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한 해가 지나고 여름 페스티벌에 오게 되었다. 배움의 자리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도 있고, 쉼을 갈망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노력을 갈망하는 이들도 있다. 생일을 며칠 앞두고 있는 나는 오늘도 엄마아빠와 통화를 하면서 생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루하루 배움에 넘치는 것들로 살아가다 보니 생일도 잊고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하나를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마음이 놓이는 성격에 어떤 것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거에 대한 책을 찾아보거나 답을 알아내려고 노력했다. 몇 년 전에는 법학 다큐멘터리를 보고 법학 도서를 가득 사 읽었던 적도 기억이 난다. 그렇기에 하나에 집중되어 있는 음악이라는 지식을 포함해 그 외에 다른 것에도 관심이 많아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어떤 것을 배우기 시작하면 걱정이 앞서고, 불안이 앞선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많이 좋아졌다.
내가 살아가면서 놓지 못하는 것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하나님, 두 번째는 가족, 세 번째는 배움이다. 배움에는 당연히 좋은 것들 보다는 힘든 것들이 더욱이 많다.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생각하고 연구하고 연주해야 한다. 악기를 할 때도, 악보를 볼 때도 한음한음 스코어를 공부할 때도 이해가 안 되는 곳은 될 때까지 생각해야 답이 조금이라도 보인다. 음악이라는 것이 참 이상하고도 고귀한 것이 정답이 없지만 모두가 정답을 찾아간다. 하지만 이 페스티벌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몇십 년 동안 같이 활동하고 연주한 콰르텟 (사중주단) 이 코칭을 해주러 2주 동안 오셨다. 콰르텟 중 한 분이 내가 연주한 그룹의 코치였는데 마지막 떠나시기 전에 나에게 오셔서 말했다. 많이 고민하고 힘들어하던 나에게 오셔서 이 한마디를 하셨는데 뒤통수를 맞은 거 같았다. “지금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나중에는 고민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때도 있다고,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생각한 것이, 지금 50대를 지나고 계신 그분들도 내 나이 때 이런 고민들로 머리를 쥐어뜯으셨겠지? 였다. 그렇기에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져, 지금 배울 수 있을 때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해”라고 하셨다. 배움에 무서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음악이라는 것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음악에는 정답이 없는데 왜 나는 정답을 고집하고 찾으려고 했을까?
일 년 전만 해도 어떤 곡을 연습할 때, 걱정이 앞서고 너무 많은 생각 때문에 힘들었지만 지금은 이런 고민과 생각을 하는 나 자신마저도 참 대견스럽고 예쁘다.
내가 배움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 배움에서 오는 행복이 너무 크고 감사하다. 내가 이 상황에서 이런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 힘들어도 너무 행복하다. 배움의 행복은 내가 고민하는 시간에 비하면 내가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이다.
두 번째로 내가 예수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이번 반년동안 하나님의 계획안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학교 졸업 전에 학교에서 투어를 했는데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심 적으로도 정말 많이 힘들었다. 호텔 앞에 바다가 있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 바다 앞에서 하염없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나에게 다가오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갈 때쯤 갑자기 여쭤보셨다. 나를 위해 기도해 줄 수 있겠냐고 하셨다. 그분이 나를 위해 기도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나왔다. 정말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기도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본 건 정말 살면서 처음 있었던 일이다. 그렇게 기도를 해주시고 나서 호텔까지 대려다 주셨는데 신앙적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말씀하셨다. 그냥 저기 바다 앞에 하염없이 앉아있는 나에게 가서 기도를 해주시고 싶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또 자기는 하나님과 대화하고 싶을 때 항상 바다를 온다고 하셨다. 그분도 하나님과 대화하고 기도하기 위해 오셨는데 나를 보신 것이다. 그렇게 헤어져야 할 때에 그분이 말씀하셨다. “잘 지내고 나중에 천국에서 보자”. 난 아직도 이 문장을 잊을 수가 없다. 나중에 보자, 다음에 보자라는 것은 들어보았어도 천국에서 보자 라는 문장은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렇게 뒤를 돌아 호텔로 돌아오는 동안 엉엉 울었다. 하나님께 너무 감사하고 그분에게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났다. 하나님은 내가 제일 힘들 때 예수님의 은혜와 놀라우신 일들을 경험시켜 주셨다. 호텔로 돌아와 나의 모든 힘들었던 상황을 알던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더욱 놀랐다. 내가 바다에 앉아있는 동안, 그분을 만난 동안, 친구는 성경을 읽으며 나를 위해 중보기도를 해주고 있었다고 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나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하나님은 꼭 필요하실 때에, 간절할 때에 나에게 놀라우신 일들을 경험하게 하셨고, 꼭 필요하신 사람과, 상황과 친구를 주셨다. 내가 만약 그때 바다를 보러 나가지 않았다면 만날 수도 없었던 분이고, 그때 친구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것이 내가 절대 예수를 놓을 수 없는 이유이다.
글 이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