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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봄 Jun 26. 2021

지나 보니 감사함이다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마워 :)




2015년 여름이 내 인생에서 제일 더웠던 여름이다.


임신 35주 된 쌍둥이를 품고 3살, 5살 자매와의 여름방학을 보냈으니 그때를 생각만 해도 덥다. 곧 출산을 앞둔 터라 더 열심히 물놀이며 놀이터에 가고 외출을  했었다.


출산하면 2주 동안 조리원 생활도 해야 하고 (이때까지도 제왕절개를 할 줄 모르고 2주면 집에 갈 줄 알았다.) 집에 와서도 신생아와는 한동안 외출을 못하니까 더 불타는 여름방학을 보냈다. 게다가 넷을 데리고 외출을 하겠다는 생각은 감히 못했다. 미안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서 한그루와 두그루에게 최선을 다해서 시간을 보냈다.


그때 세그루와 네그루에겐 배를 어루만지며 줄기차게 되뇐 말이 있다. "언니들 여름방학만 끝나면 언제든 나와도 좋아. 건강하게 만나자!"


그렇게 정말로 여름방학이 끝나는 일요일에 녀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토요일 마지막 물놀이라며 아이들과 놀았던 게 고단 했던지, 일요일 새벽에 양수가 터졌다. 급히 친정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자는 아이들을 맡기고 짝꿍과 병원에 갔다.






새벽이라 당직 의사는 남자였다. 나는 여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때까지도 넷째는 역아여서 결국 나는 제왕절개로 내 인생 마지막 출산을 하게 되었다.


"엄마 진통 없죠? 저녁 언제 먹었어요? 수술하죠."

"네? 진통은 없는데 촉진제 좀 기다리면 안 될까요? 담당 선생님께서 자연분만해보자고 하셨어요. 셋째는 (역아가 아니고 자연분만 경험도 있고) 괜찮으니 셋째 나오고 넷째도 잘해보자고...."

"그게 얼마나 위험한데..... 아이가 분만 시 탯줄을 감고 응급상황 발생해도 된다고 서명을 해요. 그럼 자연분만하죠."

"네? ㅠㅠㅠㅠㅠㅠ" (이것은 말인지 방귀인지…간호사 선생님이 엄마 울면 아이들도 느끼니까 울지 말라며 괜찮다고 다독여 주셨다. 그 때 어찌나 감사하던지.)


여튼  짝꿍과 함께 기도하고 수술실로 향하는 내내 울었다. 자연분만을 생각했는데 제왕절개라니 억울하기도 했고 생애  수술이라 두려움도 컸다.


무엇보다 제일 큰 걱정은 내가 수술하면 집에 가는 날이 미뤄지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자는 사이에 나와서 제대로 설명도 못해줬고 나를 계속 찾을텐데 어쩌나.



어쨌든 수술은 무사히 마쳤고 정말 감사하게도 두 녀석 모두 건강하게 만났다. 2.6kg, 2.9kg, 36주 되는 날, 만났다.



제왕절개의 후유증은 정말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아픔이었다. 누가 묻는다면 나는 늘 '자연분만'이라고 말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출산 후에 큰 고통 없이 자유로이 다닐 수 있으니 난 자연분만이 낫다.


덕분에 나는 자연분만 2회에 제왕절개 1회라는 경력이 생겼다. 친구들이 출산할 때마다 묻곤 하는 출산 상담소가 되었다. 어떤 출산이 고통이 덜한지 묻는다. 근데 모든 건 케바케다. (출산도 육아도) 상황마다 다르니 정답은 없다. 겪어봐야 안다.



출산의 상황은 고통스러웠지만 지금 내 곁에 건강하게 함께인 7살 청양 띠 두 녀석을 보며 이 글을 쓴다.


태교라곤 그저 살아내는 것뿐이었는데도 건강하게 태어나고 언니들과 지지고 볶아도 건강하게 자라주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곧 생일을 맞이하고 내년에는 언니들처럼 학교에 가겠지. 언제 이렇게 컸는지. 지금처럼 서로가 힘이 되는 평생 친구로 자라주길, 엄마가 기도해. 고맙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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