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책을 읽을까?
"얘들아, 책 좀 읽어 !, 맨날 게임하고 만화만 보지 말고 !"
요즘 제가 집에서 아이들 한테 종종 하는 말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때론 언성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책이 재미 없나 봅니다. 당연히 그럴겁니다. 책이 주는 자극은 게임이나 TV에 비하면 너무나도 잔잔합니다. 그나마도 책으로 부터 오는 자극은 집중을 해야 얻게 됩니다. 현대인들은 왜 이렇게 책 읽기를 멀리하고 어렵게 느낄까요?
그 첫번째 범인은 아마도 스마트폰일 겁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스마트폰은 커녕 휴대폰 자체가 없었습니다. 집에서 다이얼를 돌리는 전화기가 전부였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게임을 하려면 용돈을 모아서 소위 '오락실'이라는 곳에 가야했습니다. 좀 어둡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곳이었습니다. TV도 저녁 6시가 되어서야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방학 때면 정말 심심했습니다. 친구들과 밖에서 야구나 축구를 하지 않으면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책을 읽어야 하는 상황도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요즘은 너무나도 '혼자'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늘 스마트폰이 손 안에 있으니까요. 메세지가 끊임없이 옵니다. 언제든지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손에 자극으로 가득찬 요술 방망이가 쥐어져 있습니다.
두번째는 마음이 이미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비어 있는 것 같은데 채워져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정신없이 살아갑니다. 일을 할 때도 쉴 때도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갑니다. 그래서 마음도 늘 분주합니다. 불안과 걱정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 틈새에 자극적인 것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책읽기는 마음을 채우는 일입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희뿌연 것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다른 사람의 진지한 경험담과 이야기(책)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단단하고 질퍽한 것이 채워져 있다면 삶에 쓸모라도 있을 겁니다. 휘휘 저어버리면 사라자는 허상이 가득 차 있는데, 그것 때문에 책이 파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세번째 독해력의 심각한 저하를 들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해독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죠. 저자의 생각이 '글씨'로 표현되어 있는데 그것을 읽고 저자의 마음을 따라가는 일이 독서입니다. 현대인들은 긴 글을 읽는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각자 최근에 읽었던 가장 길었던 글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볼까요? 스마트 폰으로 읽은 기사마져 우리는 꼼꼼히 읽지 않습니다. 기사 중에 숫자라도 보일라 치면 미끄러져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심각한 독해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책에 흥미를 느끼려면 저자가 내어 놓은 길 위에 올라서서 뚜벅뚜벅 걸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 독해력은 필수가 되는 것이죠. 한 페이지만 읽어고 그 길을 잃고 마니, 다음 장은 너무나 멀어지게 됩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케팅 용어 중에 '케즘'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가 세상에 나오면 소위 얼리어댑터들이 먼저 받아들입니다. 얼리어댑터층을 지나 일반 대중들에게 파고 들어야 성공적이 되는데, 얼리어댑터와 일반 대중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합니다. 이때 제품이나 서비스의 매출이 하락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케즘'이라고 합니다. 케즘을 극복하고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정확한 타겟을 정하는 것입니다. 목표 고객을 좁혀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게 만들고 점점 범위를 넓혀 나가는 것이죠. 독서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재미난 책'부터 읽는 것이죠. 평소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늦출 만큼 재미있는 책을 하나 만나보세요. 그럼 그 책으로부터 또 다른 책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면 아이가 점점 딱딱한 음식을 먹게 되듯이 어렵고 두꺼운 책으로 나아가게 될 겁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 수록 답은 늘 간단하고 본질적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다만 실천의 문제이죠. 이번주 서점에 들러 가장 재미난 책을 골라 밤잠을 설쳐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