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마무리 하는 마지막날
"오늘 마지막 날인데 뭐해?"
12월 31일에 누군가를 만난다면 빠지지 않고 하게되는 질문.
개중에는 친구들과 시끌벅적한 호프집에서 카운트 다운을 보는 사람도 있고,
가족들과 영화를 본다는 사람도 있고, 아무것도 안한다는 사람도 있다.
나의 12월 31일은 어땠나, 죽 생각해본다.
지난 19,20,21년의 31일은 1년 365일 중의 하루처럼 밤 늦게까지 일하고 퇴근을 했었다.
그래도 내 업장을 지키는 것과, 새해 첫 날에도 그랬던 것 처럼 마지막 날도 같은 공간에서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당연하고 편안했다.
올해 12월 31일은 어땠나.
2022년 가장 몰두했던 F45 운동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고,
여행 다녀오신 부모님을 마중하러 공항에 다녀오고,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그가 좋아하는 동네 치킨 집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치킨을 나눠 먹었다.
배경처럼 벽에 걸린 TV에서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에 눈길을 주는 둥 마는 둥 하다 별안간 집중하며 보기도 하고, 또 가볍게 일 얘기도 나누다가 갑자기 내일 부모님에게 드릴 선물을 사러 가자며 호다닥 뛰어 나갔다.
적고 보니 특별할 게 하나도 없다. 오히려 글래머러스한 연말의 분위기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평범한 하루였다.
그런데 나에게는 3년만에 맞는 여유로운 연말이었다.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도 들고, 또 한켠에서는 불편하기도 했다.
웃음이 났다. '불안해하지 말라'며 카페에서 친구를 위로해주던 봄날의 내가 생각이 났다. 세상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얇은 바늘에 콕 찔린 것 처럼 불안함에 엉덩이를 들썩이는 내 모습이 가엽고 우스웠다.
2022년은 침묵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스스로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물어보다 보니 다른 이들과 대화를 하며 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누군가는 "아,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지만 "왜? 왜그러는데?" 하며 나의 설명을 요구하는 이도 있다.
불특정한 누군가의 반응이 어떨지를 모르니 아예 함구하는 것이 편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아이러니하게 내가 깜깜한 터널을 건너고 있는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은 더할 나위 없이 평온무사한 한 해를 보냈다. 어찌보면 그렇기에 나도 나에 대한 물음에만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재밌게 운동하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며 행복해 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나는 더 큰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
2023년은 나라는 사람의 인생에 있어 한 챕터를 차지하게 될 한해가 될 것 같다. 준비 해오던 일을 시작하게 될 것이고, 멋진 내 단짝과 평생을 약속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전쟁과 평화가 반복되는 하루하루에 더 많은 감정을 느끼고 더 깊은 생각을 더하며 살아가고 싶다. 길게 느껴졌던 2022년보다 더 긴 2023년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