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미안해.
12년 11월 30일. 이태원 자취시절 매일 가위에 눌리던 나를 구제해 준 사랑이. 일하던 중 쉬는 시간에 택시를 타고 오가며 너를 데려왔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벌써 10년이 훌쩍 흘러서 떠나버렸어. 너무 무지하고, 이기적이게 너의 유년기를 보냈고 덕분에 사회성 제로인 사랑이가 되어버렸지. 원인은 나였는데 우리 개는 짖어요. 예민해요 라는 말로 합리화하며 너를 너무 작은 세상에 가둬둔 것 같다.
내가 뭔가를 깨닫고 알아차렸을 때 이미 많이 늙어있었고, 그제야 산책을 많이 다니기 시작했지. 더 이상 사랑이는 짖는 개가 아니게 되었고. 너무 늦게 배워버린 거야.
그리고 22년 9월 16일. 그 좋아하던 밥을 모조리 토해버렸을 때. 병원에 갔을 때 췌장수치가 많이 안 좋다고 했지. 하루 이틀이 일주일이 되고, 병원을 옮겨서도 한 두 달이 넘어가도록 회복에 개선이 없고 나빠져만 갔을 때부터 이런 말 서운할 수 있겠지만 알게 모르게 늘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었어.
그 힘든 수혈을 네 차례나 견디고도 사랑이는 마지막엔 일으켜주지 않으면 배뇨, 배변을 하러 갈 수가 없었고. 간식을 먹을 때에도 그 자리에 누워서 받아먹고는 했지. 밥과 약을 억지로 먹일 때면 늘 마음이 안 좋았어.
큰 수술을 끝내고도 깨어났을 때는 작은 희망이라도 걸어보려고 했어. 그런데 수술 이틀만인 오늘 아침 7시 9분에 병원에서 전화가 오더라. 네가 죽었대. 네가 새벽동안 혼자 내색도 없이 죽어가는 것도 모르고 자다 깬 얼굴로 병원에 달려갔다.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사랑이 앞에서 미안하다고. 사랑한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고, 일단 집으로 데려왔지.
퇴원하면 푹신하고 따뜻하게 재우려고 이불도 새로 깔아놨는데... 가기 전에 조금이나마 온기 느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는 현재 12.10일 오전 2시 38분. 너를 강릉 안목해변까지 데려가서 뿌려주고 집에 왔어. 차 멀미한다고 단 한 번도 데려가지 못했고, 건강해지면 함께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너무 늦었나 봐. 이렇게 데려가서 미안해. 엄마 아빠가 애정하는 장소에 사랑이 데려다 두었으니 더 많이 찾아가도록 할게.
너무 쓸쓸하게 죽게 해서 정말 미안하고, 못해준 것밖에 생각이 안 나서 또 미안하고, 사랑이는 참 착한 개였는데 주인이 부족해서 미안하고, 많은 사랑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내 20대의 전부였고, 앞으로도 전부인 내 사랑이. 그동안 못난 엄마랑 지내느라 고생 많았고, 너무 사랑해. 잊지 않을게.
네가 없는 동네를 다니기에는 좀 힘들 것 같은데 견뎌볼게. 종종 꿈에 나와줬으면 좋겠고. 이제는 지킬 것도 사라져서 아무 여한이 없다.
지금 가장 후회스러운 건 8일 면회 때 내 곁에서 잠든 사랑이 좀 더 쓰다듬어줄걸. 조금 더 옆에 있어줄걸... 안에서 편하게 쉬라고 면회 종료했는데, 정말 끝까지 사랑이 마음 몰라준 것.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었다.
너에 대한 기억이 모두 후회라서 미안하고 또 미안해. 아프게 한 것도 내 탓이고. 이렇게 아플 거면 차라리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았으면 했는데, 그 마저도 네가 우리를 너무 사랑해서라는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이 두고두고 생각나. 정말 미안하다. 너무 많이 사랑해. 금방 보러 갈게.
그리고 오늘은 2025.12.08 월요일.
내일이면 사랑이가 하늘에 간지 3년이 된다. 나는 여전히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으며 오늘 아침까지도 사랑이에게 미안하다는 꿈을 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