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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상 Jul 14. 2021

머리가 사라진 음악가

어두운 밤 천재 음악가의 무덤에 두 남자가 나타난다.

일반 상대성 이론과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해 과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알버트 아인슈타인. 그의 죽음   7시간 30  그의 뇌는 몸으로부터 분리되어 따로 저장된다. 시대적 대천재의 뇌를 연구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궁금하긴 하다. 너무 멀리 아인슈타인까지 가지 않아도 주위에서 흔히 보기 힘든 독특한 발상들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저 머릿속엔 도대체 뭐가 들었을까”를 자연스럽게 궁금해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뇌는 본인의 동의 하에(물론 최근의 발표에는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가 없었다는 주장도 있다) 연구 대상이 된 것이지만, 머릿속이 너무 궁금할 만큼 천재였던 나머지 사후에 머리가 도난당한 음악가가 있다.



조셉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과 함께 고전시대 3대 천재로 불리는 작곡가이다. 모차르트보다는 20살 이상 형인데 서로 친분이 있었다고 하고, 베토벤을 가르친 스승이기도 하다. 또한 낭만시대의 거장 리스트의 아버지와도 잘 아는 사이였다고 하니 공히 당시 유럽 음악계의 인싸였다 할 수 있겠다.


하이든의 무덤


어려서부터 음악에 두각을 나타냈으나 속해있던 합창단에서 동료의 머리카락을 뭉텅 잘라버리는 사건으로 쫓겨났을 정도로 장난기가 심하기도 했다는데 그런 성격은 후에 그의 음악에서  드러난다. 후에 에스테르하치 가문의 음악감독이 되어 30년 동안 자신만의 색깔이 고스란히 담긴 음악을 하다가 이후에 자유의 몸이   그간 쌓여있던 유명세 등이 수입으로 직결되어 승승장구하며 백만장자가 된다.


이렇게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하이든의 뇌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지 궁금해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Joseph Carl Rosenbaum과 Johann Nepomuk Peter라는 두 사람은 도굴꾼을 고용해 하이든의 장례가 있었던 1809년 5월 31일로부터 4일 후인 6월 4일에 무덤을 파헤쳐 하이든의 머리를 꺼내고야 만다. (재미있는 사실은 베토벤의 시신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실패한 듯)


이는 당시 유행했던 골상학(골상학(骨相學, Phrenology)은 두개골의 형상으로 인간의 성격과 심리적 특성 및 운명 등을 추정하는 학문으로 프랑스의 해부학자인 프란츠 조셉 갈(Franz Joseph Gall)이 창시하였으며 성상학(性相學)이라고도 한다. 두개골의 크기와 형태로 그 사람의 특성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문이다. Wikipedia 참조) 때문이었는데 음악 천재의 머리 형태를 익히기 위해 도굴을 감행한 것이다. 현재는 학문으로 인정받지 않고 폐기된 잘못된 믿음 때문에 이 천재의 머리는 제 자리를 잃고 떠돌기 시작한다.


이런저런 연구(?) 마친  하이든의 두개골은 나무 상자에 들어간 채로 Peter 집에 전시된다. 그러다 Rosenbaum에게 그것을 주고  누군가에게 전하고, 맡기고 하며 하이든의 두개골은 정처 없이 떠돌게 된다. 하이든  바쳐 일했던 에스테르하치가의 니콜라스 에스테르하치 2세는 하이든의 두개골이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Rosenbaum 용의자로 지목  다그치나, 그는 하이든의 것은 숨겨놓고 엉뚱한 두개골을 가져다 바친다. 그 두개골은 하이든의 몸과 새로운 무덤에 함께 뭍히나 곧 가짜임이 밝혀진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고 하며 자그마치 145년이나 몸과 떨어져 헤매다가 마침내 1954년에 몸통이 들어있는 관에 옮겨져 제자리를 찾게 된다.  자리에는 국가 차원의 엄청나게 화려한 행사가 열렸다고 한다. 그러면 이미 무덤에 들어있던 엉뚱한 두개골은 어떻게 했을까? 나중에 진짜 두개골을  관에 넣어두며 누구의 것인지 모를 그것도 굳이 꺼내지 않고 함께 넣어 두었다. 그래서 하이든의 무덤에는 두개골이 현재까지  개가 들어있다.


죽어서 편치 못했었다는 것이 살아서 천재로서의 삶을 누린 것에 대한 보상이라면 참 딱하다고 생각되었다가, 한편으로는 이미 죽은 몸이 무엇을 알겠나 싶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하이든의 머리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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