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온 첫날에도생전처음 보는 우리 아이들에게 하악질 한 번 없이 경계하지 않고 다가와 잘 놀던 아이, 크림이가 우리 집에 온 지 일주일도 안 돼서 설사를 하기 시작한다.
길냥이의 특성상 대부분 아이들이 아무거나 주워 먹고 토하는 일은 다반사여도 설사 경험은 한 번도 없다는 주변 고년차 집사의 말이 이건 무조건 병원 가봐야 한다고!!
크림이 입양 전까지 보호 중이던 동물병원에서의 섭식 사료로 동일하게 먹이고 화장실 모래나 뭘로 보나 그때의 환경보다는 분명 나은 데 이동 중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럴 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사료를 먹는 족족 설사를 하니 금세 기운도 없어 보이고 집사 마음도 조급해진다.
설사한 배변을 지퍼백에 챙기고, 사진도 여러 장 찍어둔 뒤 병원 문 열기도 전에 부랴부랴 동물병원을 찾아 고양이 전용 대기실에 갔더니 본능적으로 위로 위로 올라가는 크림이!
"그래, 크림아, 아픈 거 낫는 대로 바로 캣타워 사줄게. 일단 내려오자."
입양 후 첫 병원 진료다 보니 어찌나 긴장이 되는지 온몸의 땀샘에서 땀분비가 활발해진다.
외관상 검진이 이루어지고 모두 양호하지만 설사가 심하다고 하니 바로 범백검사부터 해보자는데..
치사율 높다는 그 악명 높은 범백이라고요? 그럴 리가 없을 거란 생각과는 상관없이 그 어느 때보다 순한 어린이 마냥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네~!'하고 검사결과 나오기까지 3~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어찌나 심장이 조여오는지 눈물 날 뻔하는 걸 꾹 참고 크림이를 꼭 안아준다.
다행히 결과는 음성!
'그러면 그렇지,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러나 이런 내 마음의 소리를 차마 입 밖으로 내놓지는 못하고, 그 작은 체구에 주사를 2대로 놓는데 크림이도 아프다고 그제야 냐옹~~ 한다.
설사 탓인지 입양 시 체중보다 150g이나 줄어들었다고 사료 급여 충분히 해주고 지사제도 5일 치 처방받아 나오는데 식은땀에 오한을 느끼며 병원을 나선다.
방과 후 집으로 달려온 아이들도 하나같이 크림이 어떠냐며 걱정하는 눈빛으로 크림이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평소보다 기운이 없는 것 같다며 어느새 곁에서 잠들어 있다.
병원 다녀온 뒤로도 하루동안 설사가 계속되고, 구토까지 하게 되어 금식까지 하더니 다음날 새벽부터 배고프다고 냐옹 냐옹 난리다.
사료 먹고 나면 화장실 따라가서 배변상태부터 체크하게 된 2박 3일간의 가슴앓이 끝에 크림이 집사로서 호된 신고식을 마치고, 크림이는 우리 집과 우리 가족들에게 완벽하게 적응하는 중이다.
호기심이 많아서 땅콩 가지고 요래조래 굴리며 노는 모습에 안도하며 병원은 접종할 때만 가자고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