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 feel stress because...
❚작은 규모의 스터디가 주는 새로운 도전
영어 스터디 모임을 2년째 운영하면서 코로나 시기 직후와 지금은 뭔가 조금 달라졌음을 느낀다. 각자의 섬에 갇혀 지내던 코로나 시기를 끝낸 지난 2~3년 동안 사람들은 억눌렸던 모임 생활을 엄청 활발하게 참여했다. 코로나 시기에 못했던 것을 보상이라도 받는 듯이. 그리고 갓생이라는 말도 생겼다. 뭔가 성실하게 자기 계발 모드를 장착해야 뒤처지지 않는 사람이 되는 듯이 또 열광적으로 무언가를 배우기도 했던 거다.
나부터도 그랬다. 자기계발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글쓰기와 책 쓰기와 같은 뭔가 생산적인 일을 매일 꾸준히 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이 스터디 모임 운영도 그런 갓생의 모드에서 만들어진 프로젝트였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모임 초반에는 아주 왕성하게 멤버들이 참여했고 멤버의 수도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점차 분위기는 다소 차분해지는 듯 하다. 남들이 다 하니 나도 해보자하는 식으로는 2년 이상의 영어 스터디를 하기란 불가능하다. 연령층이 다양한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큰 사이즈의 스터디 그룹에 멤버들의 영어 수준에 차이가 크니 운영에 어려움이 참 많았다.
이제 작은 사이즈의 스터디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작은 규모의 모임은 생각보다 장점이 많다. 각자의 니즈를 좀 더 세세히 살필 수 있다. 그리고 소속감이 더 생길 수 있다. 다만 너무 인원이 작아질 것을 대비해서 온라인으로도 새로운 멤버를 모집할 예정이다. 10월부터 물리적인 거리나 시간적 제한 때문에 참석이 힘들었던 사람들에게도 모임의 범위를 넓히려 한다.
기존처럼 계속 멤버가 많았으면 피일차일 미뤘을 일이다. 하지만 규모가 작아진 덕분에 스스로 용기를 좀 더 내보게 되었다. 첫 줌 모임에 참석자가 있기는 할지 아니면 기술적인 문제 없이 잘 운영이 될지 모두 미지수이다. 하지만 그냥 해보는 거지뭐 하며 기존의 멤버들과 소통하던 카톡방에도 안내 문자를 눈질끈 감고 전송했다.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에 마음이 편할 수 없다. 하지만 해보지 않고 그냥 덮어버리면 난 끝내 그 일이 어떻게 되어 갈지 알 수 없게 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무도 줌 미팅에 들어오지 않는 거다. 그 또한 최악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러면 그 다음 모임에 한 명이라도 들어오면 그러면 나에게는 그 줌 미팅이 처음이 되는 거고, 그러면 최악은 없어지는 거니까. 결국 당장 10월에 시작하는 게 두렵지만 뭐든 처음은 있어야 하는 거면 그런 거면 빨리 그 처음을 하고 치우고 싶은 마음이다.
❚바빠도 하고 싶은 일
Many of us feel stress and get overwhelmed not because we're taking on too much, but because we're taking on too little of what really strengthens us.
-Marcus Buckingham-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압도감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 많은 일을 맡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진정으로 우리를 강화시키는 일을 너무 적게 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우리를 강화하고 활력을 주는 일,
예를 들어 의미 있는 일, 관계, 취미, 혹은 자기 관리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때,
비록 많은 일을 하고 있더라도 오히려 더 평정심을 가질 수 있다.
하면서 힘을 얻을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바쁜 상황 속에서도 스트레스나 압박감을 덜 느낄 수 있습니다.
나의 본업인 중학교 영어 교사 일은 다행히도 “what really strengthens me” (나에게 힘을 주는 일)“ 이다. 하지만 이렇게 주말에 어른들과 대화와 소통을 할 수 있는 스터디 모임 역시 그러하다. 그래서 바빠도 기꺼이 스터디 모임은 운영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것도 2년째나. 앞으로 별 이변이 없는 이상 스터디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목표 말고 시스템이 한국에서는 어려운 이유
우연히 유튜브 영상에서 Scott Adams의 강연을 들었다. 그의 저서 <How to Fail and Still Win Big>에서 그는 시시 때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목표 설정 자체가 무의미하고 불가능하다고 한다. 혹여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이르기 위한 단계별 계획을 세우고 그걸 실천해 간다고 하더라도 이는 마치 끊임없이 미쳐 날뛰는 말 위에서 단 하나의 활로 목표물을 명중시키려는 것 만큼 무모한 짓이라고 한다.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타겟을 하나 정하는 것도 쉽지 않고, 그 하나에 몰두하느라 더 좋은 타겟을 간과하는 우를 범할 지도 모른다. 결국 그는 목표를 정하고 그걸 향해 한 단계 한 단계 나가는 식의 접근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단계별 하위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집중하는 대신 우리는 설정한 목표 달성이 아닌 현재는 정할 수도 알 수도 없는 모종의 좋은 결과를 획득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설파한다. 그런 시스템 속에는 실패도 의미 있는 경험이다. 실패도 결국 이기는 게임으로 가는 밑 걸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이 모종의 결실을 성공적으로 얻기 위해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일, 그것이 바로 시스템의 핵심이다.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많은 실패와 성공 경험을 쌓다 보면 우연한 계기로 애초에 기대한 결과보다 더 멋진 결과물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여러모로 일리가 있다. 애초에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연연하기보다 나의 역량을 키워보리라는 것이 내가 스터디를 시작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지금 내가 회원 수를 몇십 명을 가지든 몇백 명을 가지든 그건 나에게 의미가 없는 숫자다. 아직은 나의 내공을 쌓을 때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실수든 실패든 성취감이든 일단 경험을 쌓는 것 자체가 나에게 유의미한 것이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 적응을 하기 위한 나의 다양한 새로운 시도들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소중한 경험치들이다. 나에게 신경을 써주는 사람도 내가 신경을 써야 할 사람도 없는 말 그대로 새로운 곳인 미국에서는 뭘 하나 새로 해보는 것이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주위 사람들이 다들 내가 왜 이런 별스러운 일을 벌이는 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나 또한 남들에게 내가 하는 일들이 어떻게 비추어질지 저절로 의식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특히 그 도전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득이 없는 일일 때는 주저함이 더 쉽게 생긴다.
❚용기와 격려를 해 주는 사람들
연휴를 앞두고 학교에 남아서 스터디 준비를 하느라 분주한 나에게 옆 동료 교사가 묻는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하세요?”. 그냥 “뭐 좀 할 게 있어서요.”라고 할 수도 있지만 친분이 있는 그 분께 그런 껍데기 대답은 결례라는 생각이 들어 솔직하게 대답했다. ”제가 2년간 영어 스터디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내일 할 스터디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렇게 털어놓고 나서 나는 내심 “학교 일 만으로도 힘드실 텐데, 왜 그런 일까지 하세요?”라는 말을 하실 거라 생각하며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랑 3년째 근무하시며 나와 친분이 있으신 그 분으로부터 기대 밖의 대답을 들었다. “아~ 선생님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워나 에너지가 넘치시잖아요”라고 하신다. 보통은 왜 그런 돈 안 되는 일을 하냐는 핀잔이 듣기 싫어 일부러 나의 스터디 운영을 주변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대답을 들으면 왠지 나의 행위에 긍정의 사인을 받은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주변 사람은 내 삶에 별 관심도 별 염려도 원래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나 의견에 무심해져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긍정의 말에 두 귀가 활짝 열리는 건 막을 방법이 없다. 그리고 나 스스로 다짐하듯 생각한다. ‘그렇지요? 저는 지금 저의 에너지를 시스템을 돌리는 데 사용하고 있어요. 저는 나중에라도 사회에 서비스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계속 존재하고 싶거든요.’
10월에는 미국에서 레인 할머니와 밀튼 할아버지도 방문하기로 되어 있다. 미국 유학 시절 늘 내 편이 되어주시고 나에게 힘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분이시다. 2년 전 두 분이 한국을 방문 하셨을 때, 그 두 분 앞에서 나는 예전 미국에서 살았을 때의 나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 이후로 2년이 흘렀고 나는 한국에서 살고 있는 내가 되어버렸다. 이제 10월에 그 분들을 만나 다시 예전의 내가 잠시라도 될 수 있기를 기대 한다.
❚다시 으쌰으쌰
10월에 온라인 줌 미팅과 나의 <한국식 영문법 말고 원어민식 그림 영문법> 강연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기대리고 있다. 다시 으쌰 으쌰 기운을 내어 또 나아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