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트롯> 방송이 끝난 지 일년, 그동안 수많은 트로트 신예들이 타 방송을 통해 등장했지만 트롯맨들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오늘은 경쾌한 이미지 속에서 꾸준히 창작자와 가수 영역을 오가며 굳건한 팬층을 확보한 영탁의 팬덤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영탁이 올해 2월 10일 발표한 신곡 ‘이불’은 힘든 시간을 보내는 모든 이를 위한 위안의 노래다. 항상 경쾌하고 신나는 에너지를 선사하던 그가 폭신폭신한 이불처럼 마음을 감싸는 위로 메시지를 만들어 팬들에게 보답했다. 놀라운 건 이 노래를 들은 팬들이 직접 자신들 목소리로 답가 영상을 만든 것이다. SNS로 비밀리에 모집한 151명 팬들은 자신을 위로해준 영탁에 대한 고마움을 노래로 표현했고. 그 하모니는 음원으로 합쳐져 아름다운 답가로 탄생했다.
문화 연구자 존 피스크(John Fiske)는 ‘신수용자론’에서 팬이라는 존재가 소비를 넘어 끊임없이 무언가 만들어내는 정체성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이는 프로슈머와 액티브 오디언스(Active Audience)를 넘어 능동적인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티브 유저’가 된다. 영탁의 팬들은 ‘이불 영상’뿐 만 아니라 웹툰, 매드 무비(팬이 만드는 패러디, 재생산 영상) 등도 응원카페에 올린다. 약 5만5000명이 가입한 영탁 공식 팬카페와 45만 명이 구독 중인 유튜브 채널 팬들의 화력도 막강하다. 아이돌 응원 앱 투표에서 8개월 넘게 1위를 차지해 우승 특전으로 뉴욕 타임 스퀘어 톰슨 로이터 전광판 에 송출됐고, 한국갤럽의 브랜드 평가에서 BTS, 아이유와 함께 매달 상위권에 오르며 트로트 부문 2위를 수성하고 있다. 광고모델로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영탁이 광고하는 밀키트 상품에서 ‘품절 대란’이 일어나 서너 시간 만에 소진되는 현상이 일기도 했다.
영탁을 포함한 트로트 가수를 향한 팬덤 현상이 매우 자발적이고 능동적이란 사실이 중요하다. 트로트가 다양한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젊어지면서 팬층이 확장되고, 젊은 세대 노래 가사에서 느낄 수 없던 인생에 대한 깊은 표현이 대중에게 가닿으면서 폭발적인 시너지를 누린다. 거기에 15년 음악 인생 동안 한결같았던 영탁의 인성이 그를 흔드는 수많은 바람 속에서도 그가 뿌리 깊은 나무로, 독보적인 존재로 보이게 한다. 이제 스타의 발아래 예배당이 세워지는 것이 아닌, 스타와 팬이 함께 잘 걸어가는 크리에이터이자, 아티스트인 시대가 온 것이다.