하늘은 볼 수 없었지만 뭔가 영험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것 같아 전체적인 풍경이 신비롭게 느껴졌다.



예쁜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는 골목을 따라 내려오니 해안가가 펼쳐져있다. 이곳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산책, 수영, 일광욕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잠깐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잠시 바닷물에 발을 담가보았다. 시원했다. 얕은 물에서 이리저리 걷다가 옷이 젖을까 더 깊이 들어가지는 못하고, 가이드님이 추천해 주신 레몬 아이스크림을 사서 해안가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이곳은 레몬이 특산물이라고 하셨다.)



레몬 아이스크림을 한입 먹는 순간, 비타민이 내 몸 구석구석을 충전해 주는 것만 같아 오늘의 피로가 순식간에 풀렸다. 정말 훌륭하고 훌륭한 맛이었다. 자리에 철퍼덕 앉아 신발을 벗어보니 그간의 여정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샌들 자국이 선명하게 나있다. 발등에도 나름 선크림을 꼼꼼히 발랐었는데 유럽의 강렬한 햇빛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했었나 보다.(발등에 살이 탄 자국은 한국에 온 후에도 5개월 동안 없어지지 않았다.)


바다를 바라보며 맛있는 걸 먹는 이 시간. 너무 좋았다. 이탈리아를 떠나면 지중해 바다를 보는 것이 힘들어지니 괜히 더 아쉬워서 바다를 껏 즐겼다.


우리는 다시 모여 유람선에 올랐다. 이걸 타고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는데 저녁이 되어가는 이때 적당한 바람까지 불어주니 분위기가 참 좋았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마을은 더 아름다웠다. 가파른 절벽과 산이 마치 우리나라 울릉도 도동항을 바다에서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날씨가 흐려 해가 지는 건 볼 수 없었지만 그 빛이 구름을 뚫고 바다를 비추니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르렀다. 갑자기 산토리니의 그 아름다웠던 석양이 생각났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왔으면 하는 아쉬움. 이곳도 혼자 오면 외로운 곳이었다. 그만큼 아름다웠다. 다음번에는 꼭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오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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