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부슬부슬 비가 내리더니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말이 실감 나리만큼 요새 부쩍 추워진 날씨 탓에 몸은 자꾸만 움츠리게 되고 집 밖을 나가는 데 뜸 들이는 시간이 길어진다. 특히 우리 집에 거주하는 생명체들은 아무래도 겨울잠을 자는 종에 속하는 유전자라도 장착된 걸까, 게으름 한도초과에 대한 알람이 울려도 몸을 일으키는 데 한참이 걸린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다르다.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인 창 밖 경치에 하루종일 내릴 것 같은 눈보라에 제일 먼저 반응하는 크림이!
"앗! 눈이다."
금방이라도 직립보행 할 것처럼 온몸을 쭈욱 펼치는 모습에 살짝 당황하다가 이 녀석,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보다 두 배가량 쑤욱 큰 것 같아 뿌듯하다.
평소에도 호기심이 많은 크림이, 흩날리는 눈을 얼마나 만지고 싶어 하는지 그저 마음 같아선 당장 밖으로 나가서 눈밭을 같이 뒹굴며 뛰놀고 싶지만 '영역동물'이라는 고양이의 운명 앞에서 베란다 창을 활짝 열어 하얀 세상을 보여준다.
이불속에서 얼굴만 빼꼼 내놓고 추위를 많이 타는 건가 걱정했던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크림이는 찬바람과 차가운 눈발을 온몸으로 느끼며 이 겨울의 끝자락을 즐기는 듯하다.
서둘러 모닝커피 한잔을 타고 크림이 곁에 나란히 선 나는 지난주 전주시청 동물복지과로부터 온 크림이의 동물 등록증을 보며 이제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법적으로 가족이 된 것을 인정받은 기분에 한껏 들떠 앞으로 펼쳐질 묘생을 맘껏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