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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바질 Feb 20. 2022

사장에게 꼭 필요한 것

빈 낚싯바늘을 꿰다

제주에 머무른   달이 되어간다. 매일매일 목적도 없고 계획도 없이 그저 시간이 가야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따라 유유히 떠다니고 있다.


처음엔 일하지 않는  시간들이 굉장히 불안했다. 하지만 지금은 ‘ 백수 체질인가싶을 정도로 한껏 만끽하고 있다.


현재는 남원으로 숙소를 옮겨왔는데, 한 달을 지냈던 사계리에 거의 매일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했던 카페가 있었다.

(Tip. 여행지 숙소 근처에 괜찮은 카페가 있다면 일정 시작  매일 그곳에서 모닝커피를 마신다. 그러면 일상으로 돌아오고  년이 지나서도 그곳에 대한 추억이 짙게 남는다)


어느 날은 사장님이 맛있는 수제비 가게가 있다며 추천해주셨는데(그때가 설날 며칠 전이었다), 찾아보니 영업시간이 11-15시였다.


내가 제주에 와서 가장 놀랐던 부분이 가게들의 영업시간이었다. 적어도 내가 직접 다녀보고,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던 개인 운영 가게들은 길어봐야 20시까지고, 대부분은 17-19시쯤 문을 닫는다. 그렇다고 오픈 시간이 이르냐고 하면 아니다. 오히려 도시의 가게들보다 훨씬 늦게 오픈한다. 음식점도 아침 식사를 하는 곳이 아니면 11시쯤 문을 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도시 생활자의 머릿속 계산기로는 도무지 수지타산이 안 나왔다. 자영업, 사업의 매력이 하는 만큼 버는 게 아닐까? (물론 지금은 코로나로 그런 공식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단골 카페 사장님께 여쭤봤다.


“3시까지 영업이라고요? 아니, 그렇게 장사해도 남는 게 있어요?”

“여기는 제주잖아요. 도시랑 비교하면 안 돼요”

“그래도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고, 또 가게 하면서 나가는 비용도 있을 텐데..”

“그렇긴 한데요, 그냥 적게 일하고 적게 버는 거죠. 욕심을 좀 줄이면 돼요. 아 그리고 임대료가 생각보다 많이 낮아요”

“그래요? 어느 정돈데요?”

거기 가서 물어보세요^^”


카페 사장님이 말하는 포인트는  가지였다.


하나는 마인드셋, 하나는 낮은 임대료

내가 서울에서 장사를 하면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했던 부분이 임대료였다. 많은 사람들이 인건비가  크다고 하지만,  경우엔 나의 인건비를 제하고도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서울 중심지의 임대료는 상상초월이다!)


도대체 임대료가 얼마나 적길래 저렇게 말씀하시는 건가 싶어서,  가게  가게 돌아다니면서 사장님들께 여쭤보았다. 정확한 금액은  다르겠지만 많은 가게가 임대료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만큼 적은 금액이었다. 그러다 보니 마인드셋도 자연스럽게 같이 따라오는  아닐까.


우리가 인스타에서 보는 제주의 ‘핫플레이스가게들은 30-50 감각 있는 젊은 분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제주도민인 분들은 거의 없고, 육지의 생활을 청산하고 2 인생을 시작하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분들이 루나틱한 도시를 떠나 제주로  이유는 무엇일까?  



‘빈 낚싯바늘’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시간의 중요성을 말하라 하면 나이가 들수록 피부로 느끼다 못해 쩍쩍 달라붙을 정도다. 취미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표면적 이유는 ‘생선 잡기 위함이고, 진짜 이유는 ‘사색의 시간 잡기 위함이다.


우스갯소리로 유명한 기업의 회장님은 머리를 식히고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 낚시터에 앉아서 ‘ 낚싯바늘 던져 놓고  시간을 앉아 있는다고 한다. 바쁜 도시 생활 속에서 풀지 못했던 꼬인 생각의 실들을 하나둘씩 정리하기 위한 ‘시간 가지러 ‘시간 내는 것이다.


제주의 사장님들도 ‘ 낚싯바늘 시간을 잡으러   남쪽 섬까지 오신  아닐까. 사장이 상주하는 가게와 그렇지 않은 가게는 손님들이 알아챈다. 하지만 서울에서 가게에 상주했을 때의 사장 개인의 시간과, 제주에서 상주했을 때의 그것은 양도 다르고 질도 다르다.


제주의 짧은 영업시간을 보고서 워라밸 좋다며 비아냥댈  없다. 그들은 도시에서라면 가지지 못했을 개인과 가게 발전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자영업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사장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글을 읽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시간이다.


하지만 무엇이 정답이라고는   없다. 도시처럼 화려한 불빛이 있지 않은 이곳은 해가  있는 시간이 짧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시간이 꽤나 길고, 그리하여 노력하지 않으면 자칫 노년기의 사람처럼 지내게  수도 있다.


무엇을 위함인지는   없지만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고 으쌰 으쌰 살아가는 도시에서  것인가, 원한다면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을 하루 종일 바라볼  있는 제주에서  것인가.



당신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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