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백신
며칠 전 2차 백신을 맞으러 다녀왔다.
1차 백신을 맞고 6주를 꽉 채우고 맞는 거라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쉬는 날을 반납하고 다녀왔다.
집 앞 도보 5분 거리에 백신 허브라고 큰 강당을 빌려 백신을 맞을 수 있게끔 만들어 놨는데, 큰 강당에 부스를 만들어 100명이 동시에 맞을 수 있도록 꾸며놨더랬다.
들어가기 전부터 긴 줄에 졸아있던 나였는데, 100명이 한 번에 맞으니 10분 만에 맞았다. 일 처리가 점점 빨라지는 호주 칭찬한다.
호주는 60세 이하는 화이자를 맞고, 60세 이상은 아스트라제네카 그리고 얼마 전부터 모더나도 맞을 수 있게 되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약국에서 아무 때나 맞을 수 있고, 얼마 전까지는 예약 없이 백신을 맞을 수 없었는데 요즘은 예약 없이 그냥 가도 맞을 수 있도록 바뀌었었다.
우리 집 앞에 생긴 곳은 60세 이하만 맞을 수 있는 곳이라 백신을 고를 수는 없고 무조건 화이자를 맞는다. 나는 괜히 화이자 맞을까 모더나 맞을까 고민했는데 말이지.
백신을 맞고 나면 밖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15분간 대기한다. 100개의 의자가 1.5m 간격으로 소셜 디스턴싱을 지키며 나열되어있고, 부스에 들어가 백신을 맞고 나오면 의자로 바로 안내된다. 마치 백신 공장처럼 착착착 모든 것이 이루어져서 내 이름만 말할 줄 안다면 누구나 백신을 쉽게 맞을 수 있게 해 놨다.
1차 경험이 있던 나는 더욱 능숙하게 백신을 맞고 의자에 앉아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앞에 앉은 건장한 젊은 남자가 발작을 일으키며 의자와 함께 쓰러졌다. 너무 놀랐는데 주변의 모든 사람이 손을 흔들어 도와달라 했다.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왔다. 불과 5초 사이에 일어났다.
그리고 1분도 채 되지 않았는데 그 쓰러진 남자를 둘러싼 가림막과 휠체어 엠뷸런스 등이 착착착 진행되었다. 마치 처음 일이 아닌 듯처럼 모든 것들이 능숙했다.
더 신기한 건 그 주변의 사람들이 족히 100명은 있었는데 아무도 눈길을 그쪽으로 주지 않았다. 난 사실 너무 궁금해서 힐끔힐끔 쳐다봤는데... 그리고 나는 시간이 다 되어 아무렇지 않은 척 나왔다.
내 앞사람이 쓰러지는 걸 보니 왠지 안 아픈 몸이 아픈 것 같고 아플 것 같고 그렇더라. 인터넷 뉴스로 부작용 등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그럼에도 호주 백신접종률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고, 우리는 위드 코로나에 점점 가까워지는 듯하다. 11월부터 천천히 국경을 개방한다니, 내년 말 쯤에는 위드 코로나의 완성형이 되어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