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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r Pang Jul 21. 2021

((인터뷰((PaAp PeoPle 05.ㄱㄱㅎ

당신을 알기 전에 묻고 싶은 것

2020년 5월 14일

종로구 사직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다. 


ㄱㅎ을 처음 만난 것은 경복궁에 위치한 갤러리 factory2였다. 계절은 한여름을 향해 가고, 노란 셔츠에 반바지, 반스 올드스쿨, 비니를 쓴 청년이 거기에 있었다. 단단하고 꽉 찬 에너지, 싱싱하게 요동치는 색감의 사람. PaAp 템페 전시를 진행하던 한 달 동안, ㄱㅎ은 멤버로 갤러리를 지켰다. 음악을 만들고, 템페를 팔고, 임시 Bar에서 서빙을 하고. 그때부터 '만능'의, 무엇이든, 어쨌든 해내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생겼다. 인터뷰는 그로부터 1년 뒤에 진행되었고, 오늘은 또 그 인터뷰로부터 1년 하고도 두 달이 지난 때다. ㄱㅎ은 여전히 '만능'의,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이지만, '어쨌든'이 아니라 '제대로' 해내는 사람이 되어있다.



Part 1. 초성을 통해 떠오른 것들ㄱㅎ


'건형'

건형은 내 이름이니까 바로.


'감흥'

감흥은 좋아하는 단어라기보다는 내가 추구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즐거워서 흥이 나는 것처럼, 감흥은 흥의 최고조라고 생각한다.

내가 오래 해오던 일은 사람들을 흥나게 하는 거니까.

흥이 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난 여기저기서 감흥을 자주, 많이 느낀다.

쉬운 남자 스타일이다. 느낌이 강한 것이나 무드에서 감흥을 자주 느낀다.

잔잔한 것에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느낌이라 설명하긴 어렵지만, 한번 감흥을 느끼면 한동안 그에 꽂혀있다.

홍석이 형이 템페와 발효에 대해 감흥을 준 바람에 지금까지 꽂혀있다. 


'고혹' 

고혹은 원동력이다. 70살 아니다 딱 80살에 아주 고혹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그때가 되면 고혹의 기준이 바뀌게 될 것이다.

고혹을 느끼는 지점이 더 높아지겠지, 한 마디로 고차원이 되지 않을까.

일상이든 무대 위에서든 고혹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고,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쉬운 남자라서 좋은 건 행복을 많이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고혹적인 부분을 발견하니까, 이 사람은 이래서 멋지네, 이 사람은 이렇게 존경스럽네,

눈이 예쁘네… 진입장벽이 낮다. 금사빠 기질도 있고. 

하나에 빠지면 그게 오래가고, 그런 성향이 내 삶을 행복하게 하는 부분이다. 


Part 2. 단어를 떠올리며 생각한 것들건조눈치표면


'건조' 

사물놀이를 하다 보면 악기를 직접 만들거나 다루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건조는 매우 중요하다.

대나무를 물에 불려서 깎은 뒤, 어떻게 건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악기가 되니까.

습한 것보단 건조한 걸 좋아하기도 한다.

습기엔 정말 취약하다.

장마철엔 거의 녹아있는 수준이다. 기분도 다운되고 몸안 좋다.

제습기! 

제습기는 내 삶의 필수품이다. 365일 작동 중이다. 

여행지를 선택하거나 시기를 정할 때도 마찬가지로 서늘하거나 습하지 않은 곳을 골라 간다. 


'눈치'

의외로 눈치를 많이 본다.

예상치 못하게 회사 생활을 하게 되면서, 영업직에 뛰어들게 되었는데 처음엔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형들을 최대한 보필하고, 어시스트를 잘 하자는 마음으로 나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것의 단점은 예스맨이 되어간다는 건데, 그게 결코 좋지만은 않더라.

뭐가 맞고 틀린 지 내 생각을 갖고, 말하고, 밝히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걸 배워가고 있다.

작년 7월에 처음 파아프에 합류했는데, 점점 호흡이 잘 맞아 간다고 생각한다.

좀 더 농밀한 관계가 된 것 같다.

조심하기보다는 더 오래, 멀리 가기 위해서 에너지를 쓰는 게 보인다.


일 하는 데 있어 음악과 눈치를 연결 지어보면,

연주를 할 때는 서로 각자의 기량을 가지고 하모니를 이루는데 눈치에 따라 최상의 연주가 되거나 독주가 되거나 불협화음이 되거나 한다.

일할 때도 비슷하다. 공동의 목표가 있을 경우 각자의 능력치보다는 눈치와 조화가 중요한 것 같다. 

일을 하면서 일도 합주랑 같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런 느낌을 받는 순간에 신이 나고 힘이 생긴다.


'표면'

표면에 대한 강렬한 기억이 있다.

적도 위를 배를 타고 지나간 적이 있다.

말 그대로 적도니까 바람이 하나도 불지 않는 무풍지대다.

해군사관학교는 4학년이 되면 해외 순회 공연을 떠나는데,

내리는 나라의 항구마다 교민과 그 나라 사람들을 위해 위문 공연을 한다.

나 또한 승조원으로 탑승해서 배 위에서 네 달 정도를 보냈다.

군함은 밤이면 불을 다 끄고 운항한다.

군함 뒤편에 헬기를 위한 가판대가 있는데, 그곳에 누워 하늘을 보고 있으면

체감상 별이 50cm 거리에 있는 것 같다.

바람이 없으니 구름도 없고, 수면은 유리처럼 고요하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나 강렬하다, 나만이 기억하는 고혹적인 순간. 

반대로 ‘이 정도 파도를 견딘다고?’ 싶은 순간도 있다.

마치 배가 휘는 것 같은… 배를 떠나 육지에 닿으면 외려 멀미를 하기도 한다.

그 좁은 공간에서 흔들리는 파도에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서 살만 닿아도 싸웠다.

이거라도 하면 좀 날까 싶어서 담배를 처음 피우게 됐다.



Part 3. 단어를 연결하며 생각한 것들하다못해 x 않을  있을까 / 어물쩡 x 포착한다면


“행복하다 못해 불행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제 신조가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시간에 대한 것이다.

뻔한 이야기긴 한데, 지키기 어려운 거다.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현재를 충실하게 살자.

영원히 못 풀 숙제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무감각하게 살면 또 살아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행복하다 못해 불행하지 않을 수 있을까?’란 말은.. 행복한 것보다 불행하지 않은 게 더 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떠올린 문장이다.

행복하긴 어렵지 않지만, 불행하지 않기란 어려운 것 같다.

본인이 만들 수도, 만들지 못할 수도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물쩡거리는 나 자신을 포착한다면?”


이건 채찍질하는 말이다.

어물쩍 거릴 때는 생각이 많을 때다. 

내가 하는 일에 중심이 되지 못하고 외부에 있을 때, 어물쩡 거리게 된다.

혹은 중심에 있으면서도 어물쩡 거리는 거라면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뒤돌아보면 어물쩡 거렸던 모습을 느낄 때가 있는데,

이제는 그런 일을 안 하고 싶다.

지금은 파아프를 중심으로 지내고 싶다.

사물놀이 연주를 하기 전, 중학교 3학년 때까지는 요트 선수였다.

사물놀이를 전공하게 된 건, 2002년 월드컵 당시 더 신나게 응원하려다 사물놀이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신부님을 꿈꿨다. 

어릴 때는 늘 후회 없이 죽으면 제일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매번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게 맞다고 믿었다.

아마 지금도. 



안녕하세요. 저는 김건형이고요. 저는 여러분의 장승이자 도깨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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