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특별 손님으로 오신 미국 부부 (밀튼 할아버지와 레인 할머니)는 무사히 지난 주 본국으로 돌아가셨다. 그분들이 오셔서 함께한 지난 번 스터디 모임은 우리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예정이다. 함께 같은 경험을 공유했다는 건 무얼 의미할까?
특별한 경험을 함께한 사람들은 그 자체만으로 이미 소속감이 생긴다. 우리의 스터디 모임 멤버들도 그 좋은 추억 덕분에 더 돈독해진 느낌이 든다. 우리가 그 분들이 유명 인사가 아님에도 그렇게 많은 대화를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공통의 무언가가 있었음이라. 그 공통점은 우리 스터디 멤버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으리라.
우리는 선을 행하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잇권을 위해 사람을 만나기보다 그 사람이 좋아서 만나고 싶은 그런 욕구가 강하다. 그런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라 우리는 기꺼이 게으름을 뿌리치고 토요일 오전을 이렇게 서로에게 내어주고 있다.
❚다시 모여 일상의 행복을 가꾸는 중
역시나 두주만에 우리는 다시 모여 일상의 행복을 가꾸고 있는 중이다. 토요일 오전이 가져다주는 여유러움, 스터디룸 가득 반가움,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 뭉치들, 커피 향기, 잔잔한 음악, 함께 읽는 책 이야기 그리고 또 소소하지만 진솔한 우리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역시나 멈출 수 없는 영어 공부.
이런 걸 우리는 일상의 행복이라 일컫는다. 여기에는 대단한 그 무엇도 필요없다. 그저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나 누구나 삶의 최고 가치로 손꼽는 가치인 행복을 조금씩 만들어 가고 있다.
❚그래, 우리에겐 이런 게 필요했었어.
우리끼리 행복을 만들어가는 중에 이번 모임에 또 한 분이 새롭게 오셨다. 이번처럼 새로운 분이 문을 두드리면 매번 신기한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그 새로운 분을 빼고 나머지 모든 멤버들은 얼마간 참여하고 있었는 지는 전혀 상관없이 이 스터디 모임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말하신다. 그래서 오히려 모임지기인 나보다 더든든한 모임의 써포터즈로서 새로운 멤버를 환영해주신다. 이제 한 달 된 멤버에서 최초 스터디 출발시점부터 시작해서 2년째 오시는 분에 이르기 까지 각자의 경험치는 다르지만 한결같이 “세상에 이런 모임이 있는 줄 몰랐었다.”는 말씀을 해주신다.
역시 나의 예상이 맞았다. 지금 현 어른 세대인 우리에게는 이런 모임이 필요했던 거였다. 우리는 함께 하는 배움과 나눔의 가치, 그리고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과 소통을 하고 싶은 존재이다.
2년째 이 모임을 운영하는 이 경험이 나에게 참 의미있는 과정이다. 이제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지 조금 감이 온다. 비록 사이즈가 예전같이 크진 않지만, 밀도는 더 강해진 느낌이다. 조금씩 부피도 밀도도 더 커지며 의미있는 모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예전에는 이 모임을 내가 굳이 왜 하지 하는 회의감과 의심이 많은 부분을 차지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 보다 어떻게 하면 더 우리의 삶에 의미있는 모임으로 만들 수 있을 까 하는 고민이 내 마음에 더 들어와 있다.
❚오늘의 Quote : 자신의 직관과 내면의 목소리
Your time is limited, so don't waste it living someone else's life. Don't be trapped by dogma - which is living with the results of other people's thinking. Don't let the noise of others' opinions drown out your own inner voice. And most important, have the courage to follow your heart and intuition.
-Steve Jobs-
당신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며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도그마(독단적 신조)에 갇히지 마세요
- 도그마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의 결과물로 사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라는 소음에 당신의 내면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게 하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를 용기를 가지세요.
-Steve Jobs (2005, 스탠포드대 졸업연설문 중)-
졸업 연설문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이 연설문은 진정한 용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늘 읽게 될 소설<Number the Stars>의
멤버들끼리 진솔한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오프닝으로 오늘의 명언 코너는 참 적절한 것 같다. 오늘도 역시 스티브 잡스의 연설문을 가지고 아래 두 질문을 드렸다.
Q1. What does "following your heart" mean to you? Can you share an example?
(마음에 따라 행한다는 것이 여러분에게는 뭘 의미하나요? 예를 하나 들어줄 수 있을까요?)
Q2. Have you ever tried something new because of your intuition? How did it go?
(여러분의 직관에 의거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본 적이 있나요? 어떻게 되었나요?)
멤버 중에 한 분은 자녀를 동남아시권으로 일찌감치 보내 교육을 시키셨다. 보통 우리는 유학이라고 하면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과 같은 선진국을 떠올리지만 그 분은 그런 나라의 높은 물가와 물리적 거리를 생각하며 그런 곳 대신 가까운 동남아시권의 국제 학교에서 자녀 교육을 시켰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자녀의 취업 역시 동남아시아국에 배치된 다국적 기업에 했다고 하셨다. 그분의 남다른 자녀 교육관은 멤버 모두에게 참 신선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분의 용기에 모두 감탄했다.
❚한국식 영문법 말고
하지만 그분 역시 갈등의 순간도 있다고 하셨다. 특히 고등학교 3년 만큼은 둘째 아들이 한국에서 다니며 국제 시민이 되기 이전에 한국인이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어로 능통하게 영어 원어민 친구와 대화를 잘 하는 아들이 한국에서 3년을 보내고 나서 영어 자신감이 상당 부분 사라져서 안타까웠다고 하셨다. 스스로 영어를 못 하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히게 한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영어 수업과 평가, 과연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길래, 멀쩡하게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되는 학생이 영어 자신감을 상실할 수 있을까?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분의 그 말씀이 너무 이해가 된다. 바로 우리 아들의 현재진행형 이야기다. 한국식 영어 교육과 한국식 영어 문법 교육에 그 분의 아들도 우리 아들처럼 기함을 했으리라. 이렇게 스터디 멤버에게라도 원어민식 영어문법을 선보이고 싶은 이유는 작은 힘이지만 변화의 방향으로 보탬이 되고자 함이다. 특히 이번 스터디 멤버 중 여러 명이 현직 영어 교사이셔서 더더욱 좋은 기회다. 교사들끼리 하는 소모임처럼 영어 교육에 대한 고민과 소견을 나눌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얼핏 내가 출간한 영어 문법서를 홍보하는 것으로 오해가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습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쓴 나의 영어 문법서를 좀더 많은 영어 교육자들과 나누고 싶다. 그래서 우리나라 영어 학습자들도 힘들지 않게 영어 문법을 이해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이번 모임에서는 새로운 것(영어 문장 선그림, Sentence Diagramming)에 대한 거부감을 최대한 낮추기 위한 <워크북, 한국식 영문법 말고 원어민식 그림 영문법>의 출간 취지와 먼저 이 책을 배운 학생들의 소감 메모를 보여드렸다. 그리고 Day1 (영어 문장의 핵심 원리) & Day 2. 영어 문장 패턴 부분을 소개했다. 역시나 전문가들이라 척척 이해를 하셨다. 앞으로 나눌 영어 문법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어떻게 받아들이시고 어떤 질문을 하실지 기대가 된다.
❚또 하나의 원서를 마무리 하며
이번 모임에 또 하나의 원서를 마무리 했다. 지난 초여름부터 읽은 <Number the Stars>의 마지막 챕터 두 개를 끝으로 스터디의 세 번 째 완독 영어 원서로 기록되었다. 너무 끔찍한 역사적 사건을 순수한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낸 부분,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이 세세히 묘사된 자연의 아름다움은 누구든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한편, 그런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너무 대비되는 독일군의 비정함이 읽는 누구에게나 다 정의에 대한 갈망을 하게 한다. 특히 Afterword에서 작가는 이 소설의 모티브를 실제 역사 기록물을 읽으며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소설 속 Peter처럼 20대 초반의 젊은 레지스탕트 운동에 가담하다 처형 당한 청년의 사진과 그가 처형 당하기 전날 엄마에게 쓴 편지라고 한다. 그 편지에는 어머니에게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갔으면 하며 슬퍼하지 말고 자신은 인간 존엄 (Human Decency)을 위해 싸운 것에 후회함이 없다는 청년의 강인함이 드러나 있다. 그리고 그 문건에 실린 사진 속 그의 눈빛을 보고 작가는 소설로 써야겠다는 책임을 느꼈다고 한다.
"모두가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전쟁 전 시대로 돌아가는 꿈을 꾸지 말고, 젊은이든 노인이든 여러분 모두가 인간의 품위에 대한 이상을 창조하는 꿈을 가져야 하며, 편협하고 편견에 찬 이상을 만들어서는 아 됩니다. 그것이 우리나라가 갈구하는 위대한 선물임, 모든 어린 농부 소년이 기대할 수 있고 자신이 그 일부라는 것을 기쁘게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그가 일하고 싸울 수 있는 그 무엇입니다." (p. 137)
이 소설은 인간은 그 무엇과도 교체될 수 없는 고유한 존엄이 있음을 그리고 그걸 저해하려는 세력에 전 인류적으로 함께 저항하고 용기 있게 맞서야 함을 어린 아이의 눈으로 잘 그려주고 있다. 책을 읽고 나니 절로 내면의 든든함이 차오르는 듯 한 느낌이 든다. 현재 우리는 전쟁같은 극적인 사건이 없는 그저 잔잔한 일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인권이 침해되는 일이 참 많으리라. 이 책을 읽으며 과도한 경쟁에 내몰린 대한민국 십대들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새로이 시작될 책
같은 작가가 쓴 <A Summer To Die>를 새롭게 읽을 책으로 선정했다. 아직 자세한 플롯을 파악하지 못 했지만 새로운 책과 새로운 여정을 함께 떠날 생각하니 기대가 된다.
이렇게 또 한번의 스터디 모임은 우리의 공통된 경험치로 쌓였다. 길 위에 색색의 낙엽처럼 우리의 배움의 여정에도 소복이 가을 단풍잎이 쌓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