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만 있던 내가 오므라이스를 만들기까지

by 유라

평소와 똑같이 침대에 누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핸드폰을 봤다.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보다가 어떤 일본 도시락집이 하루 동안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준 영상을 발견했다. 썸네일은 밤인지, 새벽인지 어두컴컴했고 사진 중심에는 그 도시락 가게가 찍혀있었다. 홀린 듯이 그 영상을 눌렀다. 가게의 주력메뉴는 달걀말이, 주먹밥, 샌드위치다. 일하시는 분들은 아침 4시에 가게 오픈을 하는데, 그전부터 출근해서 당일 판매할 도시락을 만든다.

직원분이 100판이 넘는 계란을 풀고 계란물을 만들어 두면, 사장님이 크고 두툼한 계란말이를 만든다. 그러면 다른 직원분이 계란말이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 도시락을 만든다. 주방 다른 곳에서는 밤을 지어 주먹밥 틀을 만든다. 그 안에 갖가지 다양한 소를 넣어 주먹밥을 만든다.

비닐팩에 만들어둔 계란말이와 주먹밥을 넣으면 정성 가득한, 든든한 한 끼 도시락이 만들어진다.

샌드위치 도시락도 만든다. 오이, 햄, 으깬 달걀 등을 넣어 예쁘게 잘라 팩에 일정한 크기로 넣고 고무줄로 봉합한다. 새벽부터 만들어지는 다량의 도시락을 보고 얼마나 팔릴지 궁금해져 영상을 계속 보았다.

오픈을 하자마자 차량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도시락을 차례대로 사간다. 아침이 되니 손님들이 많아져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선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손님들은 더 많아진다. 주방에 있는 직원들은 도시락을 만들고, 홀에 있는 직원들은 매대를 정리하고 계산을 한다. 영업마감시간까지 도시락가게 안에 있는 직원분들은 이 일들을 반복한다.

어떤 자극적인 모습도 없고, 노래도 없이 그저 한 도시락 가게가 운영하는 모습을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가만히 보았다. 그러다 문득 시계를 보니 아침을 먹을 시간이었다. 평소라면 침대에서 일어나기 굉장히 어려웠을 텐데 왜인지 아주 쉽게 침대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열었다.


달걀 세알과 냉동밥을 꺼내 오므라이스를 만들었다. 오므라이스를 1년 전부터 먹고 싶었는데 이제야 해 먹었다. 좋아하는 케첩을 양껏 뿌리고는 수저에 밥과 달걀을 떠 한 움큼 크게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한 입, 두 입 씹을수록 고소한 달걀의 맛이 입에 가득 퍼졌다. 그리고 약간 넣은 쪽파가 달걀과 어우러져 조화로운 맛을 냈다. 아침부터 따뜻한 오므라이스를 먹으니 꽤나 기분이 좋아졌다. 물을 마시고 바로 설거지까지 마쳤다. 나를 위해 차린 따뜻한 음식이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돼주었다.


일상을 살다 보면 매일 치러야 하는 수많은 퀘스트가 있다. 시간 맞춰 일을 가고, 운동도 해야 하고, 밥도 먹고, 저축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다 보면 언제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게 계절이 흐르고 연도가 바뀐다. 무엇인가에 치여 시간을 보내면서 뭐를 했는지 잊는 경우도 다반수다. 조용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를 챙기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보면 지치고 산다는 것에 의미를 잃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한 끼가 주는 힘을 생각하기란 현실에서 무척 버겁다. 당장 치러야 하는 큰 일들만 생각하면 밥은 당장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 당장 나를 챙길 수 있는 것은 밥이 제일 직접적이고 변화를 주기에도 좋다. 그것이 간단할지라도 나를 먹이는 행위기에 언제든 시간이 나면 나를 위한 밥 한상을 차려보는 시간을 따로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떤 사람은 큰 결심을 해야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에게 챙겨주는 한 끼일 수도 있다. 누군가의 도시락처럼, 나의 오므라이스처럼. 꼭 거창한 무엇인가가 없어도 된다. 매일 하루를 마무리해 줄 수 있는 무엇이라면 그게 작은 것이라도, 그 사람에게는 큰 것일 테니.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면 그걸로 된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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