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행복 버튼은 무엇인가요?
나는 떡볶이가 참 좋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떡을 좋아하고 어묵을 좋아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둘이 함께인 떡볶이가 참 좋다. 소위 소울푸드다. 학교 앞 컵떡볶이를 먹던 국민학교 시절부터 서른의 중반인 지금까지도 떡볶이는 내 인생에 줄곧 함께 했다.
전 남자 친구이자 현 남편인 짝꿍도 날 만나서 떡볶이에 물들었다. (커피도 물들임) 내 평생의 떡볶이 메이트가 한 명 생긴 거다. 함께 떡볶이를 먹은 지 어언 15년 차! 내가 힘들다고 느껴지면 떡볶이를 먹자며 먼저 권하고 만들어준다. (백종원 선생님 요리 비책 레시피 만만세,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떡볶이를 먹고 나면 힘듬이 좀 녹아든다. 떡볶이가 나의 행복 버튼이다. 떡볶이를 먹고 나면 조금은 여유가 생긴다. 매콤하고 달콤한 고추장 베이스의 쫄깃한 쌀떡과 두툼한 어묵이 들어간 떡볶이가 난 좋다. 거기에 삶은 달걀과 튀김이 있다면 금상첨화! 입가심으로 커피 한잔이라면 그 순간만큼은 내 머릿속 고민이 싹 잊힌다.
떡볶이와 커피는 나의 '행복 버튼'의 집합체다. 육아할 때나 세상을 살아갈 때 자신만의 '행복 버튼'이 하나씩 있으면 좋다. 거창한 것보단 언제든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면 더더욱 좋다. '행복 버튼'을 누르면 비교적 내 상황을 한 발 멀찍이 떨어져 돌아볼 수 있는 잠깐의 쉼이 생겨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관점을 바꿀 수 있다.
이번 주말 나에게 짝꿍 말고 새로운 떡볶이 메이트가 4명이나 더 생겼다. 한 주간 코로나 4단계로 전면 원격수업의 타격인지 너무 지쳤었다. 그래서 저녁은 떡볶이를 먹겠노라 정했고 그루들 넷은 따로 밥을 주려고 했는데 웬걸 떡볶이를 먹겠다는 내 말에 서로 '나도!' '나도!'를 외쳐댔다. 그동안은 우리 부부 떡볶이를 먹을 때면 '한 입만!'을 외치며 떡볶이 한입에 '쓰-읍' 물을 벌컥벌컥 마시던 떡볶이인데 같이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래, 안 매운 떡볶이로 만들자!' 싶었다. 그렇게 최대한 안 매운 떡볶이를 만들고 마침 삶은 메추리알이 있어서 삶은 달걀 대신 올렸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고추장 떡볶이 메이트가 생겼다.
11살, 9살, 7살 곱빼기. 내 기준 안 매운 떡볶이였는지, 7살 둘은 맵다고 했지만 그래도 넷이서 곧잘 먹었다. 언제 이리 커서 함께 떡볶이를 먹는지. 육아 10년 차로 은근 뭉클한 순간이었다. 몇 년 후에는 함께 커피도 마시고 패션 아이템도 공유하는 사이가 되겠지? 비록 떡볶이는 내 기준으로 매콤함이 부족했지만 그 부족함을 가릴 만큼 맛있었다. 나의 떡볶이 메이트 다섯 명과 함께 먹었으니까.
음식은 누구랑 먹느냐가 때론 더 중요하다는 말을 들어봤고 한 번쯤은 다들 그 말의 뜻을 몸소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여행도 마찬가지지만) '누구랑 먹느냐?'가 먹는 음식의 맛을 좌우할 수 있다. 난 앞으로 떡볶이가 더 좋아질 것 같다.
내가 떡볶이를 먹으며 행복한 것처럼 그루들도 이러한 '행복 버튼'을 하나씩 만들면 좋겠다. 꼭 떡볶이가 아니어도 좋으니 힘들 때 잠시 여유를 불어넣을 줄, 생각을 전환시켜 줄 그 무언가를 만들기 바란다. 나는 그것을 함께해주는 '행복 메이트'가 되고 싶다. 우리는 서로의 '행복 메이트'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